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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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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배현준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기에 이리 요란합니까?"경왕은 배현준을 보자마자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는 옆에 있던 찻잔을 집어 들고 아들을 향해 거칠게 집어 던졌다."이 망할 놈의 자식! 감히 네놈이 숙태비 마마를 암살하려 자객을 보낸 게냐!"경왕비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현준을 꾸짖었다."현준아, 어찌 그리 어리석은 짓을 하였느냐. 어제 국공부에 찾아와 숙태비께서 실언하신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어찌 이리 끔찍한 짓을 저지른단 말이냐!"두 사람이 너 한마디, 나 한마디 훈계를 쏟아냈다.배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세자, 밖에서 경조윤께서 몇가지 질문할 것이 있다며 찾으십니다."시종이 조심스레 알렸다.배현준이 유지영과 함께 왕부로 돌아와 방비원에 들르자마자 경조윤이 들이닥친 것이다. 배현준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경조윤이 어찌하여 날 문초한단 말이냐?"시종이 답했다."경조윤께서는 송씨 부인의 빈소 마당에서 영패를 하나 주우셨는데, 그곳에 '현'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고작 그것 때문에?"배현준은 피식 웃었다.그 모습을 본 경왕이 버럭 화를 냈다."몹쓸 놈! 증거를 두고도 발뺌할 작정이냐?"배현준은 냉소를 흘리며 경왕을 바라보았다."영패 하나 떨어졌다고 제 소행이라 확신하시다니. 그럼 앞으로 경성에서 골치 아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가 몰래 '경왕'의 영패를 던져두고 오면, 모두 아버지 짓이 되겠군요?""너!"경왕은 말문이 막혔다.배현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먼저 처소로 돌아가 쉬고 있거라. 내 오늘은 급히 해결해야 사건이 하나 있어 오늘 밤은 들어오기 힘들 듯하구나."배현준의 진지한 표정에 유지영 역시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지영아!"경왕비가 황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집안에서 널 환영하려 연회를 열었잖니. 아직 밥 한 끼도 같이 먹지 못했는데 밥부터 먹고 가렴."이내 경왕비는 경왕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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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경왕의 추궁에 배현준은 기가 찬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호위 한명이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도 영패가 하나 들려 있었다.이번에 새겨진 글자는 '경'자였다.'경'자를 확인한 순간, 경왕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세자, 이 영패는 어젯밤 통금이 지난 후 송씨 부인의 빈소 근처에서 발견한 것입니다."호위의 보고에 경왕은 길길이 날뛰었다."허튼소리! 내 숙태비와 원수진 일도 없거늘 어찌 그분을 해하겠느냐!"배현준은 쯧쯧 혀를 찼다."경성에 사람이 이리 많은데, 하필이면 왜 아버지께 누명을 씌웠을까요?"그 말에 경왕은 배현준의 입을 찢어놓고 싶었다."경조윤 대인, 아마 누군가 저를 모함하려 수작을 부리다 자객들이 금위군에 쫓길 때 실수로 이 영패를 떨어뜨린 모양입니다."배현준은 턱을 치켜들며 율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저는 방금 결백을 증명했는데, 아버지께선 결백을 증명하실 수 있겠습니까?"경왕은 그제야 불효자가 어떤 놈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배현준은 기회를 잡자마자 아비인 그를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부자간의 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무슨 오해가 있는 듯한데...."경왕비가 다급히 나섰다.배현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오해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요. 허나 현장에 아버지의 영패가 떨어져 있었던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그만!"경왕은 배현준의 입에서 또 무슨 해괴한 소리가 나올까 두려워 말을 끊었다. 그는 경조윤을 향해 말했다."수사 중이라고 하니 내 기꺼이 협조하겠소."서로를 물어뜯는 부자의 살벌한 모습에 경조윤은 진땀을 뺐다.소문으로 듣던 두 사람의 불화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아마 철천지원수인 줄 알았을 것이다."전하."경왕비가 다급한 표정으로 경왕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유지영을 향해 눈짓을 보내며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다.유지영은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경왕비를 바라보며 물었다."경왕비 마마, 눈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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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경왕비는 눈앞의 유지영을 찬찬히 살폈다. 항간에는 어릴 적부터 사랑받지 못해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였는데 서 태후가 죽은 벗을 보아 연민을 베푼 것이라 했다.다루기 쉬운 아이일 거라 여겼으나 완전히 오산이었다."지영아, 네가 뭔가 오해한 듯하구나."경왕비는 앞으로 다가가 유지영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 두 사람은 둘 다 고집이 세서 그렇지, 실은 서로를 아끼면서도 내색하지 않을 뿐이란다. 앞으로 우리 고부가 각자 잘 타일러 보자꾸나. 친부자 지간인데 깊은 원한이 뭐가 있겠느냐. 네가 이 관계를 돌려놓는다면 왕부의 큰 공신이 되는 게지. 나는 네가 사리를 아는 착한 아이라고 믿는다."치켜세우는 척, 은근히 압박을 주는 경왕비의 말에도, 유지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슬그머니 손을 빼냈다."경왕비 마마."그녀가 호칭을 또박또박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저를 너무 높이 보셨습니다. 부군의 말씀대로, 수년 동안 경왕비께서도 아버님을 말리지 못하셨거늘 갓 들어온 제가 무슨 재주로 부군을 타이르겠습니까. 허나 안심하십시오. 사석에서 틈나는 대로 힘껏 권해보긴 하겠습니다."상대가 부드럽게 나오면, 그녀 역시 부드럽게 받아쳤다.하지만 결코 경왕비의 덫에 빠지진 않을 것이다.두 부자 사이가 화목해지는 걸 가장 바라지 않는 자가 바로 경왕비라는 것은 온 경성이 아는 사실이었다.경왕은 영지에 머물던 수년 동안, 배현준을 폐하고 배영준을 세자로 올리라는 상소를 해마다 세 번씩 올리지 않았던가.경왕비가 진심으로 부자 사이를 생각했더라면 진작에 나서서 경왕을 말렸을 것이다.경왕비는 유지영의 말에서 트집을 잡을 수 없으니 겉으로는 관대한 어른 행세를 하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조용히 자리를 뜨려는 유지영을 불러세웠다."지영아, 아직 집안 어른들을 다 뵙지 못했잖니. 다들 널 기다리느라 여태 기다리셨단다."경왕비의 시선을 따라가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경왕비의 작은 아들과 딸은 아직 경성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배영준은 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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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형님, 형님이 이리 너그러우시니 갓 들어온 며느리가 머리 꼭대기에 기어오르려 행패를 부리는 겁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차를 올리는 건 당연한 예법이거늘, 무슨 말이 이리 많단 말입니까!"양정화가 언성을 높였다.뒤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형님, 새 신부가 참으로 버릇이 없군요. 어느 집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감히 이리 뻣뻣하게 군단 말입니까?""그러게 말입니다."다들 한마디씩 거들며 유지영을 깎아내렸다.아까 배현준이 펄펄 뛸 때는 입도 뻥긋 못 하던 자들이 이제 와서 기세를 부리는 꼴이었다.양정화가 눈짓을 보내자, 한 어멈이 다가와 찻잔을 건네받더니 유지영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려 했다."세자비 마마, 오늘 차를 올리시고 호칭을 고치시지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지영은 가차 없이 손을 들어 어멈의 뺨을 후려쳤다.그것도 모자라 무릎을 걷어차고는 찻물을 어멈의 정수리에 들이부었다."악!"어멈이 비명을 질렀다.탕!유지영은 빈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턱을 치켜들었다."미천한 아랫것이 어디 감히 군주인 내 앞에서 방자하게 구느냐!"매서운 호통에 그 자리에 있던 자들 모두가 얼어붙었다.특히 양정화는 기가 막힌 듯 입을 열었다."너..."짝! 짝!자비 없이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양정화의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어멈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을 흘렸다.경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유지영은 손을 거두고 경왕비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입궁하여 차를 올릴 때, 태후 마마께서는 제게 부창부수라고 무엇이든 부군을 따르라 하셨습니다. 제 부군께서 당신을 어머니라 부르지 않는데, 경왕비 마마께서는 제가 태후 마마의 명을 거역하고 호칭을 바꾸기를 바라십니까?"이미 시집을 온 이상 자존심 굽히고 수모를 참을 생각은 없었다.오늘 양정화의 행동은 오히려 그녀에게 좋은 명분이 되었다. 내일 당장 입궁하여 태후에게 임태비를 경성으로 오지 못하게 하라고 청할 생각이었다.또 한명의 까다로운 시어른을 모시며 살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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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유지영이 궁에서 돌아간지 채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다시 입궁하여 예를 올리니, 서 태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부에 돌아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던 게냐?"유지영은 빨갛게 부어오른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왕부로 돌아간 후 있었던 일을 낱낱이 고했다.탕!서 태후는 찻잔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냉소했다."근본도 없는 후비 주제에 감히 네게 어머니 소리를 들으려 한단 말이냐?"서 태후 자신조차 유지영에게 그런 대우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거늘, 경왕비 따위가 어찌 감히 그런 요구를 한단 말인가!"태후 마마, 고정하십시오. 경왕비가 군주의 시어머니이니 어찌 됐든 그 도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시어머니라는 호칭은 부르는 것이 맞사옵니다."소 상궁이 다급히 만류했다.서 태후라고 어찌 그것을 모를까. 다만 내심 유지영이 다른 이를 어머니라 부르는 것을 듣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내 기억으로 경왕비는 아직 황실 족보에 오르지도 못했고 첩에서 정실로 올라온 자니, 신분을 따지자면 우리 지영이보다 귀하지 않아."말을 마친 서 태후는 유지영의 뺨을 어루만졌다."조금만 기다리면 네가 태자비가 될 터이니, 그때는 경왕을 보아도 고개 숙여 인사할 필요가 없을 게다."유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태자비라는 세 글자가 이토록 가볍게 튀어나오다니.그녀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서 태후는 임 태비를 떠올렸다."현준이의 혼례에 병을 핑계로 오지도 않았으면서 분수를 모르는구나! 경성으로 오기 싫다면 영영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이는 유지영의 마음속 생각과 완벽히 일치했다.서 태후는 즉시 명을 내려 한성으로 사람을 보내 임 태비를 위로하게 하고 진귀한 약재를 가득 하사했다."가서 몸이 좋지 않다면 한성에서 삼 년 정도 푹 쉬라고 전하거라.""예, 마마."소 상궁은 태후가 단단히 화가 났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태후가 노할 만도 했다. 경왕비가 눈치가 지지리도 없는 탓이었다. 태후께서 군주를 끔찍이 아끼시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감히 군주에게 곤욕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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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경왕비가 시어머니로서의 위엄을 세우는 건 진작에 글러 먹은 일이었다."참으로 황당하군요.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차를 올리기 싫다고 사방에 고자질을 하고 다닌단 말입니까!"양정화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경왕비는 그 소리가 짜증 났으나 억지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난 그저 계모일 뿐이지 않은가. 현준이가 내게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 단단히 일렀을 테니, 그 아이 입장에서도 곤란했을 거네. 난 지영일 탓할 생각이 없어.""형님, 신혼 첫날부터 기고만장하게 행패를 부리는데 어찌 그리 감싸주십니까?"양정화가 펄펄 뛰며 말했다."우리도 다 며느리 시절부터 꾹 참고 견디며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형님도 며느리이던 시절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안 인사를 올리며 고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지요."임 태비 이야기가 나오자 양정화는 냉소를 흘렸다."두고 봅시다. 고모님이 예법을 얼마나 중시하는 분이신데요. 다음 달에 경성으로 돌아오시면 저리 오만방자하게 구는 꼴을 가만두지 않으실 겁니다!"그 말에 경왕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녀 역시 경왕에게 두 아들을 낳아주고 나서야 임 태비의 시선이 조금 부드러워졌고, 하루도 빠짐없는 시중을 들어서야 겨우 임 태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임 태비의 깐깐한 성정을 떠올린 경왕비는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그때 소 상궁을 배웅하고 돌아온 부관이 안으로 들며 고했다."마마, 소 상궁께서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태후 마마께서 조금 전 교지를 내려 진귀한 약재들을 한성으로 보내셨다 합니다. 그러면서 한성에서 삼 년 정도 푹 쉬며 완치된 후에 경성으로 돌아오라 하셨답니다."그 말에 양정화가 가장 먼저 버럭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태후 마마께서 고모님의 상경을 막았다는 말씀인가요?"경왕비가 다급하게 물었다."소 상궁이 다른 말은 없었느냐?"부관은 고개를 저었다.양정화가 초조하게 말했다."형님, 고모님을 한성에 잡아두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태후 마마께선 왜 뜬금없이 그런 명을 내리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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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긴 회랑을 지나며 수다를 떠는 무리를 흘끗 보니, 무리의 중심에서 양정화가 경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모습에 유지영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경왕비는 든든한 조력자를 데려온 줄 알았겠지만, 정작 이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천한 출신을 얕보며 겉으로만 순종하는 척할 뿐이었다."고모님께서 경성에 오시지 못하는 건 참으로 큰일이네요. 저 천한 계집이 저리 날뛰는데도 형님은 어찌나 무능한지, 새며느리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고."양정화가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었다."방금 제가 사람을 시켜 세자비가 어젯밤 한 짓을 동네방네 퍼뜨리라 했어요. 온 경성이 손가락질하는데도 태후께서 저 애를 두둔하시는지 두고 보자고요."한 부인이 신나게 떠들고 있는 양정화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짓을 보냈다.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본 양정화의 안색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자존심도 있어서 애써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예로부터 시부모를 공경하는 게 이치이거늘, 집안 어른으로서 네게 예법을 좀 가르쳐야겠다. 선왕비께서 살아계셨더라도 나한테 뭐라 하지 못했을 게다."그 말에 주변 친척들도 기세를 얻어 유지영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세자비, 자네도 참을성이 너무 없군그래. 냅다 입궁해 고자질을 해서 태후 마마께서 시어머니를 닦달하게 만들다니. 신혼 이튿날부터 왕부를 이리 쑥대밭으로 만들다니 참으로..."한 부인이 점잔을 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유지영이 눈썹을 휙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어젯밤의 일이 이들에게 충분한 교훈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어른이라 하였느냐?"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뒤에 선 동금을 돌아보았다."이 사람들이 왕부의 어른이냐?"동금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세자비 마마, 당연히 아니옵니다. 이분들은 모두 태비 마마의 친척일 뿐, 왕부의 정식 어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왕부의 어른은 궁에 계시지 않습니까.""미천한 계집종 따위가 감히 함부로 입을 놀려..."양정화가 동금의 뺨을 치려고 달려들었다.유지영이 눈빛을 보내자, 뜻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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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가서 헛소문을 퍼뜨리러 간 자를 당장 잡아 들이거라. 내 명예가 훼손된다면, 그 죗값을 톡톡히 물을 것이다!"말을 마친 유지영은 한 손을 돌탁자 위에 얹었다. 두 번째 삶을 사는 그녀에게 명성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에게 비방을 당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니 반드시 양정화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양정화는 독기 품은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유지영은 입꼬리를 올려 냉소했다."그대에게도 아직 혼인하지 않은 자식들이 있지. 경성으로 의탁하러 온 것도 좋은 혼처를 찾으려는 속셈일 테고. 헛소문 하나 만드는 게 대수겠느냐?"양정화는 그제야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감히!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내 반드시 네년의 주둥이를 찢어놓고 말 테다!""운청!"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운청이 손을 날렸다.앞서 유지영이나 동금이 때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본래 암위 출신인 운청의 손찌검에는 내공이 실려 있었다.양정화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그녀가 침을 뱉으니 한 움큼의 피와 함께 부러진 이빨 두 개가 툭 떨어졌다. 양정화는 울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유지영이 다시 물었다."아직도 고집을 부릴 셈이냐?"뺨을 연달아 얻어맞은 양정화는 유지영이 정녕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는 다급히 곁의 시녀에게 눈짓했다."가... 가서 사람을 잡아 오너라."시녀는 명을 받들고 재빨리 뛰어갔다.유지영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말했다."나는 별다른 흠은 없지만 매사에 계산이 철저하여 손해 보는 짓은 안 하거든. 괜히 스스로 화를 자초하지 말거라."사람들은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바로 그때, 경왕비가 절뚝거리며 돌아왔다.회랑을 지나치던 그녀는 양정화의 얼굴에 난 붉은 자국과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유롭게 앉아 있는 유지영을 보고 자녕궁에서 보낸 두 시진을 떠올렸다. 이번에도 그 얼음장 같은 벽돌 바닥에 꿇어앉아 불경을 필사해야 했다. 게다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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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이 왕부의 안주인은 나다. 나갈 필요 없어!"경왕비는 깊은 숨을 내쉬며 양정화의 팔을 꽉 잡았다.양정화는 아픔을 참으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유지영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동금아, 가서 관아에 고발하거라!"그 말에 양정화는 다시금 얼어붙었다."관아라니?""지영아, 다 같은 식구끼리 어찌 그리 매정하게 구느냐?"경왕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나라의 군주를 헐뜯었으니 당연히 끝까지 죄를 물어야지요."유지영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그녀는 일이 커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저 경왕비가 저 인간을 덮어주려다 그 죄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될 뿐이었다.경왕비가 이를 갈며 말했다."너도 이미 매질을 하지 않았느냐.""저를 헐뜯은 죄는 뺨 몇 대 쳤다고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이쯤 되자 경왕비도 그녀의 속내를 간파했다. 관아에 넘기겠다는 것은 자신에게 타협을 강요하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한 치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어젯밤에도 체면을 구겼는데, 오늘 또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유지영에게 끌려다닌다면 앞으로 경왕비로서 위엄이 서지 않았다.그래서 경왕비는 꾹 참고 버텼다. 말 몇 마디 했다고 진짜 관아에 고발할 리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그러나 동금은 그 자리에서 바로 뛰어나갔다.약 반 시진 뒤, 관아의 포졸들이 왕부로 들이닥쳤다. 포졸들을 본 순간 경왕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피나도록 깨물며 유지영을 노려보았다."너... 정녕 관아에 고발했단 말이냐!"유지영은 억울하다는 듯 물었다."제가 그런 거짓말을 왜 합니까?"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졸들 앞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양정화를 가리켰다. 그제야 양정화는 입을 함부로 놀린 것을 뼛속 깊이 후회했다."세, 세자비. 집안의 수치를 밖으로 퍼뜨려선 안 되지. 정녕 관아에 나를 넘긴다고?"양정화는 기가 차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유지영이 손뼉을 치자, 양정화의 측근 시녀가 입이 틀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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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배현준은 뭇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유지영을 데리고 나왔다.가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꽉 쥔 채 놓지 않는 모습으로 보아,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방비원으로 돌아온 후, 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영아, 오늘 괜한 수모를 겪었구나."그 말에 유지영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전생에 배준형에게 시집갔을 때, 숙태비와 정왕비는 그녀 앞에서 한껏 위세를 부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올리며 온갖 예법을 들이밀고, 조금만 어긋나도 예법 타령을 했다.그러나 배준형은 그녀를 위해 단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으로 눈이 삐었지 싶었다. 그런 무능하고 위선적인 인간에게 마음을 주다니."전 수모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맞고 가만히 있거나 욕을 먹고도 입 꾹 닫고 있는 성격도 못 되고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됐든 경왕비는 안팎으로 체면을 구겼으니 손해본 것은 없었다.배현준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화가 가라앉았지만, 유지영을 대할 때만큼은 표정이 한없이 부드러웠다."그게 맞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거라. 밖에서는 예의범절을 다 지키고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던 지영이가, 이 경왕부에 시집왔다고 해서 갑자기 그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무례한 사람이 될 리가 없지."그는 유지영의 뺨을 쓰다듬더니 하늘을 한 번 보았다."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 있어 잠시 나갔다 와야겠다. 이따 저녁을 같이 먹자꾸나.""예."한편, 아들 부부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경왕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당장 경조윤 쪽에 말을 넣어 정화를 풀어주라 하거라!"경왕이 측근 호위에게 지시했다.나머지 친척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오라버니, 며느리가 참으로 까탈스럽군요.""혼인한지 이틀 만에 현준이를 홀려 예법도 무시하는 꼴이라니. 그저 반반한 얼굴 하나 믿고 날뛰는 게지요."다들 한마디씩 거들며 유지영을 헐뜯지 못해 안달이었다.경왕비는 난감한 듯 한숨을 쉬었다."형님, 괜찮으십니까?"방현숙이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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