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노부인."이때 대문 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뜻밖에도 숙태비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와 유씨 노부인의 손을 잡았다."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습니다."경사스러운 날 뜬금없는 말에, 유정남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숙태비 마마, 오늘 제 여식이 시집을 가는 날입니다. 부디 말씀 조심해 주시지요."그 말에 숙태비는 짐짓 놀란 척하더니, 유씨 노부인의 시선을 묘하게 피했다.유씨 노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첫째야,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오늘 나한테 똑똑히 설명하거라.""아니, 노부인께서는 아직 모르고 계셨단 말입니까?"숙태비가 호들갑을 떨었다."제가 오늘 쓸데없는 말을 꺼냈군요. 하지만 선주네는 저희 정왕부의 예비 사돈 아닙니까. 조문을 가려다 보니 국공부의 혼사가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유국공, 이건 자네가 잘못했어. 송씨도 어찌 됐든 가문의 번듯한 어른이거늘, 시신을 아직 장례도 치르지 않았는데 어찌 혼사를 강행한단 말이오. 며칠 미루는 게 도리이거늘."입만 열면 조문이니 시신이니 불길한 단어뿐이었다.유씨 노부인은 숙태비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태비 마마, 대체 무슨 일입니까! 누가 잡혀갔단 말입니까!"숙태비가 머뭇거리는 시늉을 했다."숙태비 마마!"유정남이 차갑게 경고했다."태비 마마께서 말씀하시게 너는 가만히 있거라!"유씨 노부인은 유정남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화기애애했던 혼례식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숙태비가 우물쭈물하자 뒤따라온 어린 시녀가 재빨리 입을 놀렸다."며칠 전 둘째 부인께서 돌아가셨고, 둘째 나으리도 관아에 잡혀가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지란 아가씨는 밖에서 함정에 빠졌다가 생판 모르는 사내에게 구출되어 명성이 더럽혀져, 어제는 자결 소동까지 벌여 온 경성이 시끄러운 상황이지요."그 말에 유씨 노부인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유국공도 참 너무하군. 이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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