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노호(怒號)하고 있었다.세상을 통째로 아가리에 넣고 씹어 삼킬 듯, 맹렬하게 포효하는 폭풍우는.두 남녀의 가냘픈 목숨줄을 싣고 요동치던 얄팍한 거룻배를 기어이 무인도의 벼랑 끝으로 무자비하게 내동댕이쳤다.눈을 뜨고 있어도 아득한 절망만이 밀려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귀청을 찢어발기는 천둥소리와 함께 시퍼런 번개가 섬의 기암괴석을 때리며 번뜩일 때마다.파도와 비바람에 난도질당한 두 사람의 처참한 몰골이 원귀(寃鬼)처럼 창백하게 허공에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자연의 거대한 폭력 앞에서 인간의 알량한 신분이란 한낱 수수깡에 불과했다.삼석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검은 바닷물을 헤치며.이미 혼절한 채 사시나무처럼 떠는 안방마님 인영을 억센 등판에 둘러업었다.이 여인만은 살려내야겠다는 원초적인 수컷의 본능이 그의 두꺼운 허벅지를 움직이게 했다.삼석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절벽 아래.짐승의 아가리처럼 쩍 벌어진 깊은 동굴 속으로 맹수처럼 뛰어들었다.동굴 안에는 바깥의 미쳐 날뛰는 아수라장과는 달리, 등골이 오싹할 만큼 기묘하고도 무거운 적막이 고여 있었다.오직 밖에서 으르렁거리며 바위를 깨부수는 성난 파도 소리만이 아득한 저승의 메아리처럼 동굴 벽을 타고 웅웅거릴 뿐이었다.삼석은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안쪽의 평평한 암반 위에 인영을 갓난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내려놓았다.“마, 마님…….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눈을 떠보십시오.”삼석의 목소리는 바닷바람에 찢겨 탁하게 갈라져 있었다.암반 위에 널브러진 인영은 목숨이 경각에 달해 있었다.양반가 며느리의 고고함을 지켜주던, 옥빛 명주 소복은 빗물과 차가운 바닷물을 잔뜩 머금어 얼음장 같은 족쇄가 되어 있었다.물먹은 비단은 무자비한 한기가 되어 그녀의 가냘픈 체온을 게걸스럽게 갉아먹고 있었다.인영의 붉디붉던 입술은 독을 품은 듯 검푸르게 죽어 있었고.통제력을 잃은 치아가 ‘딱, 딱, 딱’ 부딪히며 동굴의 적막을 기괴하게 깨뜨릴 정도로 극심한 저체온증의 늪으로 가라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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