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는 순간, 한수진을 맞이한 것은 기대를 품었던 다정한 연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만함과 탐욕으로 가득 찬, 냉혹하기 짝이 없는 비즈니스맨의 얼굴이었다.강도진은 그녀가 들어왔음에도 변변한 인사 한마디 생략한 채, 탁자 위로 두꺼운 브로셔를 거칠게 밀어 던졌다. 툭, 하고 무거운 소리를 내며 수진의 앞에 멈춰 선 종이 위로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보였다."성운 재단 자선 경매에 곧 출품될 블랙 다이아몬드야. 내일 경매가 끝나는 즉시, 이걸 메인으로 한 프리미엄 라인의 런칭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할 거니까 디자인팀은 지금부터 밤샘 대기해."자신의 화려한 복귀 무대와 기업 이미지 쇄신만을 꿈꾸며, 수진을 철저히 부려 먹기 좋은 ‘도구’로만 바라보는 도진의 일방적인 명령조 대사였다. 하지만 그 눈빛에 감춰진 서늘함과 이용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 채, 수진은 그저 도진이 다시 자신을 불러주었고, 그의 곁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눈이 멀어 있었다.어떻게든 도진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자신을 다시 찾아준 도진을 위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그를 만족시켜야만 이 불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강박이 그녀를 지배했다.도진은 수진이 방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그의 시선은 수진의 얼굴을 지나, 그녀의 원피스 위로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배로 향했다. 순간 도진의 미간이 좁아지며 거친 분노가 일었지만, 그는 간신히 이빨을 악물며 분노를 삼켜냈다."너도 내일 경매에 참석해야 하니까 미리 준비해 두고." "네……? 저도요?" "약혼식까지 대대적으로 치른 마당에, 내가 너를 내버려 두고 이런 공식 행사에 혼자 참석한다면 사교계가 우리를 가만두겠어? 또 다른 추문이 돌기 전에 완벽한 파트너처럼 보여야 해."차가운 다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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