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처음 예인이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K국에 있는 부모님과 오빠가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온전히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입양 과정에서 이정환과 서윤주가 적극적으로 도와준 결과, 예인이는 현재 리버파크에서 가장 좋은 방에 머물고 있었다. 화이트와 딸기우유 색으로 사랑스럽게 인테리어된 자신만의 방에서, 아이는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엄마, 아빠 고마워요."예인이를 겨우 재우고 조심스럽게 방을 나오는 정환과 윤주를 안으며 지수는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마음을 고백했다. 윤주가 지수의 등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아니야, 우리가 고마워. 저렇게 사랑스러운 손녀를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잖니?""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우리 딸 너무 장하다."정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동안 홀로 이 차가운 A국에서 온갖 풍파를 견디며 살아갔을 딸의 생각에 부모의 목이 메어왔다. 지수는 속상해하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 활짝 웃으며 거실 한쪽에 쌓여있는 상자들을 바라봤다."엄마, 아빠. 그 전에 저것부터 같이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그래, 지현이 그 녀석은 아직 예인이가 아기라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야."K국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오빠 지현은, 사진으로 본 예인이의 모습에 완전히 반했는지 매일같이 선물을 보내오고 있었다. 또 한 명의 극성스러운 '조카바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얼마간 지수의 곁에 머물며 예인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던 정환과 윤주가 K국으로 떠나자, 평소에는 좁게만 느껴졌던 리버파크가 문득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진과 이혼한 후, 아니 이혼하기 전부터 홀로 서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믿었건만. K국에서의 달콤했던 휴가와 A국에서 보낸 부모님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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