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가 지내던 집은 산속의 집과는 사뭇 달랐다. 훨씬 더 넓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문을 닫는 순간 자동으로 작동하는 잠금장치, 시선을 훑듯 따라오는 카메라의 미세한 움직임, 손을 대지 않아도 반응하는 센서들.그리고 현관에서부터 최신식 보안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설치되어 있는 곳.탁 트인 거실은 창 너머로 도심의 불빛이 내려다보였고, 불필요한 가구와 장식은 일절 없었다.준호는 영이를 데리고 자신의 침실 옆, 굳게 닫힌 방문을 살짝 열었다. 방 안에는 커다란 침대와 레이스 커튼, 화장대까지. 부드러운 색감으로 정돈된, 분명 여성의 방이었다.“여기야. 영이 방.”영이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위한 방이 준비되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오빠, 내 방이... 있었어?”“당연하지. 영이만 찾아다녔는데. 이날만 기다렸는데.”방 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들였다.침대 위에 손을 얹자, 낯선 감촉이 전해졌다.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돼.”“아니야, 좋아.”그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이 방은 환영의 증거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돌아갈 곳이 없다는 신호와도 같았으니까. “좀 쉬어.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오빠. 나 정말 여기 있어도 돼?”“영이 방에 영이가 있어야지, 그럼 누가 있어.”고개를 끄덕이자 방문이 조심스레 닫혔다.영이는 혼자 남은 방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안전해 보이는 공간, 완벽하게 준비된 자리. 오빠가 자신을 그토록 찾아헤맸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고마워요 오빠. 나를 잊지 않아서요. 나를 찾아줘서요.”혼잣말을 내뱉으며 시선을 돌리자,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화장품, 머리끈, 향수, 새것 특유의 냄새들. 누군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위해준 적이 있었던 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당겼다.레이스 커튼 사이로 도심의 불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산속의 밤과는 전혀 다른 색의 어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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