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블랙 황궁을 퇴사하려다 미친 황제와 엮여버렸다.: Chapter 41 - Chapter 50

92 Chapters

제41화. 안경 너머 치명적인 미소 (1)

“솜뭉치, 너 이리 와!”​내가 근엄한 표정으로 손가닥을 까딱하니 황제와 신나게 싸우다 언제 그랬냐는 듯 가만히 멈췄다.​그러고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알에 묻은 소스를 털어내더니, 이내 때구르르 굴러서는 내 손에 쏙 들어가 안겼다.​이렇게 순한 양(아니, 순한 알?)이 되다니,​“… 하!”​어이없다는 듯 카엘루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알 녀석(?)의 180도 바뀐 태도에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나는 이 승부의 진정한 승리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듯 알을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봤죠?’​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본 카엘루스는 황당해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보좌관에게만 저렇게 순종적이라니. 체면이 말이 아니군.”​식사를 마친 그가 우아하게 입가를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햇살을 받은 그의 실루엣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완벽했다.​“난 회의가 있어 가봐야 한다. 저녁은 같이 먹을 테니 늦지 말고.”​그는 떠나기 전 내 옆을 지나가며 낮게 읊조렸다.​“궁 내 가고 싶은 곳은 다 가도 좋다. 단, 너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지는 마라. 보는 눈이 많으니.”​마치 어린애를 물가에 내놓은 부모 같은 말투였다.​음, 본인만의 영역 안에 가둬두고 싶은 맹수의 소유욕 같기도…​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사실 머릿속은 이미 딴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빨빨거리며 다니지 말라고? 무슨 소리! 이제부터가 진짜 내 업무 시작인데.’​카엘루스가 멀어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곧장 황실 도서관으로 향했다.​어제의 마차 납치 사건과 오늘 아침 단추 소동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역시 1일 1 로판이 시급했다.​이미 뻔질나게 드나든 황실 도서관이긴 했지만, 아직 100분의 1도 읽지 못했는 걸.​“어디 보자, 로맨스 서가는 분명 이쪽이었던 것 같은데…….”​방대한 서고 사이를 누비며 나는 빠르
Read more

제42화. 안경 너머 치명적인 미소 (2)

“실례지만, 성함이……?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사서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마탑 소속 마법사인 벨리안이라고 합니다. 폐하의 요청을 받고 잠시 황궁에 머물며 연구를 돕고 있지요.”​마탑의 마법사, 벨리안이라니!​로판의 공식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능력 있는 마법사 + 다정한 성격 + 안경 = 무조건 치명적인 서브 남주’.​게다가 황제의 요청으로 왔다면 분명 이 정체 모를 검은 알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벨리안은 내 안주머니 쪽으로 시선을 던지더니 다 안다는 듯한 신비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마 영애가 보살피고 있는 그 ‘특별한 존재’를 알아보는 데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보좌관님.”​나를 부르는 ‘보좌관님’이라는 호칭이 카엘루스의 입에서 나올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 귓가에 감겼다.​잔잔한 호숫가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같았다.​나는 하마터면 이 눈 호강 시켜주는 마법사의 미소에 홀려 “어서 분석해 주세요!”라고 외칠 뻔했다.​하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았다.​‘정신 차려, 엘리노아. 여긴 로판 속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현실!’​하지만 내 결심이 무색하게도 벨리안은 어느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며 나긋하게 속삭였다.​“앞으로 자주 뵙게 될 것 같군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 도서관 3층 끝방으로 찾아오세요. 보좌관님만을 위한 ‘특별한 참고서’를 준비해 두겠습니다.”​그의 눈동자가 안경 너머로 반짝였다.​카엘루스가 말한 ‘빨빨거리지 마라’는 당부가 무색하게, 내 황궁 생활에 아주 강력하고도 달콤한 유혹이 등장해 버렸다.​​​**​​​벨리안이란 마법사와 인사를 마치고, 좀 더 도서관 깊숙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그동안 오라버니의 눈을 피해 변장 아티팩트를 뒤집어쓰고, 들킬까 봐 숨 죽이며 로판을 읽던 그 서러운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오늘은 다르다.​서브 남주 같은 잘생긴 마법사도 만나고, ‘특별 보좌관
Read more

제43화. 그 남자의 질투란, 생각보다 지독했다 (1)

아니? 회의에 간다던 남자가 왜 벌써 여기 있는 걸까?​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힌 충격보다 정수리에 따갑게 꽂히는 그의 서늘한 시선이 왠지 모르게 더 아프게 느껴졌다.​나는 본능적으로 급하게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리려 했건만, 카엘루스는 이미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한 발짝 더 다가와 내 도주를 차단하며 나를 내려다보았다.​“폐, 폐하? 회의 중 아니셨나요?”​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방금 엿들은 가시왕관 사건에 대해 저 남자는 알고 있을까?​그들이 어쩌면 은 원통이 소멸된 게 아니라 알이 되어 내게 있다는 사실까지도?​황제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엘리노아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어지럽게 뒤엉켰다.​카엘루스는 대답 대신 창백해진 내 얼굴을 훑어 내렸다.​마치 내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 내려는 것처럼…​“회의가 지루해서 일찍 끝냈지. 그보다 엘리노아 보좌관은 내 당부를 잊은 모양이야. 분명 빨빨거리며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이 우습나?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거대한 그의 그림자가 나를 집어삼킬 듯 덮쳐왔다.​“그게 아니라, 저는 그저… 도서관에 책들이 궁금해서….”​숨이 막혔다.​“책을 보러 온 것치고 표정이 지나치게 비장하군. 제국의 멸망이라도 목격한 건가?”​카엘루스의 붉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내 뺨 근처로 가져갔다.​나는 움찔하며 눈을 감았으나, 그의 손가락은 내 귀를 지나쳐 그 바로 옆 서가 기둥을 짚었을 뿐이었다.​순식간에 그의 품 안에 갇힌 꼴이 되었다.​그의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체향이 코끝을 스쳤다.​기분 좋은 그의 체향이 지금은 설렘보다는 무언가의 압박감으로 다가왔다.​“그대의 심장 박동이 여기까지 들려. 무얼 숨기는 거지?”“없습니다. 없어요. 전혀요! 그저 갑자기 폐하께서 나타나셔서 놀랐을 뿐이에요.”“… 거짓말.”​카엘루스가 낮게 읊조리며 얼굴을 가까이 밀착했다.​그의 긴 속눈썹이
Read more

제44화. 그 남자의 질투란, 생각보다 지독했다 (2)

“으으으…”​머리 아파…​복잡하게 얽힐수록 한 가지 확실해지는 건, 지금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황제가 있고, 내가 그에게 진득하게 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그런 음모 따위가 아니었다.​아침의 다정한 눈길은 온데간데없이 서늘한 채 돌아서던 그의 뒷모습이, 그 찰나의 냉담함이 가시처럼 박혀 자꾸 내 마음을 찔러댔다.​“누가 폭군 아니랄까 봐, 기분이 이랬다 저랬다, 왜 저래?”“…속상하게.”​입술을 삐죽이며 터벅터벅 걷던 나는 문득 멈춰 섰다.​‘음? 내가 왜…?’​내가 굳이 저 미친 황제의 태도에 일일이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이 콕콕 쑤셔오는 건 분명 서운한 감정이었다.​‘외로워서 그럴 거야, 엘리노아. 괜찮아.’​아마도 다정다감한 오라버니들 곁을 떠나 홀로 황궁에 덩그러니 남겨진 탓이리라.​그저 집이 그리워진 걸 거라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외면한 채 서둘러 방으로 발을 옮겼다.​​​**​​​회의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대신들이 내뱉는 국정 현안들은 평소보다 더 느리고 지겹게 들렸다.​머릿속에는 오직 아침에 보았던 단추를 채워주며 쩔쩔매던 엘리노아의 복숭아처럼 불그스름한 얼굴만이 맴돌 뿐이었다.​펠릭스 덕에 볼 수 있었던 맑은 두 눈에 그렁거리는 그녀의 눈물을 문득,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지루한 회의 시간 동안 갑자기 그녀를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결국 참지 못하고 회의를 대충 끝내버렸다.​평소와 다른 황제의 행동에 대신들이 당황스러워했으나 알 바 아니었다.​그저 그녀가 보고 싶었다.​카엘루스의 마음을 이미 읽은 그림자들이 그의 그림자 속에서 속삭였다. 그녀가 도서관으로 향했다고.​그럴 줄 알았다.​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그녀가 있을 법한 곳을 이미 알고 있기에 빠르게 그녀를 향해 갔다.​토끼처럼 깜짝 놀라 책을 뒤로 숨기려나?​그녀를
Read more

제45화. 그 남자의 질투란, 생각보다 지독했다 (3)

​​달리듯 빠르게 걸어 방에 도착한 엘리노아는 침대 위로 몸을 던져 푹신한 실크 침구에 얼굴을 파 묻었다. 마음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카엘루스의 얼굴이 너무 미워서 생각하기 싫은데,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떠오른다. ‘이! 밴댕이 소갈딱지 폭군 같으니라고!’ 안전한 내 방에 들어와서 그런지(?) 생각할수록 점점 열받기 시작했다. “아니 본인 입으로 가고 싶은 곳 다 가도 된다며! 내가 엄청 돌아다니다 도서관에 간 것도 아니고 어?!” 보는 눈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둥 아침에는 세상 다정한 척을 혼자 다하더니, 갑자기 어디서 기분 나빠져서 와 가지고는 뭐?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괜스레 이불을 발로 뻥뻥 차며, 황제한테 속상했던 일들에 대한 분풀이를 해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가 가라앉자 도서관에서 들은 대화들이 점점 선명하게 머릿속을 흔들기 시작했다. “카시안 오라버니도 분명 균열을 말했고, 시점은 다르지만 엘릭 단장도 말했지.” 그리고 오염되었던 은 원통까지… 단편적인 사건들이 점들로 이어지더니 어느덧 하나의 선을 이루기 시작했다. 결국 이 사건들의 종착지는… 내 품 안에 있는 이 알 이려나? 대체 뭐 대단한 게 나오려고 이리도 난리법석일까? 숙부님이 말한 솜뭉치는 역시, 전설의 드래곤 같은 건가? 그러기엔 손바닥보다 작은 걸… 빠른 시일 내에 숙부님과 오라버니들을 만나 대책을 간구해야 할 것 같다. 벨리안이라는 마법사가 마탑출신이라 했으니, 아마 숙부님은 그를 알겠지? 문득 벨리안의 부드러운 미소가 생각났다. 분명 햇살처럼 따뜻하고, 아무 의심도 들지 않던 얼굴이었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떠올리려니 그 미소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오히려, 차갑게 식어버린 카엘루스의 얼굴을 떠올리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프게 데워지는 느낌이랄까? 숨 막힐 것처럼 답답한데, 이상하게도 놓고 싶지 않았다. 정체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때였다. 톡-! 문밖에서 헛
Read more

제46화. 그 남자의 질투란, 생각보다 지독했다 (4)

열린 문틈 사이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본능적으로 깨달은 팰릭스는 비명과 함께 구석으로 자진하여 찌그러졌다.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주인의 허락도 없이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낮보다 더 싸늘하고 한층 더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카엘루스였다. 맹수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그는 말했다.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이제는 남자를 불러들여? 펠릭스 네놈은 여기 왜 있지?” 이 서늘한 압박감은 분명 그에겐 루체른가의 피가 섞인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칼라일 오라버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방 안의 공기를 이렇게 얼려버릴 수는 없을 테니까.​**​“아니, 나가지 말라고 해서 방안에 얌전히 있었는데 왜 또 난리예요?!” 더 이상 참다못한 내 비명이 먼저 터져 나왔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올 기세였던 카엘루스의 어깨가 움찔했다. 펠릭스는 이미 침대 뒤로 몸을 반쯤 숨긴 채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난 홀로 방 안에 있으라는 소리였지, 남자랑 방 안에서 속닥거리고 있으란 소리가 아니었어.” “저기… 같은 보좌관이라 저희 업무이야기 해야 하거든요? 나가지 말라고 해서 얌전히 방에서 만났는데 왜 또 시비예요! 폐하, 밴댕이 소갈딱지 같아요!” “푸흣-! 아아, 죄송합니다!” 찌그러져 있던 펠릭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뿔싸. 나도 모르게 흥분하다 보니 속마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제국 역사상 황제 앞에서 감히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여자는 아마도… 내가 처음일 듯싶다. 그는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삼키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감히 짐을 앞에 두고 그딴….” 분명 무시무시한 폭언이나 위협이 쏟아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그 순간, 정적을 깬 것은 카엘루스의 분노가 아니었다. —꼬르르르르륵! 아침보다 더 정직하고, 더 길고, 더 우렁찬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내 위장은 이렇게 완벽하게 잘못된 타이밍에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Read more

제47화. 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마라 (1)

​​​​황궁의 식당은 지나치게 넓고 화려했다.​그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내 바로 앞에 떡하니 놓인 선홍빛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와규 스테이크였다.​“…….”“…….”​한마디 말없는 이 적막 속에서 오직 카엘루스의 우아한 손놀림으로 스테이크를 써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그는 한 입 크기로 완벽하게 고기를 자른 접시를 슬그머니 내 앞으로 밀어 놓았다.​“자, 그렇게나 좋아하는 와규 쓰리뿔 치맛살 스테이크다. 많이 먹도록.”​완벽한 비율로 지방이 달라붙어 있는 이 스테이크를 보자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실 만큼 흥분되는 순간이었다.​나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고기 한 점을 입에 밀어 넣었다.​팡팡 터지는 이 육즙! 보답받는 기분이란 이런 게 아닐까? 조금 전 머리끝까지 올라가던 수치심이 살짝 내려가는 기분이다.​역시 자본의 맛, 아니지 황실 권력의 맛은 위대하구나!​“저, 폐하…”“무슨 일이지?”​조금 다정하게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까 펠릭스 님이랑은 정말 업무 이야기만 했어요, 그리고 벨리안님은…”​마법사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고기를 씹던 카엘루스의 턱 근육이 움찔거렸다. 또 이상한 불똥이 튈까 봐 나는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정말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알에 대해 무언갈 아시는 듯하여 대화한 것뿐이었어요. 폐하께서 아끼시는 인재라면서요.”​카엘루스가 포크를 내려놓은 후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펠릭스 그놈이 아무래도 입을 가볍게 놀렸나 보군.”“폐하를 진심으로 따르는 분이잖아요. 저는 정말… 폐하께서 열 살에 그런 일을…”​나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카엘루스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정말 대단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좀 아파서요.”​카엘루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늘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던 그가 처음으로 무방비하게 시선을 떨구었다.​“그대는 나를 지금 동정하는 건가?”“제가 누굴 동정할 수나 있나요? 이건 존경하는 거죠. 제가 모시
Read more

제48화. 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마라 (2)

​​이상하게 오늘은 왠지…​태양궁 본궁으로 향하는 복도가 평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아마도 저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영애들이 곳곳에 무리 지어 서서는,​엘리노아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저 사람이 루체른 영애인가 봐.”“보좌관이라더니, 복장이 참 기이하군.”​그녀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지만 나에겐 조금도 타격감이 없었다.​늘 그렇듯 그저 외부용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릴리가 정성껏 준비해 준 코트의 깃을 세우며 걸을 뿐이었다.​하지만 그것도 정원 모퉁이를 도는 순간, 앞을 가로막고 선 무리로 인해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루체른 영애, 아니 ‘특별 보좌관’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고압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자벨라 벨루아였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오만한 시선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 내렸다.​“누구… 였더라?”​굉장히 인상적인 외모가 아닌 이상, 크게 누군가를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기에… 눈앞에 영애가 누군지 가물가물 했다.​그저 내 앞에서 야옹거리는 이 영애가 귀여울 뿐이었다.​순간 내가 그녀를 기억조차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자벨라는 분한 나머지 체면도 잊은 채 소리쳤다.​“영애! 지난번 응접실에서 다짜고짜 그쪽이 저를 밀쳤잖아요!”“아?! 그 말 많던…? 어디였지? 그래, 벨루아 공작가?”“영애!!!”​그녀는 소리를 꽥-! 질렀다.​늘 완벽한 궁중예절을 선보였던 벨루아 공녀가 이성을 잃고 소리치자, 순간 주변 영애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순식간에 일그러진 표정을 내비치던 그녀는 아차 싶어 빠르게 갈무리한 후 특유의 비아냥거리는 투로 나에게 말했다.​“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영애는 수치심을 모르나요? 이렇게도 부족한 자가 무려 황제 폐하의 특별 보좌관이라니.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결단코 사양했을 거예요.”“음… 소리 지른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인데…”​내 말을 끝으로 이자벨라는 나를 불태울
Read more

제49화. 돌멩이 치워주는 황제 폐하(1)

​​​​며칠이 지났을까? 금박으로 화려하게 수 놓인 초대장 하나가 엘리노아 앞으로 날아왔다.​바로 그럴 리 없는 벨루아 영애가 특별 보좌관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보낸 자신의 ‘티파티’ 초대였다.​“아가씨, 이건 누가 봐도 뻔한 함정이에요! 저 독사 같은 벨루아 공녀가 아가씨를 축하해 줄 리가 없잖아요.”​언제 가져왔는지 릴리의 손에 들려있는 소금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당장이라도 뿌릴 기세였으나,​나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초청장을 만지작거렸다.​지금까지 그녀의 행동을 보면 이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했다.​잘은 모르겠으나 사교계라는 전쟁터에서 이기려면 역시 정면 돌파가 필요했다.​“걱정 마, 릴리. 나한테는 황제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잖아?”​얼마 전 다정한 눈으로 곁을 떠나지 말라는 카엘루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오늘도 나는 릴리가 정성껏 단장해 준 미드나잇 블루 코트를 차려입고 초대장에 적혀있는 미로 정원으로 향했다.​미로 정원 중앙에 있는 정자에는 이미 이자벨라와 그녀를 따르는 영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옷차림으로 쏟아졌다.​“어머, 루체른 영애. 아니지, 보좌관님이신가요? 복장이 무척… 공녀답지않게 실용적이네요. 마치 시종들의 제복 같아 보이네요.”​이자벨라가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비아냥거렸다. 주변 영애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킥킥대며 맞장구를 쳤다.​“폐하를 보필하는 자리이니까요. 거창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 서류 뭉치를 들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어요?”​나의 차분한 대꾸에 이자벨라의 미간이 움찔거렸다.​만발의 준비를 해놓은 그녀는 곧바로 화제를 돌려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보좌관이라는 게 결국 폐하의 시중을 드는 일일 텐데 귀하디 귀한 루체른 공작저 공녀님이 하기엔 너무 미천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그렇죠.​혹시라도… 폐하께서 영애를 특별 보좌관이 아니라, ‘특별 장난감’ 정도로 여기시는 건
Read more

제50화. 돌멩이 치워주는 황제 폐하 (2)

는 이미 안색이 흙빛이 되어 혼절하기 직전이었다.​“아, 참.”​갑자기 걸음을 멈춘 카엘루스가 낮게 읊조렸다.​“가만히 있지 않는 돌멩이들 때문에 정신이 사납군, 벨루아 공녀. 당분간 입궁을 금한다. 황명이야.”​황제의 서늘한 추방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이자벨라는 정말 돌이라도 된 듯 굳어버렸다.​카엘루스는 여전히 내 허리를 놓지 않은 채 묵묵히 태양궁을 향해 걸었다.​“폐하? 저기 이제 손 좀…”​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에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으나 돌아오는 건 더 단단하게 붙잡은 그의 손이었다.​“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셨어도 되셨어요.”​슬쩍 눈치를 보며 묻자 카엘루스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일렁였다.​“난 내 사람이 밖에서 얻어맞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거든.”​그의 손가락이 내 입술 언저리를 스치듯 지나갔다.​“엘리노아. 너를 건드리는 것은 곧 제국의 태양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 그게 누구든 나는 용서할 생각이 없으니까 명심하도록.”​그는 그저 황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한 말일 테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왠지 그의 집착과 소유욕이 진득하게 담긴 이 고백 아닌 고백에…​여러모로 이 남자는 위험했다.​​​**​“이건 말도 안 돼! 감히 그따위 생기다만 꼬맹이 때문에, 이 벨루아 공작가의 나한테 입궁 금지라고?!”​마차 안은 이자벨라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호화로운 실크 시트는 갈가리 찢겼고, 그녀가 애지중지하던 보석 부채는 바닥에 내팽개쳐져 볼품없이 꺾여 있었다.​황궁 정원에서 카엘루스에게 당한 수모는 이자벨라의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며 남은 이성조차 갉아먹었다.​“엘리노아 루체른! 그 천박한 것이 감히 내 자리를 가로채고 폐하를 홀려?”​이자벨라의 눈이 독기로 번뜩였다.​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다. 황명이 떨어진 이상 당분간 가문의 힘만으
Read more
PREV
1
...
34567
...
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