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이후, 서버에서 복구된 자료는 생각보다 명확했다.형의 사고 전날, 계열사 내부 메신저에서 오간 대화 일부가 복원되었고, 그 안에는 ‘정리 일정 변경’이라는 표현과 함께 특정 차량 번호가 언급되어 있었다. 그 번호는 형이 운전하던 차와 일치했다.하나는 그 자료를 처음 확인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의자에 앉아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지 않도록, 머리로 구조를 정리하려 애쓰는 표정이었다.건우는 그 옆에 서 있었다.“이제 확정이네.”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확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섰다. 형의 죽음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고,그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사건을 밀어내고 있었다.“공식 기소까지 가면…”건우가 말을 꺼냈다가 멈췄다.그 이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저쪽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까지 몰릴 것이고, 그만큼 반응도 직접적이 될 것이다.하나는 화면을 닫았다.“이제 돌아갈 수는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그 문장은 사건을 향한 말이면서도,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다짐처럼 들렸다.그날 밤, 집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사건은 급격히 진전되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오히려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건우는 거실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어둠 속 골목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만, 그는 이제 그 평범함을 믿지 못했다.하나는 부엌에서 물을 따르다가 잠시 멈췄다.“오늘…”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건우가 돌아봤다.“나 조금 무서웠어.”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 말은 작았지만, 가볍지 않았다.하나는 스스로를 강한 사람으로 규정해왔고, 두려움을 먼저 꺼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단어를 숨기지 않았다.건우의 가슴이 묘하게 조여왔다.“어느 순간부터,”하나가 말을 이었다.“이게 단순히 사건이 아니라, 우리한테
Terakhir Diperbarui : 2026-06-1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