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는 금방이라도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숨을 헐떡였지만, 재윤은 여전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느긋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창백하게 질린 은주의 뺨을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릴 뿐이었다."실장님이 잘못 들은 거에요. 고용인이 한둘도 아니고, 다들 제 일 하느라 바쁜 사람들이에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재윤은 은주가 느끼는 공포를 비웃기라도 하듯 나직하게 웃어 보였다.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동요나 불안감도 섞여 있지 않았다.재윤은 헝클어진 침대에 기대앉은 채, 사시나무처럼 떨며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허겁지겁 주워 입는 은주를 여유롭게 감상할 뿐이었다.은주는 쫓기듯 재윤의 침실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지만, 단 한 순간도 안도할 수 없었다.자칫하면 최종우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문밖의 그 발소리가 최종우였다면, 혹은 그에게 충성하는 다른 누군가였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그의 아들 방에 스스로 찾아가 짐승처럼 정사를 벌인 추악한 약혼녀의 행각을 들켰다면.결국 끓어오르는 배덕한 욕정에 눈이 멀어 제 발로 최재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끔찍한 자기혐오가 족쇄처럼 목을 죄어왔다.은주는 새벽녘의 차가운 한기 속에서 온몸을 덜덜 떨며 밤새 단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호사스러운 대리석 식탁 위에는 최고급 식기와 정갈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지만, 은주에게는 그 모든 것이 장식물처럼 보였다.수면 부족으로 푸석해진 얼굴을 화장으로 가린 은주의 맞은편에는, 늘 그렇듯 완벽하게 정돈된 슈트 차림의 최종우가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는 두 사람만이 마주 앉은 채 침묵 속에서 식사를 이어갔다.달각거리는 소리만이 위태롭게 울려 퍼지던 그때, 최종우가 마침내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은주야."사장이 아닌 약혼자로서 부르는 나직하고 다정한 음성이었지만, 은주의 어깨는 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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