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Chapter 171 - Chapter 176

176 Chapters

제171화

남자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에 정루아는 숨이 턱 막혔다.정체 모를 압박감이 온몸을 짓누르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루아야, 설마 만난 지 고작 며칠 만에 그 새끼가 특별해지기라도 했다는 헛소리 하려는 건 아니겠지?”구태윤의 어조가 한층 더 서늘해졌다.정루아 역시 차가운 얼굴로 받아쳤다.“그럼 당신은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대뜸 해고한 건데? 강 팀장님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네 주위를 서성거린 것만으로도 이미 큰 죄를 지었어.”구태윤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네 주변에 다른 남자가 알짱거리는 거 보기 싫다고. 그런데 넌 기어코 그 새끼 일자리를 지켜줬어. 나 지금 굉장히 불쾌하거든?”이유 모를 분노가 가슴속에서 요동쳤다.사방에서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귓가에는 오직 그의 서늘한 경고만이 날아와 꽂혔다.정루아는 몇 번이고 깊은숨을 몰아쉬며 감정을 억눌렀다.이내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당신 진짜 내로남불의 정석이구나. 형수 일이라면 그렇게 발 벗고 나서면서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주변에 아는 남자 하나 있는 것조차 용납 못해?”그녀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구태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가움을 넘어 소름 끼칠 정도로 낯설었다.“나 때문에 애꿎은 피해를 본 사람이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를 한 것뿐이야. 그런데 당신은? 형수와 조카를 살뜰히 챙기며 억 소리 나는 경매품을 턱턱 사 주질 않나, 비즈니스 협업까지 주선해 줘?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둘 사이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기에, 타인의 시선에는 영락없는 잉꼬부부의 모습처럼 비쳤다.하지만 당사자들은 뻔했다. 서로의 마음이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구태윤은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묵살하며 여전히 손을 꽉 맞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감정을 수습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어느새 언제 싸웠냐는 듯 평온하고 무심한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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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우선 손부터 놓지?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 먹어.”정루아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구태윤이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먹여주면 되잖아.”“하.”정루아는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럴 바엔 그냥 당신 허리춤에 나를 매달고 다니지 그랬어? 그럼 내가 꼼짝없이 묶여 있을 텐데.”구태윤의 눈빛이 한층 깊게 가라앉았다.“싫어서 안 그러는 줄 알아?”“꺼져.”정루아는 남자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구태윤은 가냘프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그녀가 입은 와인빛 드레스는 워낙 강렬해서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내 발걸음을 옮겨 나란히 걸으며 마치 소유권이라도 주장하려는 듯했다.“안녕하세요, 대표님.”바로 그때, 연회장 직원이 다가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구씨 가문 큰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급히 뵙고자 하십니다. 중요하게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네요.”구태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어디 있죠?”직원이 안내했다.“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정시연은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구태윤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정시연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번졌다.“태윤 씨, 루아는요?”구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혼자서 놀고 있어요.”정시연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루아가 분명 또 오해했을 텐데 걱정이네요. 이따 만찬 끝나면 우리가 잘 풀어줘요. 루아 마음 상하지 않게.”구태윤은 그녀의 옆에 앉으며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형수님, 무슨 일이십니까?”정시연이 한층 진지해진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만약 내가 정원 그룹을 대표해서 배성 그룹과의 협업을 성사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부모님이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 같아서요. 태윤 씨, 저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나긋한 어조는 물론, 내세우는 명분 역시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그 사파이어 귀걸이도 이미 포기했고, 부모님이 주시겠다는 지분도 전부 거절했잖아요. 나 정말 더는 바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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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이연희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정루아의 손을 꽉 쥐었다.“루아야, 그렇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면 안 돼. 원래 다 네 것이었는데, 정시연이 갑자기 나타나서 뺏어간 거라고! 그년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정루아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들끓어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다.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응, 네 말이 맞아. 난 괜찮아. 금방 다 제자리로 돌려놓을 거야.”이연희가 다가와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걱정하지 마. 난 언제나 네 편이니까.”친구의 어깨에 턱을 기댄 정루아는 포근한 온기를 느끼며 활짝 웃었다.“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구석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감정을 추스른 두 사람은 다시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축사를 마친 배진욱이 배성 그룹의 향후 비전을 발표하자, 연회장에 모인 정재계 인사들이 순식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하지만 그는 형식적인 미소로 화답할 뿐, 미련 없이 2층으로 향했다.배성 그룹이 진짜 협력하려는 대상은 위에 있는 그룹사들이다.아래층에 모인 중소기업들은 머릿수나 채우기 위해 부른 들러리에 불과했다.그때, 정시연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구태윤의 모습이 정루아의 눈에 포착되었다.그녀는 술잔을 꽉 움켜쥐었다.이때, 임혜숙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루아야, 너도 봤지? 배성 그룹은 시연이를 통해서 우리 집안과 협력할 거야. 네가 이 타이밍에 눈치 없이 끼어들면 정씨 가문 이미지만 깎아 먹는 셈이야. 그렇게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제발 나대지 말고 얌전히 있어, 알겠니?”정루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맑은 눈동자는 호수처럼 잔잔했다.“나대지 말라니요? 저도 엄연한 이 집안 자식으로서 힘을 보태고 싶을 뿐이에요.”기어코 쫓아가겠다는 뜻이었다.임혜숙이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루아야...”하지만 정루아는 매정하게 뿌리치고는 위층을 향해 걸어갔다.임혜숙이 다시 가로막으려는 순간, 이연희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이모, 진짜 오랜만이에요! 우리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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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배성 그룹 장남? 아까 무대 위에서 축사하던 그 배진욱이라고?’정루아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아까 전 온갖 해괴한 일들에 정신이 팔렸던 탓에, 정작 오늘 연회의 주인공 얼굴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다.“안녕하세요, 정루아라고 합니다.”그녀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민망한 듯 악수를 청했다.배진욱은 정루아의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가 이내 예의 바르게 거두었다.그리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레 말했다.“내가 오늘 연회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모르는 사람도 있군요.”정루아는 민망함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죄송해요, 제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정루아 씨, 정말 고맙습니다.”배진욱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안경렌즈 너머의 깊은 눈동자가 유달리 진지하게 그녀를 담아냈다.“루아 씨가 아니었다면, 난 아무도 모르게 여기서 숨을 거두었을지도 모릅니다.”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말에 정루아는 깜짝 놀랐다.“아,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 대표님이 안 보이시면 아래층에서 난리가 나서 누군가 금방 찾으러 왔을 거예요.”“글쎄요.”배진욱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건넸다.“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이 외딴곳에서 제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 무슨 수를 쓰든 이 거대한 빚은 갚아야만 했다.정루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슬며시 눈길을 내렸다.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사실... 지금 당장 바라는 일이 하나 있긴 한데요.”배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정루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성 그룹과의 협력 제안을 전달했다.묵묵히 듣고 있던 배진욱은 흔쾌히 수락하더니 서영훈을 바라보았다.“서 비서가 이 건을 맡아서 진행해. 정원 그룹과 협력할 만한 적절한 프로젝트를 선별해서 즉시 추진하도록.”서영훈이 허리를 숙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정루아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검토는 거칠 줄 알았다.그녀는 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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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배다인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우리 오빠가 지금 누구랑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비서는 저도 모르게 구태윤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게... 구 대표님의 부인이십니다.”배다인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우리 오빠랑 정루아가 대체 언제부터 알던 사이였지?’옆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정시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구태윤을 바라보았다. 이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태윤 씨, 루아가 정말 대단하네요. 배 대표님과 벌써 안면을 텄을 줄이야.”구태윤은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 왔었다.하지만 ‘정루아’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의 짙고 수려한 눈썹이 단숨에 구겨졌다.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을 빠져나갔다.“태윤 씨...!”정시연이 황급히 뒤를 쫓아 나갔다.배다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정말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하지만 막상 그들이 밖으로 나갔을 때, 야외 테라스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서영훈이 배다인을 발견하고 다가와 정중하게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먼저 자리를 뜨셨으니, 남은 행사는 아가씨께서 주관하면 됩니다.”배다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캐물었다.“우리 오빠 어디 갔어?”서영훈이 대답했다.“잘 모르겠습니다.”배다인은 기가 찼다. 배진욱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수석 비서가 행방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보아하니 배진욱이 입단속을 단단히 시킨 게 분명했다.배다인은 애써 여유로운 척 입꼬리를 올렸다.“알았어. 가서 일 봐.”“네.”그녀는 곧바로 구태윤을 돌아보며 말했다.“구 대표님, 아까 저희 배성 그룹이랑 협력하는 건에 관심 있으셨잖아요. 오빠가 잠깐 자리를 비웠으니까, 그 얘긴 저랑 계속 나누셔도 돼요.”짐짓 담담하게 말을 건넸지만, 손바닥은 이미 긴장감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구태윤과 비즈니스를 논하며 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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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장옥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 자식이 미쳤나?’옆에 있던 안소희가 어깨를 바르르 떨며 슬그머니 말문을 열었다.“어머님, 저 더는 못 하겠어요. 너무 무서워요...”장옥경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쏘아보았다.“전에 태윤이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니? 고작 이 정도로 포기하겠다는 거냐?”안소희는 입술을 깨물었다.“정말 무서워서 그래요, 어머님. 저 머리도 식힐 겸 외국에 나가서 며칠만 쉬다 오면 안 될까요? 돌아와서 다시 말씀드릴게요.”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허겁지겁 몸을 돌려 가버렸다.장옥경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얘도 참 쓸모가 없네.’...밤이 깊어 가며 도심 속 화려한 불빛들이 하나둘 번지기 시작했다.레스토랑 안에는 맑고 우아한 바이올린 선율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테이블마다 놓인 자그마한 조명이 빛을 발할 뿐, 넓은 공간은 대개 아늑한 어둠에 잠겼다.참 낭만적인 공간이다.정루아는 예전에 구태윤과 함께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때마침 정전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떴고, 둘은 어둠 속에서 입을 맞추었다.“루아 씨, 더 먹고 싶은 거 없어요?”맞은편에서 배진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루아는 생각을 떨쳐내며 미소를 지었다.“이걸로 충분해요.”배진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업원을 먼저 보냈다.그리고 진지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벌써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네요. 오늘 밤은 정말 고마웠어요.”정루아가 물었다.“어쩌다 혼자 그런 곳에 계셨던 거예요?”배진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잠깐 숨 돌리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발작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요.”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외국에 계실 때는 이런 적이 없으셨나요?”배진욱이 어깨를 으쓱했다.“네, 아무래도 여기서는 격식을 차려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신경이 곤두섰나 봐요.”정루아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외국에서 꽤 잘 나갔다고 들었는데, 왜 굳이 돌아오기로 결심하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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