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틈 사이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본능적으로 깨달은 팰릭스는 비명과 함께 구석으로 자진하여 찌그러졌다.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주인의 허락도 없이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낮보다 더 싸늘하고 한층 더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카엘루스였다. 맹수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그는 말했다.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이제는 남자를 불러들여? 펠릭스 네놈은 여기 왜 있지?” 이 서늘한 압박감은 분명 그에겐 루체른가의 피가 섞인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칼라일 오라버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방 안의 공기를 이렇게 얼려버릴 수는 없을 테니까.**“아니, 나가지 말라고 해서 방안에 얌전히 있었는데 왜 또 난리예요?!” 더 이상 참다못한 내 비명이 먼저 터져 나왔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올 기세였던 카엘루스의 어깨가 움찔했다. 펠릭스는 이미 침대 뒤로 몸을 반쯤 숨긴 채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난 홀로 방 안에 있으라는 소리였지, 남자랑 방 안에서 속닥거리고 있으란 소리가 아니었어.” “저기… 같은 보좌관이라 저희 업무이야기 해야 하거든요? 나가지 말라고 해서 얌전히 방에서 만났는데 왜 또 시비예요! 폐하, 밴댕이 소갈딱지 같아요!” “푸흣-! 아아, 죄송합니다!” 찌그러져 있던 펠릭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뿔싸. 나도 모르게 흥분하다 보니 속마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제국 역사상 황제 앞에서 감히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여자는 아마도… 내가 처음일 듯싶다. 그는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삼키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감히 짐을 앞에 두고 그딴….” 분명 무시무시한 폭언이나 위협이 쏟아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그 순간, 정적을 깬 것은 카엘루스의 분노가 아니었다. —꼬르르르르륵! 아침보다 더 정직하고, 더 길고, 더 우렁찬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내 위장은 이렇게 완벽하게 잘못된 타이밍에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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