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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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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배현준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태후 마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어젯밤은 신분을 확인하느라 모두가 밤새 정신이 없었어."그는 유지영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영아, 태후 마마께서는 현명하시고 폐하께서도 효심이 깊으신 분이야. 단진이 고의로 회임 사실을 숨긴 것이라면, 진작에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고 일부러 태후 마마의 심기를 거슬러 궁을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 폐하께서 이 일로 마마를 원망하시지는 않을 것이다."유지영은 그래도 마음이 온전히 놓이지 않아, 내일 입궁해 서 태후를 뵙기로 마음먹었다.왕부로 돌아온 경왕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폐하께 밖을 떠돌던 황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소! 참으로 하늘이 우리 양나라를 도운 게지!"경왕비의 처소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 아이는 형님을 쏙 빼닮아 온화하고 예의가 바르더군. 학식도 제법 갖추었으니 내 보기엔 아주 훌륭했소."경왕은 배이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경왕비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나뿐인 황자이니 앞으로 폐하께서 몹시 총애하시겠군요. 양나라의 강산도 이제 뒤를 이을 후계자가 생겼습니다."경왕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문밖을 힐끗 보았다."만약 배이수가 며칠만 늦게 돌아왔더라면 일이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지. 참으로 복이 많은 녀석이오."며칠 늦어 배현준이 태자가 되었다면, 배이수가 돌아온들 무슨 소용이었겠는가?한참을 생각하던 경왕이 말을 이었다."이게 다 운명이란 게지! 오늘 자녕궁 쪽에서는 병을 핑계로 문을 닫아걸었다 하오. 필시 단단히 화가 나신 게야."경왕비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더없이 통쾌했다.자녕궁.서 태후는 피곤한 듯 하품을 했다.곁에서는 소 상궁이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었다.소 상궁이 자꾸만 고개를 들어 눈치를 살피자, 결국 서 태후가 입을 열었다."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느냐?"서 태후가 웃으며 물었다.소 상궁은 고개를 저었다."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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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청죽이 다급히 단진을 말렸으나,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결국 하는 수 없이 단진을 부축해 뒤뜰의 허름한 별채로 거처를 옮겼다."부인은 유일한 황자의 생모이시지 않습니까. 자식의 신분이 높아지면 앞으로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실 텐데,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머무려 하십니까?"단진은 단호하게 꾸짖었다."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게! 나는 지금 평범한 백성일 뿐이네. 대황자 전하를 낳아 키운 것만으로도 내게는 차고 넘치는 복이거늘, 감히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막 입궁하여 아직 건양제의 용안조차 뵙지 못했다.명분조차 없는 처지에 단진은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해 질 녘에 다시 태후 마마를 뵈러 가야겠네."단진이 말했다.해가 저물 무렵, 단진은 정말 다시 자녕궁을 찾았다.내전에 있던 서 태후는 그 소식을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녀는 곁에 앉은 건양제를 흘끗 보며 말했다."어찌 되었든 황자의 생모인데, 계속 문전박대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지요."서 태후는 손을 저어 단진을 들라 명했다.낡은 연녹색 궁복을 입었음에도 단진의 미색은 여전했다.그녀는 한 줌도 안 되는 가녀린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안으로 들었다."소인, 태후 마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단진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옆에 건양제가 있는데도 전혀 알아보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서 태후가 그 뻔한 수작을 꿰뚫어 보지 못할 리 없었다.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십삼 년이나 지났으니 네 얼굴이 어찌 생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고개를 들어보거라."단진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그제야 건양제가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 척, 크게 놀란 기색을 보였다."폐, 폐하?"서 태후는 코웃음을 치며 단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어제 네 이름을 들었을 때는 누군지 한참을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더구나. 알고 보니 예전에 내 예복을 찢은 그 경솔한 어린 궁녀였어."사실 어제 서 태후는 정말로 단진이 누구인지 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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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단진을 대하는 건양제의 태도는 마치 남을 대하듯 무심하고 냉혹했다.그저 황실의 체면과 규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모자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단 귀인은 자신이 입궁 후에 이런 찬밥 신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아들 덕에 최소한 사비(四妃)의 반열에 오르거나 귀비로 책봉될 줄 알았다.명색이 황실의 유일한 황자가 아닌가!"태후께서 두통이 도지셨으니, 부름이 없이는 함부로 자녕궁에 발을 들여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거라!"건양제는 단 귀인에게 단단히 엄포를 놓으며 운락궁 편전을 거처로 내주었다.단진은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다.하지만 이내 이수가 이미 열세 살이라 알 건 다 아는 나이이니, 덕비에게 맡겨진다 한들 결코 그쪽 사람으로 길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했다.조금만 참고 버티면, 언젠가 자녕궁의 주인이 되어 천하를 호령할 날이 올 것이다!단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억울하고 치욕스러운 마음을 억지로 삼켰다."신첩, 어명을 받들겠나이다.""이만 물러가거라!"건양제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가차 없이 그녀를 내쫓았다.단 귀인이 물러가자, 건양제는 다시 차를 따라 서 태후에게 올렸다.그러고는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낱낱이 조사해 본 결과, 단진은 진작에 배준형의 눈에 띄어 지난 이 년 동안 그놈의 별원에 숨어 있었다 합니다."서 태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허나 배이수는 폐하의 친자 아닙니까. 폐하에게 핏줄이라곤 그 아이 하나뿐이니, 장차 그 아이가 황위를 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겁니다."그러나 건양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끝내 말을 삼켰다."왜 그러십니까. 밖에서 몰래 기르고 있는 다른 황자라도 있는 것입니까?"서 태후는 찻잔을 받아 들고 미소 띤 얼굴로 건양제를 바라보았다."있다면 이참에 다 데려오세요. 황실의 자손이 번성하는 것은 경사이니, 떳떳하지 못할 게 무엇이겠습니까.""어마마마, 오해하셨습니다. 다른 핏줄은 없습니다."건양제는 고개를 저었다."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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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유지영이 자녕궁을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소 상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궁문까지 배웅했다."군주께서 입궁하시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태후 마마께서는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앞으로 자주 오셔서 마마의 말벗이 되어 주십시오."유지영은 흔쾌히 응했다.궁문에 다다르자, 그녀는 손을 저어 소 상궁을 돌려보냈다.정문을 향해 길게 이어진 복도를 지나던 중, 화려한 비단 도포를 입은 배준형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재수 없긴!"유지영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배준형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서 입을 열었다."지영아, 내가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배현준에게 시집가면 넌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유지영은 코웃음을 쳤다.대꾸할 가치도 없어 그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배준형이 성큼 다가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정세자께서 어지간히 궁지에 몰리셨나 봅니다? 제 부군에게 상대가 안 되니, 숨겨둔 패라도 꺼내 드신 겁니까?"배이수를 입궁시킨 자는 정왕이었다.하지만 유지영은 배이수를 진작 찾아낸 자가 분명 배준형일 것이라 짐작했다.전생에 배준형이 이 패를 꺼내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내내 탄탄대로를 걸으며 중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이번 생에선 배준형이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배현준이 서서히 차지하고 있었으니 속이 탔을 것이다.그러니 배이수라는 패를 꺼내어 두 사람이 피 터지게 싸우도록 유도한 뒤,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지영아, 네 지아비는 나야!"배준형은 그녀의 입에서 부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눈에 불을 켜며 이를 갈았다."삼 년이나 부부의 연을 맺었거늘 어찌 이리 독하게 돌아서서 다른 사내에게 간단 말이냐?"말을 마친 그는 유지영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녀가 시집간 지 이제 나흘째였다.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곤욕이었다.특히나 배현준이 매일 밤 그녀를 안고 잠자리에 들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났다.오늘 그녀가 입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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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배이수는 배준형을 못 본 척하며 유지영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정세자께서 어제 천향루에서 무례를 범한 일로 제게 사죄하던 참이었습니다."유지영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유지영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이수가 불쑥 말했다."사흘 뒤 궁에서 제 신분을 공표하는 환궁연이 열릴 테니, 형수님도 꼭 참석하십시오."유지영은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배준형은 배이수를 힐끗 보며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냐?""마침 지나가던 길입니다."배이수가 어깨를 으쓱였다."폐하께서 제 어머니를 귀인으로 책봉하셨는데,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군요. 무얼 그리 망설이시는 건지.""십삼 년이나 떨어져 있었으니 정을 쌓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무얼 그리 서두르느냐."배이수가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께서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게다가 저는 황실의 유일한 황자입니다. 어머니께서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하신다면 제가 돌아온 의미가 없지요."그 말에 배준형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어려운 일은 아니다. 돌아가서 대신들을 움직여 폐하께 상소를 올리라 하마. 아들의 신분이 귀한데 어미가 비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마땅한 이치지."원하던 대답을 듣자 배이수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그는 배준형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그럼 형님의 좋은 소식만 기다리겠습니다."단 하루 만에 배이수는 딴사람이 된 듯했다.예전처럼 배준형에게 굽실거리며 아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말투에는 오만함이 묻어났다.당연한 일이었다.유일한 황자라는 신분은 그가 충분히 오만해져도 될 무기였다.경왕부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린 뒤였다.방비각으로 향하는 길에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홍주가 말했다."오후부터 잔치가 열렸습니다. 친척분들도 많이 모여 계십니다."유지영은 어제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던 경왕비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들이 무엇을 축하하고 있는지 단번에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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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오셨습니까, 형수님.”배이수는 유지영을 보자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아바마마께서는 제가 경성에 처음 왔으니, 이참에 친지들 부저에 자주 들러 얼굴을 익혀 두라 하셨습니다."그는 입에 붙은 듯, 아주 자연스럽게 아바마마를 불러댔다.유지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예를 행했다."장차 양나라 전체가 전하의 것인데,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실 수 있지요. 누가 감히 막겠습니까?"얼굴에 면사포를 쓰고 참석한 방현숙은 유지영을 매섭게 흘겨보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렇지 않느냐, 조카며느리?""조정의 대사를 아녀자가 함부로 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폐하의 옥체가 저리 강건하신데 제가 어찌 감히 왈가왈부하겠습니까?"유지영의 담담한 대꾸에 방현숙은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보태면 황제가 일찍 승하하시길 저주하는 꼴이 될 터였다.배이수는 품에서 초대장을 꺼내 유지영에게 건넸다."일부러 환궁연 초대장을 전하러 왔으니, 형수님도 꼭 오십시오."웃는 낯에 침 뱉을 수는 없는 법. 유지영은 군말 없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형수님, 남들이 뭐라 떠들든 저는 현준 형님께 사심이 없다고 믿습니다. 형님께는 역모를 꾀할 야심이 없으시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배이수는 눈을 깜빡이며 진지한 얼굴로 유지영을 빤히 바라보았다.그 말을 들은 유지영은 배이수가 순진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리 대놓고 묻는데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우리 현준이야 당연히 야심 같은 건 없지요."경왕비가 서둘러 나섰다."평소 폐하께서 현준이를 각별히 아끼시는 것도 다 그 아이가 어릴 적부터 어미 없이 자란 것을 가엾게 여기신 탓입니다. 전하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요."유지영은 납작 엎드려 알랑거리는 경왕비를 보며 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명색이 친왕의 정비가 일개 황자 앞에서 이토록 비굴하게 굴다니, 참으로 우스웠다."조카며느리, 넌 왜 웃는 게냐? 마마의 말씀이 틀렸단 뜻이냐, 아니면 현준이에게 정말 다른 사심이라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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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배현준에게 조롱당한 일가친척들의 안색 또한 시퍼렇게 질렸다.그들은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절묘한 시점에 허 귀비가 회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배이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일무이한 황자라며 떠받들어지더니, 순식간에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다.허 귀비의 회임 소식이 황궁 안팎으로 전해지며 궁 전체가 들끓기 시작했고,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한편,이 사실을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자는 당연히 배이수였다.그는 급하게 입궁하자마자 가장 먼저 허 귀비의 처소인 장양궁으로 가서 사실을 확인하려 했다.장양궁에는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중에는 정왕과 경왕도 섞여 있었다.건양제는 크게 기뻐하며 장양궁에 끊임없이 하사품을 내리며,태의에게 각별히 주의하여 허 귀비의 복중 태아를 무사히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서 태후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그녀는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입가에 번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폐하, 귀비는 세가 출신으로 수년 만에 귀한 아이를 얻었으니 각별히 보살피셔야 합니다."말을 마친 서 태후는 안색이 굳은 정왕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정왕은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겐가?"지목당한 정왕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마마의 염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마 요 며칠 과로하여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인 듯합니다."기쁨은 단 하루도 가지 못하고 곧바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누군들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대황자 전하 드십니다!"문밖에서 어린 내관이 외쳤다.그 소리에 서 태후는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어리석은 놈, 저리 큰 소리로 귀비를 놀라게 하다니. 당장 끌어내 뺨을 치거라!"어린 내관이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었으나, 이내 궁인들에게 가차 없이 끌려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매섭게 뺨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광경을 목격한 배이수의 안색이 굳었다.이는 대놓고 자신에게 면박을 주는 격이었다!"할마마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배이수는 안으로 들어와 예를 표했다.서 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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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황자는 그렇게 서 태후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판세가 단숨에 뒤집힌 것이었다. 이제 누가 감히 건양제와 서 태후 사이가 벌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건양제는 애초에 단 귀인과 대황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관심조차 없는 상태에서 사이가 멀어질 것도 없었다."정 그러하다면, 내 기꺼이 도와주마."서 태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 귀비에게 당부했다."오늘부터는 자녕궁에 문안 올 필요 없다. 장양궁에 머물며 몸부터 돌보거라.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 알리도록 하고.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어떤 비빈도 함부로 장양궁에 들어와 귀비의 휴식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신들과 다른 비빈들은 일제히 그 명을 받들었다."자, 귀비가 쉴 수 있게 다들 이만 물러가시게."서 태후가 사람들을 물렸다.건양제는 태후에게 예를 올린 뒤 몸을 돌려 떠났다.나머지 사람들도 차례로 그 뒤를 따라 물러났다.장양궁 대문을 나선 배이수는 건양제를 뒤쫓았다."아바마마, 소자도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싶사옵니다."건양제는 배이수를 힐끗 보며 물었다."경성의 친지들 얼굴은 다 익혔느냐?""아직이옵니다.""우선 경성의 법도부터 배우거라. 교만함과 조급함부터 버리도록 해. 짐이 따로 안배할 것이다."건양제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특히 배이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마치 남을 보는 듯 일말의 온기조차 없었다."아바마마..."배이수는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소자, 현준 형님을 따라 경대영에 가서 일을 배우고 싶사옵니다."배현준의 이름이 나오자, 경왕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건양제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현준이가 경대영을 통솔하게 된 것은 스스로 쟁취해 낸 결과다. 황자라는 이유만으로 조급하게 권력을 쥐려 해서는 안 된다. 보아하니 짐이 방금 한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모양이구나!"말을 마친 건양제는 정왕을 바라보았다."듣자 하니 정왕부 안에 학당이 있다지. 내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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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태의가 직접 진맥했는데, 어찌 거짓일 수 있겠습니까?"배이수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곁에 있던 어린 내관이 그간의 일들을 자세히 털어놓자, 단 귀인의 안색도 급격히 어두워졌다."어, 어찌 이리 공교로울 수가 있단 말이냐?""아바마마께서 저를 덕비 마마의 슬하에 맡기신다 하셨지요? 그리하겠습니다."배이수가 말했다.단 귀인의 아들로 남아봤자 출신이 미천하여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하지만 덕비의 양자가 된다면 훗날 덕비의 가문 전체가 그를 위해 힘을 보탤 터이니, 어느 모로 보나 손해 볼 일은 아니었다.단 귀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수년간 그녀는 배이수가 유일한 황자이며 장차 양나라의 강산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단꿈에 젖어 살았다.그런데 황족으로 인정받은 지 단 하루 만에 후궁에서 회임 소식이 들려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리고 운락궁 사람들도 단속 좀 하십시오. 궁 안에 이토록 큰일이 벌어졌는데, 어찌 어머니께선 언질조차 받지 못하셨단 말입니까?"배이수는 이제 눈앞의 화초들만 보아도 화가 치밀었다.단 귀인의 신분이 조금만 더 고귀했더라면, 자신이 오늘처럼 허무하게 굴욕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눈빛은 하루아침에 아부와 환심에서 경멸과 조롱, 그리고 무시로 바뀌어 버렸다.하루아침에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를 배이수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조급해할 것 없다. 내일 환궁연에서 폐하께서 친히 이 일을 공표하실 게야."단 귀인이 그를 달랬다.하지만 배이수는 더 이상 환궁연이 기대되지 않았다.보나 마나 내일 연회는 두 황자를 둘러싼 이야기로만 떠들썩할 것이 뻔했다."이수야, 내가 예전에 궁에 있을 적에 태어나자마자 요절하는 황자들을 숱하게 보았다. 형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핏덩이가 어찌 살아 숨 쉬는 너와 감히 비교될 수 있겠느냐? 게다가 폐하의 옥체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계시니, 그 핏덩이가 장성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네가 최선을 다해 폐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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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다급해진 단 귀인이 막무가내로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 하자, 어린 궁녀가 길을 막아섰다."귀인 마마, 자녕궁에 이리 함부로 들어가실 수는 없사옵니다!"짝!단단히 독이 오른 단 귀인이 궁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네년이 말을 잘못 전한 게 분명해. 오늘 궁에 모이는 분들은 모두 경성의 내로라하는 세가 출신들인데, 어찌 태후 마마께서 빠질 수 있단 말이냐?""귀인 마마..."문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서 태후의 손에서 규칙적으로 굴러가던 염주가 탁 소리를 내며 멈췄다.그녀의 싸늘한 시선이 정원 밖으로 향했다.소 상궁이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단 귀인은 어느새 궁녀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이 안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소 상궁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마마, 소인이 당장 저자를 끌어내겠습니다."어찌 저리 제 분수를 모르고 어리석을 수가 있단 말인가.이내 소 상궁은 밖으로 나가서 단 귀인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찌 이리 경박하게 구십니까! 소란을 피워 태후 마마의 심기를 어지럽힌 죄를 아십니까?"소 상궁을 마주하자 단 귀인은 감히 더 방자하게 굴지 못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소 상궁, 나는 그저 태후 마마를 환궁연에 모시러 온 것뿐일세.""태후 마마께서는...""할마마마!"소 상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늦게 달려온 배이수가 불쑥 끼어들었다.그는 구름무늬가 수놓인 연노란 비단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팍에는 네 개의 발톱을 가진 이무기가 정교하게 수놓여 있었다."이수야, 마침 잘 왔구나."배이수의 등장에 기세가 오른 단 귀인은 그의 옷 주름을 매만지며 활짝 웃었다."오늘은 네게 가장 귀한 날이다. 훗날 어찌 되든, 넌 지금 황성의 유일한 황자 아니더냐."그 뻔뻔한 소리에 소 상궁은 혀를 내둘렀다.단 귀인이 단단히 실성한 게 틀림없었다.그러나 배이수는 그 말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내전으로 불쑥 들어가려 하자, 기겁한 소 상궁이 서둘러 앞을 막아섰다."태후 마마께서는 불공을 드리는 중이시니, 누구도 방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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