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하나는 평소보다 일찍 나섰다.현관문을 닫기 전, 잠시 망설이듯 서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젯밤 잠결에 흘린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아닌지, 건우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눈 아래가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는 것만은 분명했다.집 안이 비고 나서야, 그는 다시 전화를 떠올렸다.‘요즘 밤은 조용하십니까.’그 문장은 단순히 도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황을 이미 알고 있다는 태도였고,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흔들릴지를 계산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건우는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펼쳤다. 형의 사고 기록, 정비소 내역, 삭제된 CCTV 복원 요청서, 회사 계열 자금 이동 흐름. 퍼즐은 맞춰지고 있었지만, 누군가 일부 조각을 계속 빼돌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는 노트에 적힌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브레이크 이상 징후가 나타난 날과, 자신에게 첫 협박 전화가 온 날 사이의 간격은 정확히 이틀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밤이 조용해졌다.그 우연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혹시, 서하가 사라진 시점과 외부의 움직임이 겹친다면.그는 그 생각을 밀어내려 했지만, 계속 겹쳐졌다.저녁 무렵, 하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오늘 늦어질 것 같아. 감찰팀에서 추가 요청 들어왔어.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긴장이 묻어 있었다.건우는 전화를 걸었다.“혼자야?”“응. 팀원들은 나갔어.”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했다.“위치 공유해줘.”“건우야.”그녀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나 애 아니야.”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알아. 근데 지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으니까."하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위치를 공유했다.전화를 끊고도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브레이크 사건 이후로, 우연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밤이 깊어질수록, 집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하나는 평소보다 늦게 돌아왔고, 피곤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건우는 그녀의 코트를
Last Updated : 2026-06-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