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 모퉁이에 멈춰 선 도진은 발끝에서부터 이상한 떨림이 차올라 몸속을 조용히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그 떨림은 공포도 아니고 피로도 아니고 전쟁터에서 수없이 맞닥뜨린 긴장조차 아니었다.이 감정은 그 어느 것과도 닮지 않은 그러나 몸이 가장 먼저 알아채는 감정“불길함과 분노가 섞인 뜨거운 통증”이었다.도진은 회랑과 뜰 사이의 그림자 속에서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을 마주 보았다.이수와 세자 현. 둘 사이의 공기는 어떤 바람도 흔들지 못할 만큼 짙고, 무겁고, 서늘했다.멀리서 보아도 느껴졌다.이수의 어깨에 내려앉은 고요한 떨림,그리고 현의 눈빛에서 번지는 불길한 감정의 흔적.도진은 자신의 손이 검도 없이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무엇 때문에… 이토록 마음이 흔들리는 것인가.'처음에는 마음이었다.그 다음은 통증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분노.이유도 모르는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불붙듯 치솟았다.이수는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현이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도진의 심장이 마치 단단한 방패를 뒤에서 맞은 듯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 한 걸음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걸음인데도 도진의 눈에는 위협 그 자체로 보였다.이수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지고,현의 시선이 그녀를 깊이 압박하는 모습은 도진에게는 누군가를 억누르는 폭력처럼 느껴졌다.현은 이수의 눈을 오래 바라보았다.말하지 않은 질문들이 공기 속에 침처럼 가라앉았다.잠시 뒤, 현이 손을 들어 이수의 뺨에 닿을 듯 말 듯 멈추는 순간 도진의 숨이 아예 멎어버렸다.'그 손을… 왜 들었지.'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무엇인지,이수가 느끼는 두려움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현의 눈빛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하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그 손이 이수에게 닿으면…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시작될 것 같았다.도진은 처음으로 회랑에서 발을 한 걸음 떼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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