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인이 지원한 학교는 엄격한 면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자율성 또한 존중하는 곳이었다.그녀가 선택한 전공도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잘 맞았다.지도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이름난 여성 교수였다. 눈빛은 예리하고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안제인을 발견하고 눈여겨보았다.“안제인 학생은 타고난 연구자예요.”한 세미나가 끝난 뒤, 교수는 따로 안제인을 남겼다. 눈에는 제인을 향한 칭찬을 감추지 않았다.“생각하는 방식이 독특해요. 들뜨지 않고, 깊이 들어갈 줄 알아요. 이 방향으로 집중해서 계속 파고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교수의 인정은 안제인에게 큰 힘이 되었다.안제인은 공부와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도서관, 실험실, 기숙사를 오가는 생활은 단순했지만 전에 없이 만족스러웠다.지식을 쌓고 사고의 폭을 넓혀 가는 과정이 좋았다.노력한 만큼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성취감도 좋았다.가끔 늦은 밤 실험실을 나와 외국의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고요한 행복이 밀려왔다.경제적으로도 임승기 부모의 도움이 순조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했다. 안제인은 노력의 결과로 장학금과 연구 조교 자리를 차례로 얻었다. 생활은 사치스럽지 않았지만, 혼자서 학업에만 집중하기에는 충분했다.낯선 도시도 조금씩 탐험했다. 박물관에 가고, 음악회를 듣고, 교외로 걸어 나갔다.지난 생에 한나경이 SNS에 올렸던 명소들도 보았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지만 뜻밖의 아름다움을 가진 작은 길도 만났다.드넓은 바닷가에 서서 짠내나는 바람을 맞을 때, 문득 이해가 갔다. 지난 생의 지태하가 왜 외국에서 넓은 세상을 보고 온 한나경을 오래 잊지 못했는지...그때 안제인은 생존의 진흙탕 속에 갇혀 있었다. 빚을 갚고, 병을 견디고,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자유’와 ‘사랑받는 삶’을 올려다보았다. 매일의 마모와 비교 속에서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안제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과거에 관한 생각을 부드럽게 털어냈다.그 모든 것은 이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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