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자, 해가 이미 기울어 있었다.주방 테이블 위, 장바구니와 쇼핑백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사과 봉지, 우유, 쌀, 각종 비닐이 바스락거릴 때마다 영이의 시선이 따라왔다. 물건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 무언가 새롭게 채워지는 의식 같아서.“이건 냉장고. 이건 팬트리.”준호를 따라 움직이는 손놀림은 서툴렀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고, 새 옷들은 탭을 다 제거하고 한데 모았다. “영아, 세탁기 돌릴 줄 알아?”“네. 알아요.”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탁실로 향했다. 밝은색, 어두운색. 옷을 분류하는 손길이 꽤나 익숙했다.그러고는 세제를 계량컵에 따르며 말했다.“이 정도면 돼요.”“잘하네. 누가 알려줬어?”“이모님이요.”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따뜻한 음식이 차려졌다.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따뜻한 수프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마지막으로 냉장고 안쪽에 숨겨둔 작은 미니케이크 하나를 꺼내 초를 꽂았다.영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이거... 생일 케이크...”“응, 오빠가 우리 영이 생일 만들어주려고.”“생일은 태어난 날이잖아요. 저는 그런 거 모르는데요...”준호가 초에 불을 붙이며 작게 웃었다.“괜찮아, 의미 있는 날로 만들면 돼.”“그럼, 어제로 할래요.”“어제?”“네. 오빠가 데리러 온 날이요.”초에 불이 붙고, 작은 불꽃이 흔들렸다. 그렇게 영이의 생일은 2월 28일로 정해졌다. “축하해, 영아. 생일도, 그리고... 늦었지만, 어른이 된 것도.”“어른...”“얼른 소원 빌고 초 불자.”영이는 어른이 됐다는 걸 왜 축하해 주는지 몰랐지만, 두 손을 모아 눈을 꼭 감았다. ‘어른이면 이제 혼자가 아닌 건가요.’그 생각을 소원처럼 마음속으로 흘려보냈다. 불꽃이 꺼지고,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그 사이로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소원 빌었어?”“네.”“꼭 이루어질 거야.”오늘도 영이는 한참 동안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리모컨을 쥔 손이 힘없이 늘어지자 침대 위에 눕혀주고, 고르게 이어지는 숨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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