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บทที่ 91 - บทที่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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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털어놓는 진실

집무실의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밖의 겨울 햇살조차 차갑게 얼어붙을 듯한 침묵이 라리엘을 맞이했다.책상 앞에 앉아 있던 아르덴은 그녀를 발견하고는 손에 든 두꺼운 서류 뭉치를 꽉 쥐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구겨질 만큼 힘이 들어갔지만, 그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듯했다.그의 안색은 평소보다 창백했고, 굳게 다문 입술은 그가 이미 수차례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거기 앉아.”아르덴이 턱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라리엘은 마치 물속을 걷는 듯 무거운 공기를 헤치고 나아가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아르덴 역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서류 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할 얘기라는 거, 뭐야?”라리엘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메마르고 건조하게 울린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아르덴은 곧바로 입을 여는 대신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다.“시작하기 전에, 라리엘. 내게 한 가지만 반드시 약속해줘.”그의 목소리는 지독하리만큼 낮고 진지했다.“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절대로 너 혼자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고 혼자 움직이거나 위험한 일을 자초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리엘은 의아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향한 강한 구속처럼 느껴졌지만, 그 눈 속에 담긴 절박한 우려를 무시할 수 없었다.“...알았어. 약속할게. 무모하게 혼자 행동하지 않을거야.”그녀의 확답을 듣고서야 아르덴은 길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입을 뗐다.“네 아버님&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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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감정의 소용돌이

아르덴의 미간이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졌다.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창밖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창 너머에서는 겨울 햇살이 여전히 눈이 시리도록 차갑게 빛나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풍경도 담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오직 과거의 끔찍한 잔상만을 좇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낮게 중얼거리듯 말을 꺼냈다.“배후를 알아보자고, 내가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면… 백작님은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야.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아니ㅡ”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고쳤다.“어쩌면 모든 게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일지도 몰라. 내가 그 진실의 자락을 들추지만 않았더라도 그분은 아직 살아계셨겠지.”순간 아르덴의 목소리가 울컥 젖어 들었다.목울대가 크게 일렁이며 그의 푸른 눈동자에 찰나의 물기가 비쳤다. 감정이 한꺼번에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곧바로 이를 악물었다.여기서 무너질 자격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르덴은 턱 끝에 힘을 주어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평소의 담담한 말투를 되찾았다.“그러니 나를 미워해도 좋아.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그의 시선이 다시 라리엘에게 향했다.라리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머릿속이 수만 갈래의 생각으로 뒤엉켜, 어떤 말도 쉽게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가문의 추악한 역사에 대한 공포, 아르덴을 향한 지독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서운함.그 모든 감정이 한데 섞여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를 더 원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라리엘은 비망록을 품에 안은 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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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거짓말의 끝

아르덴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낡은 종이가 사각이며 소리를 냈다.​“약 100년 전, 이곳이 플로렌스 가문에 편입될 당시 대규모 학살이 있었어. 기록에 명시된 지역 규모와 상권으로 볼 때, 승자가 챙겼을 전리품의 액수는 결코 적지 않았을거야.”아르덴의 손가락이 누렇게 변색된 장부의 숫자들과 복잡하게 그려진 지도의 경계선을 천천히 훑었다.“하지만 이상한 건 여기야. 당시 플로렌스 가문의 공식 장부에는 토지만 편입되었을 뿐, 그에 상응하는 자금이 귀속된 흔적이 전혀 없어.”​그의 설명은 차분하고 논리적이었다. 라리엘은 그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네가 아버지에게 조사해보자고 한 이유가 그 막대한 재산을 누군가 빼돌렸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아르덴은 대답 대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옆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라리엘이 다음 질문을 던졌다.“그럼 제이드... 제이드는 그 배후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네가 그를 찾는 거야?”​순간 아르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라리엘을 바라보았다.“내가 제이드를 추적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우연히 알게 됐어. 정말로 우연히.”베르너의 서류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하면 베르너가 곤란해질 것 같아 그렇게만 말해두었다. 라리엘이 차분하게 덧붙였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아, 아르덴. 숨길 생각 하지 말고 내 눈을 보고 제대로 대답해줘.”​아르덴은 탄식 섞인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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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장난이 아니야

잠시 후 입술이 떨어지며 두 사람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많은 감정이 그 사이에 꽉 차 있었다. 그가 나직하게 속삭였다.“그럼 이것도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아줘.”라리엘의 눈동자가 가만히 흔들렸다.그녀의 눈을 들어다보던 아르덴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허락을 구하듯 부드럽고 천천히 입을 맞추어 왔다. 깃털이 닿는 듯 조심스러운 감촉이 따뜻하게 이어졌다.비록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서로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못한 채 뜨거운 숨결만이 가볍게 섞여 들었다.이윽고 그가 입술을 떼어내며 물러나려 하자, 라리엘이 그의 셔츠자락을 살짝 움켜쥐었다.가지 말라는, 더 달라는 솔직한 신호였다. 라리엘의 반응에 아르덴의 숨이 단숨에 깊어졌다. 눈을 감은 그녀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기다렸다는 듯 더 깊게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달콤한 숨결이 섞여 들었다.아르덴의 커다란 손이 라리엘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그녀를 제 쪽으로 이끌었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그리움, 미안함, 그리고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절절한 사랑이 녹아든 입맞춤이었다.아르덴은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진심을 쏟아붓듯 그녀의 입술 사이로 번지는 숨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더 깊고 진하게 파고들었다.라리엘의 숨이 미세하게 끊어졌다 이어졌다.부드럽게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온기에 두근거림이 귀 끝까지 차올랐다. 감은 눈 뒤에서 감각은 더 선명해졌다.그의 숨결, 입술의 온도, 고개를 기울이는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셔츠 자락을 쥔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아르덴은 그녀의 반응에 잠시 움직임을 늦췄다. 하지만 진해진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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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합류

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집무실의 정적을 갈랐다.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던 아르덴은 밖을 내다보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는 노크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감정이 실리지 않은 낮고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와.”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예상대로 라리엘이었다.문턱을 넘어선 그녀의 발걸음은 더없이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기묘한 결연함이 서려 있어 결코 주저함이 없었다.베르너는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뜨며 아르덴을 바라보았다.소파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던 트리샤 역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그녀는 나른하게 풀려 있던 눈을 가늘게 뜨며, 등받이에서 몸을 조금 앞으로 떼고 라리엘을 똑바로 응시했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시선이었다.라리엘은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서서, 방 안의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며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공기 중에 떠도는 긴장감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베르너의 당혹감, 트리샤의 경계, 그리고 여전히 창밖을 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 아르덴의 뒷모습까지.라리엘은 숨을 가만히 고른 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평온한 투로 물었다.“나도 여기 앉으면 되는거야?”담담한 목소리에 트리샤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팽팽하던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그녀는 다시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마침내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는 의미였다.“뭐야, 결국 그렇게 된거에요? 두 분 사이에 비밀 놀이는 이제 끝났나 보네.”라리엘은 대꾸 대신 짧게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그 모습을 창틀에 비친 그림자로 지켜보던 아르덴이 마침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길이 라리엘을 거쳐 베르너에게 머물렀다. 그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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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신의 영역

 “백작님께서는 생전에 수도원 본당의 개보수를 위해 기부금을 서약하셨습니다. 그 대가로 저희 수도원은 지난 수년간 백작가의 소작농들에게 수도원령의 비옥한 농경지를 무상으로 경작하게 해주었지요. 이미 권리는 제공되었고, 이제 백작가가 그 비용을 지불할 차례입니다.”종이에는 죽은 플로렌스 백작의 서명과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아르덴은 서류를 훑으며 낮게 물었다.“기부 서약이라기엔 그 금액이 너무 많군. 대체 수도원령의 농경지가 얼마나 되어야 이 금액이 나오는 거지?”그러자 수도원장은 가엾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그만큼 백작님의 신심이 깊으셨던 거지요. 만약 이 서약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수도원은 백작가가 지난 세월 취한 무단 경작 이득을 ‘성물 횡령’으로 간주하여 황실 종교 법정에 제소할 수밖에 없습니다.”아르덴은 라리엘이 법정의 피고인석에 서서 신분을 박탈당하는 꼴을 볼 수 없었다.결국 그는 그 터무니없는 금액을 가문의 채무와 함께 떠안았다. 그땐 그저 탐욕스러운 노인네의 잇속 챙기기라 생각했으나,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달랐다. 만약 그의 뒤에 녹스가 있었다면?그 순간, 창가에 기대어 있던 아르덴의 눈빛이 바뀌었다. 마치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한순간에 맞물린 듯, 그의 푸른 눈동자에 서늘한 빛이 깃들었다. 그는 천천히 트리샤를 향해 몸을 돌렸다.“트리샤. 그날 탈레스가 했다던 말을 기억해?”갑작스러운 질문에 트리샤는 반사적으로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다.“탈레스요? 그 녀석이 했던 말이 워낙 많아서…”“제이드를 숨겨놓은 곳은 신밖에 모를거라고 했던 말 말이야.&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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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선을 긋는 방식

라리엘은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이 잠시 열렸다가, 이내 스러지는 숨과 함께 조용히 다물었다.“알았어.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그럼… 나도 이만 나가볼게.”라리엘은 간결하게 말을 마치며 아르덴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공기 중에서 두 사람의 애틋하고도 복잡한 시선이 잠시 얽혔다 풀리고, 이윽고 묵직한 문이 열렸다.그녀가 집무실을 나가자 트리샤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가벼운 발걸음이 문을 향해 몇 걸음 옮겨졌을 때, 아르덴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공간의 흐름을 뚝 끊어냈다.“잠깐, 트리샤.”“뭐죠?”귀찮다는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채 발걸음을 멈춘 트리샤는 제자리에 서서 팔짱을 꼈다.그녀는 몸을 반쯤 돌려 아르덴을 향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아르덴은 곧바로 입을 여는 대신, 펜을 내려놓고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며 잠시 말을 골랐다.감정을 섣불리 내보내지 않으려는 습관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결국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말을 꼭 그렇게 냉정하게 해야겠어?”트리샤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갛게 그를 쳐다 보았지만 아르덴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듯 쏘아보았다.“집사가 배신을 했다느니 하는 잔인한 사실을, 본인 앞에서 꼭 그런식으로 상기시킬 필요는 없잖아. 그 배신한 집사가 당신 아버지인걸 기억 못하는건 아니겠지?”잠깐의 정적이 집무실을 짓눌렀다. 그 말이 겨냥한 곳이 어디인지 트리샤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가장 아픈 치부를 들춰내는 지적이었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리며, 묘하게 비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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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휴식

며칠 뒤, 집무실의 무거운 공기는 베르너가 가져온 한 장의 도면 위에 낮게 가라앉았다.아르덴은 누렇게 바랜 양피지 위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가느다란 선들을 굳은 표정으로 짚어 내려갔다.양피지의 가장자리는 이미 닳아 바스러져 가고 있었고, 잉크는 흐릿하게 변색되어 있었다.수십 년 전, 수도원의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옛 도면이었다.베르너가 도면의 가장 어두운 음영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도면상으로는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수도원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근처에 흐르는 강으로 연결되는 수로가 존재합니다. 기록을 더듬어보니 오래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용수 확보나, 전쟁 등의 비상시를 대비해 설계된 도피로였던 듯하나, 지금은 지도상에서도 완전히 잊힌 길입니다.”베르너의 나지막한 보고를 들으며 아르덴의 푸른 눈매가 날카로워졌다.손가락 끝으로 양피지 위의 지하 수로 경로를 지그시 누르는 그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그 수로를 통한다면 외부의 이목을 피해 내부로 진입하거나, 반대로 무언가를 빼돌리는 것도 가능하겠군. 그렇다면 현재 수도원의 지상 출입자들은 어떻지?”“그게 문제입니다. 수도원에 드나드는 이들을 감시했지만, 신분이 확실한 성직자들과 상인들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녹스와 결탁한 물증을 찾기 위해 정보원을 넣으려 했으나, 수도원 측의 경계가 지나치게 삼엄합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기분입니다.”아르덴은 펜을 돌리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알브릭 공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식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론체스터에서 탈레스에게 자신이 제이드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한 상태였다.‘내가 움직이면 놈들은 제이드를 더 깊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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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겨울 숲

라리엘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그의 말에 따라 발걸음을 침실로 옮겼다.잠시 후 현관문 앞에서 다시 마주한 아르덴은 라리엘의 차림새를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낮게 작음 웃음을 터뜨렸다.“푸흡… 내 그럴 줄 알았지. 외투를 입고 오랬더니, 정말로 딱 외투 한 장만 덜렁 걸치고 나온 거야?”라리엘은 아르덴이 왜 웃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억울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반박이라도 하듯 자신의 양손을 그를 향해 번쩍 들어 올려 손가락 열 개를 쫙 펼쳐 보였다.“장갑도 잘 끼고 왔단 말이야! 여기서 뭘 더 껴입어야 돼?”그 순진한 대답에 아르덴의 미소가 한층 더 부드럽게 풀려 내렸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캐시미어 숄을 펼쳐, 찬 바람이 스며들 틈이 없도록 라리엘의 하얀 목덜미와 가녀린 어깨 위로 조심스러우면서도 꼼꼼하게 두르고 여며주었다.“자, 이 정도는 해야 감기에 안 걸려. 이제 준비는 끝났으니 가자.”아르덴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라리엘은 잠시 그 손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수줍은 온기를 담아 자신의 작은 손을 그 위에 살포시 포개 얹었다.서로의 체온이 가죽 장갑을 뚫고 뭉근하게 전해졌다.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공작저 뒷편에 나 있는, 평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고요한 숲이었다.숲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라리엘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을 들이켰다.그곳에는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이 서로의 가지를 맞대어 거대한 눈꽃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바람이 스치자 눈가루가 반짝이며 떨어지며 숲 전체가 은빛으로 숨 쉬는 듯 보였다.라리엘이 반짝이는 눈으로 아르덴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순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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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유일한 방법

뽀드득, 뽀드득.눈이 눌리며 내는 소리가 고요한 호수 위에 또렷이 울렸다.발밑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에 라리엘의 얼굴에 다시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아르덴과 보폭을 맞추어 한 걸음씩 걸으며, 자신들의 발밑 뒤편으로 나란히, 그리고 선명하게 남겨지는 두 줄의 발자국을 신기한 듯 내려다보았다.“봐봐, 아르덴. 우리 발자국이 꼭 길처럼 이어져 있어.”하얀 눈 위에 깊게 찍힌 두 줄의 흔적은, 처음 출발할 때는 서로 어색하게 멀찍이 떨어져 있다가, 걸음이 거듭될수록 점점 자연스럽게 간격을 좁히며 결국에는 하나의 다정한 선처럼 나란히 이어지고 있었다.라리엘은 그것이 괜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져, 눈을 반짝이며 아르덴의 옆얼굴을 살폈다.그러나 가만히 발자국을 응시하던 아르덴의 입에서 무심한 듯 툭 던져진 한마디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누군가 도망간 흔적 같지 않아?”라리엘은 곧바로 그를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에이, 그게 뭐야. 분위기 깨지게 도망이라니, 그건 너무하잖아.”라리엘은 일부러 그의 발자국 위를 밟아 보기도 하고, 옆으로 삐뚤게 벗어나며 새로운 자국을 남기기도 했다.아르덴 역시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두 사람만의 선명한 흔적이 하얀 설원 위에 새겨지는 것을 지켜보았다.뽀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어느새 호수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정자 앞에 다다랐다.눈밭 속에 떠 있는 듯한 그 정자는 현실이라기보다 신기루에 가까워 보였다. 기둥마다 매달린 고드름이 빛을 받아 수정처럼 반짝였다.라리엘은 정자 안으로 들어서며 숨을 작게 들이켰다.“와… 사방이 활짝 트였네. 여기서 보니까 숲이 훨씬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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