정루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갑자기요? 무슨 사고라도 친 거예요?”강우현이 씁쓸하게 답했다.“저도 몰라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메일을 받았어요.”그는 이미 짐 정리를 끝냈는지, 커다란 종이상자를 품에 안은 채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정루아는 슬며시 시선을 내리깐 채 생각에 잠겼다. 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구태윤의 짓이었다.그녀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더니, 타인의 밥줄을 끊어 놓을 줄이야.감탄이 나올 정도였다.정루아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구태윤의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세 번쯤 울렸을까,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낮고 매력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응, 루아야.”“우리 부서 팀장님 해고당한 거, 당신 짓이지?”정루아는 단도직입적으로 추궁했다.구태윤의 어조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나한테 화내는 거야?”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일 뿐인데도 위험한 기류가 생생하게 뿜어져 나왔다.정루아는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이건 너무 하잖아! 팀장님은 아무 잘못도 안 했어.”휴대폰 너머의 남자가 낮게 헛웃음을 터뜨렸다.“둘이 같이 밥도 먹고, 너한테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잖아. 그걸로 부족해? 루아야, 나 그렇게 속 넓은 놈 아니라고 했을 텐데. 네 주변을 얼씬거리는 새끼들은 전부 죽여버리고 싶어.”정루아는 숨이 턱 막혔다. 이내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친 인간이었다.이로써 확실해졌다. 강우현이 해고당한 건 순전히 자신 탓이었다.정루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바로 장옥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루아야, 무슨 일이니?”“어머님, 제 친구 일자리 하나만 알아봐 주실 수 있으세요?”정루아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장옥경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친구? 무슨 일을 한대?”정루아는 강우현의 상황을 대략 설명하며, 구태윤이 난데없이 그를 해고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그 말을 들은 장옥경은 잠시 침묵했다.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루아야, 태윤이가 이미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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