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의 발판이 내려오기도 전, 검은 사제복 위에 두툼하고 고급스러운 털 망토를 덧두른 노인이 황급히 걸어 나왔다.플로렌스 수도원의 최고 권력자이자, 어린 시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수도원장 안셀리온이었다.오랜 세월로 인해 깡마른 체구에 깊게 팬 이마의 주름, 그리고 성근 백발이 그의 노쇠한 나이를 짐작케 했으나, 가끔씩 코끝에 걸린 돋보기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매서운 눈빛만큼은 세속의 그 어떤 노련한 정치꾼 못지않게 대단히 영민하고 날카로워 보였다.“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플로렌스의 보석, 라리엘 영애… 아니, 이제는 알브릭 공작 부인이시군요.”안셀리온이 주름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라리엘을 향해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그의 왼쪽 눈가 근육이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위 귀족의 방문에, 내심 감추기 힘든 거대한 당혹감과 초조함이 은연중에 묻어나는 듯했다.“아무런 기별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원장님. 날이 차가워지니 이곳 고향 집과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부쩍 나서요. 며칠간 이곳에 머물며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싶어, 염치 불구하고 무작정 찾아왔습니다.”라리엘이 아버지를 언급하며 슬픈 미소를 짓자, 그제야 안셀리온은 경계심을 조금 허문 듯 안쓰러움이 가득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세월의 풍파가 묻어난 그의 노안에는 종교인 특유의 자애로움이 가득 넘쳐 흘렀다.“오, 가련한 부인… 백작님의 신심이 워낙 깊고 고결하셨으니,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신다면 분명 마음속에 깊은 평안을 얻으실 겁니다.”그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면서도, 슬쩍 눈길을 돌려 라리엘의 뒤에 선 다섯 명의 호위 기사와 화려한 공작가의 마차를 천천히 훑어내렸다.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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