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고요를 뚫고, 두 마리의 말이 공작저의 무거운 철문을 조용히 통과했다.육중한 철문이 여닫히며 내는 나지막한 마찰음조차 사방을 메운 적막 속에서는 유독 도드라지게 들렸다.론체스터에서 수도까지, 말의 등 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쉼 없이 달려온 여정의 끝이었다.뼛속까지 시려 오는 마른바람을 맞으며 간신히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트리샤는 인사도 없이 그림자처럼 고개를 숙이고는 곧장 제 처소인 별채로 사라졌다.아르덴은 피로가 눅진하게 배어든 몸을 이끌고 본채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집사 베르너가 부산스러운 소란 없이 그를 맞이했다.“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공작님.”베르너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아르덴의 부자연스러운 어깨 거동과 겉옷 틈새로 살짝 비치는 안색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염려 어린 기색이 역력했으나, 아르덴은 그 시선을 굳이 마주하지 않은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부인은?”“조금 전 취침에 드셨습니다. 별다른 전갈이 없으셔서 내일 아침에나 도착하실 줄 알고 계실 겁니다.”아르덴은 짧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긴장이 풀린 탓일까, 말없이 돌아서는 순간 어깨의 상처에서부터 시작된 둔탁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발걸음이 잠시 흐트러졌다.휘청이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그는 홀린 듯 어두운 복도를 지나 라리엘의 침실 문 앞에 섰다.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아르덴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지금 들어가도 되는 걸까. 괜히 잠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아니, 그보다도—혹시라도 그녀의 순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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