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창살 사이로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최고급 한정식집, 담초.상 위에는 코스 요리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지만, 테이블을 사이에 둔 두 남자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다. 서강현은 맞은편의 박 회장을 응시한 채 찻잔만 만지작거렸다. 방 안을 채운 건 숨 막힐 듯 묵직한 침묵뿐이었다.강현은 잔을 들어 목을 축인 뒤,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그러나 도자기가 받침에 닿는 순간 맑은 울림이 오히려 공기의 긴장을 더 또렷하게 드러냈다.“서 대표, 본론으로 들어가지.”박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어조에는 노련한 여유가 묻어 있었다. 강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단계에서 미래드림이 주도권을 내려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회장님도 이미 수익 구조와 리스크는 검토하고 오셨을 텐데요.”“자네가 상황을 단순하게 보는군.”박 회장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내가 어떤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나?”강현은 짧게 시선을 내리며 서류를 넘겼다. 감정 대신 숫자를 꺼내 드는 태도였다.“그렇다면 확인하죠. 자금 운용은 어느 라인으로 정리하실 계획입니까.” “기존 루트를 유지한다. 다만 변수를 대비해 우회 계좌 하나를 추가로 확보할 생각이야.” “익명 계좌 말씀이시군요.”강현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이미 그 가능성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러웠다.“리스크 분산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추적 가능성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최근 규제가 강화됐으니까요.”박 회장이 옅게 웃었다.“그 정도 대비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아니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뵙고 조건을 맞추는 겁니다.”박 회장은 망설임 없이 서류에 서명했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미 결론은 굳어진 분위기였다. 강현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시선은 끊임없이 맞물렸다. 상대의 의도를 읽고, 빈틈을 가늠하며, 다음 수를 계산하는 눈빛이었다. 식탁 위에는 정갈한 요리가 놓여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는 수십억 단위의 이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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