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준은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폐하, 오해가 풀리기도 했으니 이번은 너그러이 넘어가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에게는 웃어른이시기도 하니까요.”건양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자리에서 장녕군주에게 위로의 뜻으로 귀중한 하사품을 내리고 손을 저어 모두를 물러가게 했다.배현준은 이에 몹시 만족했다.궁을 나선 후, 마차에 오른 경왕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모두 제 불찰입니다. 하마터면 이 소중한 혼사를 오해로 망칠 뻔했습니다.”경왕은 담담하게 말했다.“부인 탓이 아니오. 부인도 어쩔 수 없었으니, 사주를 잘못 가져온 송씨를 탓해야지.”경왕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경왕비는 아까부터 이상함을 눈치채고도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송씨가 유지영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면, 어찌 제 친딸의 사주를 적어 보냈겠는가.분명 누군가가 이를 역이용해 덫을 놓은 것이리라.“전하, 송씨가 감히 저를 이토록 기만하다니, 유국공부로 가 송씨에게 따져야겠습니다.”경왕비는 일부러 분통을 터뜨렸으나, 경왕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와 송씨와 엮여서 좋을 것 없소. 폐하께서 그들을 언급하실 때 안색이 좋지 않으셨으니, 이 일은 이쯤에서 끝내시오.”경왕의 안색을 살핀 경왕비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그러고는 슬그머니 경왕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경왕은 교묘하게 몸을 피했다.경왕은 두 눈을 감은 채 마차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방금 보여준 차가운 태도는 평소의 세심하고 다정한 모습과 사뭇 달랐다.이 미세한 변화에 경왕비의 마음속에는 은근한 불안감이 스쳤다.“전하, 혹 사주가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제게서 흘러나갔다고 의심하여 저를 원망하시는 것입니까?”경왕비가 목이 메어 물었다.흐느끼는 소리에 경왕은 눈을 뜨고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니 쓸데없는 생각은 마시오.”사주를 맞춰보는 일은 경왕비가 사사로이 진행한 일이었고, 경왕도 그 후에야 알게 되어 유국공을 찾았었다.이 일을 아는 사람은 경왕비, 경왕, 그리고 유국공 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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