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정왕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다행히 건양제와 서 태후는 더 캐묻지 않았고, 잠시 후에 서 태후가 담담히 말했다."정세자가 혼례를 치르고 나면, 좋은 기운을 받아 숙태비도 깨어날지 모르지."그때 대신들과 그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건양제와 서 태후는 각자의 자리로 향했고, 외명부 부인들은 서 태후에게 다가가 문안을 올렸다.부인들은 황실에 두 황자가 생긴 것을 연신 축하했다.후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서 태후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번졌다.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영보궁은 본래 황실 연회를 전담하는 곳이었다.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평소와 달리 한 가지 절차가 더 추가되었다.건양제가 직접 향을 피우고 예를 올린 뒤, 배이수의 이름을 황실 족보에 올린 것이다.그리고 백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에게 경군왕이라는 봉호를 내렸다.배이수는 그 자리에서 넋이 나간 듯 굳어버렸다."아, 아바마마..."명색이 황실의 장자인 자신이 고작 일개 군왕으로 책봉되다니!게다가 입궁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작위를 내린단 말인가?작위와 봉호를 받으면 법도에 따라 궁 밖에 사저를 하사받아 나가야 했다."폐하, 대황자는 아직 어린데, 작위를 내리시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닙니까?"정왕이 나서서 거들었다.오늘 입궁할 때부터 정왕은 눈꺼풀을 심하게 떨며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건양제는 그런 정왕을 흘기며 쏘아붙였다."열세 살이면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해가 바뀌면 혼처를 알아봐야 할 텐데, 설마 혼례를 올리고도 궁에 눌러살게 할 셈이냐?"이어서 건양제는 내무부를 불러 조속히 알맞은 저택을 골라 보수하고, 한 달 안에 배이수를 출궁시키라 명했다.내무부 대총관이 앞으로 나와 어명을 받들었다.사람들은 건양제의 빠른 결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항간에는 황제가 배이수를 냉대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대부분은 믿지 않았다.수년간 후사가 없던 황제가 드디어 핏줄을 얻었는데,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지금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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