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이 끝난 뒤, 장미희는 다행히 생명의 고비를 넘기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마취에서 깨고 눈을 뜨자, 한나경이 곧장 다가왔다.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목소리 끝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이 묻어 있었다.“엄마, 정신 들어요? 어디 불편한 데 없어요?”장미희는 한나경을 바라보았다. 시선은 한나경의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나경아.” 목소리는 거칠고 말라 있었다. 깊은 피로가 배어 나왔다. “네 혈액형 보고서, 간호사가 나한테 보여줬어.”한나경의 몸이 굳었다. 눈빛이 흔들렸다.“엄마, 혈액형만으로는 아무것도 몰라요. 어쩌면 병원에서 실수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실수?”장미희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눈 안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이 있었다.“한 번은 실수일 수 있겠지. 두 번은?”“당시 너를 찾았을 때, 어릴 적 사진과 몸에 있던 점, 그리고 네 양부모 쪽 말만 믿었어. 그런데 나중에 건강검진을 한 번 했고, 그 보고서를 본 적이 있어.”“마음 한편에서 의심했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착하게 굴고, 다시 버려지는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도 모른 척 눌러 버렸어.”한마디할 때마다 한나경의 혈색은 조금씩 사라졌다.“나는 늘 생각했어. 제인이가 네 자리를 십 년 넘게 차지했으니 우리가 네게 빚졌다고. 그러니까 더 챙겨 줘야 한다고. 그래서 너만 편들고, 너를 사랑하고, 좋은 건 전부 너에게 주면서, 제인이를 외롭게 했어.”장미희의 탁한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내가 잘못을 바로잡고 있다고 믿었고,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믿었어.”“엄마,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한나경은 당황해 장미희 손을 붙잡았다.“제가 엄마 딸이잖아요. 그동안 우리가 나눈 모녀 정이 전부 가짜였어요? 저도 가끔은 철없었지만, 전 그냥 엄마 아빠를 잃을까 봐 무서웠어요.”“제가 엄마 아빠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알았을 때도 무서웠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저를 그렇게 사랑해 주셨잖아요.”“그 따뜻함을 놓치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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