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멍하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자... 장공주께서 첨장연을 주관하신다고?"태연한 유지영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거짓말 같지 않았다. 정씨는 뻘쭘해하며 한 발짝 다가섰다."지영아, 그럼 숙모가 옆에서 잔심부름이라도 거들어주마. 아무래도 남보다는 집안 사정을 잘 아는 내가 낫지 않겠니."정씨의 뻔뻔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유지영은 그녀가 온갖 악랄한 수단으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비웃음만 나왔다."손님 배웅해 드리거라!"일말의 여지도 없는 축객령이었다.정씨는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에 발끈했다."지영아, 사람이 어찌 이리도 정이 없어. 내 명색이 네 숙모거늘,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굽히고 사과하는데 가족끼리 어찌 이리 매정하게 구느냐!""셋째 부인, 이쪽으로 가시지요. 호위들에게 끌려서 나가면 체면이 깎이는 건 결국 부인 아닙니까."홍주가 바깥을 가리키며 재촉했다.그 말에 정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애먼 홍주에게 화풀이를 했다."이런 미천한 것! 어디 상전이 얘기 중인데 시녀 따위가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필히 네년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한 게로구나...."정씨는 당장 홍주의 뺨을 후려칠 기세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탁!유지영은 가볍게 손을 뻗어 정씨의 손목을 낚아챘다."끌어내거라!"건장한 시녀 두 명이 달려들어 정씨의 양팔을 붙잡고는 질질 끌고 나가 대문 밖으로 내팽개쳤다.지나가던 백성들이 흘끔흘끔 쳐다보자, 정씨는 바닥에서 허둥지둥 기어 일어나며 얼굴을 붉혔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부인, 군주께서는 이제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만 돌아가시지요."시녀가 다급히 만류했다.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그들이 무슨 수로 유지영과 맞서 싸운단 말인가? 정씨는 억울해도 속으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진상 짓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둘째네에서도 사람을 보냈으나, 이번엔 아예 부관이 대문 앞에서 심부름꾼을 쫓아버렸다."군주님, 화 푸세요. 저런 사람들 때문에 감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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