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준은 뭇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유지영을 데리고 나왔다.가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꽉 쥔 채 놓지 않는 모습으로 보아,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방비원으로 돌아온 후, 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영아, 오늘 괜한 수모를 겪었구나."그 말에 유지영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전생에 배준형에게 시집갔을 때, 숙태비와 정왕비는 그녀 앞에서 한껏 위세를 부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올리며 온갖 예법을 들이밀고, 조금만 어긋나도 예법 타령을 했다.그러나 배준형은 그녀를 위해 단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으로 눈이 삐었지 싶었다. 그런 무능하고 위선적인 인간에게 마음을 주다니."전 수모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맞고 가만히 있거나 욕을 먹고도 입 꾹 닫고 있는 성격도 못 되고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됐든 경왕비는 안팎으로 체면을 구겼으니 손해본 것은 없었다.배현준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화가 가라앉았지만, 유지영을 대할 때만큼은 표정이 한없이 부드러웠다."그게 맞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거라. 밖에서는 예의범절을 다 지키고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던 지영이가, 이 경왕부에 시집왔다고 해서 갑자기 그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무례한 사람이 될 리가 없지."그는 유지영의 뺨을 쓰다듬더니 하늘을 한 번 보았다."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 있어 잠시 나갔다 와야겠다. 이따 저녁을 같이 먹자꾸나.""예."한편, 아들 부부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경왕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당장 경조윤 쪽에 말을 넣어 정화를 풀어주라 하거라!"경왕이 측근 호위에게 지시했다.나머지 친척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오라버니, 며느리가 참으로 까탈스럽군요.""혼인한지 이틀 만에 현준이를 홀려 예법도 무시하는 꼴이라니. 그저 반반한 얼굴 하나 믿고 날뛰는 게지요."다들 한마디씩 거들며 유지영을 헐뜯지 못해 안달이었다.경왕비는 난감한 듯 한숨을 쉬었다."형님, 괜찮으십니까?"방현숙이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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