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인은 침대 위에 웅크리고 누웠다. 옆으로 몸을 말고 팔로 자신을 감쌌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 화면만 환하게 빛나 창백한 얼굴을 비췄다.안동수와 장미희의 친딸인 한나경을 ‘되찾은’ 날이 떠올랐다.집에는 장식등이 걸렸고, 부모님은 안제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하고 조심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부모님은 낯을 가리며 주저하는 여자아이 주변을 맴돌며 이것저것 챙겼다. 아이에게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내주고, 가장 부드러운 말을 건넸다.안제인은 거실 구석에 서서, 10몇 년을 살아온 집이 하룻밤 사이 다른 사람의 무대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그때부터 부모님의 시선은 안제인에게 거의 닿지 않았다.오직 지태하만 그대로였다.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고, 같은 나무에 올라갔으며, 같은 연을 날리던 지태하는 예전처럼 안제인 곁에 남아 있었다.지태하가 손을 잡고 말했다. “제인아, 겁내지 마. 너한테는 내가 있잖아.”안제인은 구명줄이라도 붙잡듯 지태하에게 매달렸다.집안이 무너진 날도 그랬다.집은 아수라장이었다. 채권자들이 문 앞을 막았고, 부모님은 정신없이 허둥댔다.안제인은 방 안에 숨어 밖에서 낮게 오가는 다툼을 들었다. 결국 장미희가 빨개진 눈으로 들어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제인아, 집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이 빚은 엄마 아빠가 미안해. 나경이는... 나경이는 아직 어리잖니.”그 저녁 안제인을 찾아온 사람도 지태하였다. 지태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안제인을 일으켜 세워 품에 꽉 안았다.이내 지태하는 말했다. “제인아, 우리 결혼하자.”지난 3년 동안 지태하는 나무랄 데 없이 잘해 주었다.안제인은 진심으로 고마웠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고난은 끝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며 남은 삶을 함께 걸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3개월 전, 우연히 그 숨겨 둔 계정을 보기 전까지는.‘오랜 이별 끝의 재회 첫날’이라는 문장을 보기 전까지는.그 글자들 사이에는 억누른 설렘, 추억, 원망이 있었다.한나경이 3년 전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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