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머나먼 그대여: Bab 11 - Bab 20

20 Bab

제11화

그 말을 들은 호위무사가 멈칫했다.“전하, 진심이십니까? 서녀인 소정연이 어찌 전하에게 어울리겠습니까?”의아하게 묻는 호위무사의 말에 엄종호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예전의 일을 떠올렸다.그날, 엄종호는 암살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적군의 매복을 만나 중상을 입었다.그때, 한 여인이 그를 구해줬다. 엄종호는 혼란 속에서 여인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꽂고 있던 비녀를 기억했다.그는 수소문 끝에 소씨 집안 둘째 아씨가 비녀를 꽂기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신분을 감춘 채 소원영의 남첩이 되었다. 그저 소정연을 가까이하기 위해서였다.“서녀라고 해도 내가 마음에 품은 여인이다.”엄종호가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어서 준비하지 않고 뭘 하는 게냐? 내일 정연이를 천하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다.”엄종호의 몸은 아직 낫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모든 정력을 내일의 의식에 쏟아부었다.“정연이는 수선화를 좋아하니 내일 아침에 방금 꺾은 수선화를 가득 깔아놓거라. 그리고 정연이가 마음에 들어 하던 보석 장신구도 어서 만들라고 장인들에게 명하거라. 명심하거라, 황후마마께서 하고 계셨던 그것과 똑같은 걸로 만들어야 하느니라. 시암국(暹羅國)에서 바친 폭죽도 정연이가 좋아하는 자색으로 준비하거라.”엄종호가 세심하게 의식에 대해 분부했다.심지어 의식에서 쓸 술까지 직접 맛을 봤다. 바깥의 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특별히 왕부에서 오랫동안 보관해 오던 술까지 꺼냈다.수십 년 동안 그의 옆을 지켜왔던 호위무사는 그 모습을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전하, 누군가에게 이리 신경 쓰는 건 소인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하지만 엄종호는 호위무사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대문만 뚫어져라 바라봤다.약속한 시간이 되었지만 소정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수선화가 가득 펼쳐진 대전에 서 있던 엄종호의 품에는 피로 쓴 혼서가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마차가 늦은 모양이군. 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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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시간이 흐를수록 마차에 있던 엄종호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삼 년 전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를 구해준 이가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일까?’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니 엄종호는 더 조급해졌다.그리고 그때, 밖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전하!”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엄종호가 얼른 가마의 문발을 젖혔다.“어떠냐? 알아냈느냐?”그 말을 들은 호위무사는 대답 대신 조심스럽게 몸을 옆으로 피했다.그리고 다음 순간, 엄종호와 닮았지만 더 위엄있는 얼굴이 나타났다.검은색의 두루마기에 주홍색 허리띠까지 한 그는 위엄과 고귀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어르신을 뵈옵니다.”“네 놈이 진왕부 체면을 다 깎아 먹는구나. 네 신분에 그런 계집한테 정신이 팔려서 놀아나고 있으니!”엄종호의 아버지 엄진국이 그렇게 말하며 밀서를 엄종호에게 집어 던졌다.엄종호는 다급하게 밀서를 주워 들고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밀서에는 소정연이 경성으로 온 뒤에 저지른 일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소원영을 괴롭힌 일부터 소원영 어머니를 해한 일, 그리고 매번 도령들과 주루에 드나든 일까지.더 놀라운 건 소정연이 엄진국에게 자진해서 잠자리를 청했었다는 사실이었다.“네가 마음에 품은 여인이 네 아비를 노리고 있었다. 정말 네가 생각하는 대로 결백했다면 이리 더러운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다. 진왕부에서 저런 여인을 며느리로 들였다간 사람들이 뭐라고 했겠냐?”엄진국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엄종호의 심장을 후벼팠다.밀서를 들고 있던 엄종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오늘 보고 들은 것이 전부 가짜이기를 바랐지만 이제 보니 모두 사실이었다.소정연은 은혜는 전혀 모르는 뻔뻔한 여인이었다.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엄진국이 다시 엄종호에게 명첩을 건네줬다.“그 뻔뻔한 것이 보낸 명첩이다. 내일 궁연에 참석해서 그동안 도와준 네 은혜를 갚고 싶다고 하더구나.”그 말을 들은 엄종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내일의 궁연은 왕족이 아니면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 한낱 오품 벼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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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궁중의 연회는 밤새 이어졌다. 이는 경성 최고 권력자들의 향연이었다.최상위 귀권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다.하지만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진왕 전하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바로 전날, 그는 오늘 자신의 진왕비를 공개하겠다고 선포했었다.한편 엄종호는 정자에 서서 어두운 눈으로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호위무사가 엄종호의 곁으로 다가왔다.“전하, 그때 그 자를 드디어 찾았습니다!”호위무사가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 있던 사내를 엄종호 앞으로 밀었다. 사내는 마흔 좌우에 작고 둥근 모자를 쓰고 있었다.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던 사내는 놀란 얼굴로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하지만 엄종호가 그의 옷깃을 잡더니 물었다.“삼 년 전, 동림산 부근에서 한 여인이 피 칠갑을 한 사내를 구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 여인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사내는 숨을 멈췄다. 그는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다. “동림산이요? 그건, 소씨 집안 큰아씨입니다.”그 대답을 들은 엄종호의 몸이 떨렸다.“어찌 그리 확신하는 게냐?””큰 아씨께서 그 부근에서 죽을 만들면서 가난한 백성들을 돌봤습니다. 소인도 아씨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목숨을 구했었습니다.”말을 하던 사내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흥분해서 손짓했다.“모르십니까? 외곽에 사찰 하나가 있는데 그 안에 부처님이 바로 백성들이 아씨를 위해 세운 겁니다.”‘부처?’그 말을 들은 엄종호는 외곽에 있는 사찰 하나를 떠올렸다. 전에 그 사찰을 지나갈 때, 은연중에 소원영과 닮았다고도 생각했었다.지금 돌이켜보니 비녀를 한 모습에 눈가의 점까지 소원영을 빼닮은 모습이었다.엄종호는 자신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그때 엄종호를 구한 건 소정연이 아니었다....... 한편, 소씨 집안의 세 사람은 명첩을 들고 득의양양하게 궁 안으로 들어섰다.소정연의 어머니는 흥분해서 이리저리 둘러봤다.“궁연이 밖에서 보던 연회랑 다르긴 다르구나. 정연아, 진왕 전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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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뭐? 오지 않았다니?’소정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오라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저를 제일 좋아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아니면 누구라는 겁니까? 그동안 저한테…”“그동안 내가 너한테 잘해줬다고 말하려는 게냐?”소정연을 바라보는 엄종호의 눈빛이 무척 차가웠다.엄종호의 말에 사람들이 그에게 눈길을 돌렸다.진왕이 소씨 집안 둘째 아씨를 좋아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렇지 않고서는 소정연에게 그토록 잘해줬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엄종호가 하찮다는 듯 소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처소를 청소해 줄 하녀가 필요했는데 네가 아주 적당한 것 같아서 그랬다.”그 말을 들은 소정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뭐?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엄종호, 너 미쳤어? 나 소씨 집안 아씨야, 그런데 하녀라니!”“무엄하다! 어디 감히 전하께!”소정연의 말에 호위무사가 호통치며 그녀의 뺨을 내려쳤고 소정연의 얼굴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그 순간, 소정연은 당황했다.“오라버니, 이러지 마십시오.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전에 저를 제일 좋아해 주지 않으셨습니까?”“아버지, 어머니.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십시오!”소정연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부모님을 바라봤다.그리고 소정연의 아버지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 엄종호가 다시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소씨 집안에서 진왕부의 은혜를 받을 마음이 없나보구나.”그 말을 들은 순간, 소정연 아버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눈앞의 이는 진왕이었다. 소정연의 아버지가 건드릴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여식 하나를 위해서 진왕부 전체의 미움을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소정연 아버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아닙니다!”소정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버려졌다는 생각에 자기 아버지의 옷깃을 꽉 붙잡고 말했다.“아버지,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아버지께서 제일 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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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성진 저택 안, 소원영은 붉은 혼례복을 입고 방 안에 앉아있었다.그녀는 이성진과 혼인하면 온갖 괴롭힘을 견뎌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소문에 의하면 이성진은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하고 그와 혼인한 여인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다고 했다.그런데 소원영은 시집온 첫날, 목욕을 마친 이성진을 마주했다.이성진은 하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근육이 잘 잡힌 몸에 드리워진 긴 머리카락까지, 미남을 수없이 봐왔던 소원영마저 이성진을 보곤 얼어버렸다.하지만 곧 소원영은 속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런 절세미남을 환관으로 만들다니.’다음 순간, 이성진이 물속에서 나왔고 두 사람은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소원영의 눈은 저도 모르게 아래로 향했다.“아악!”그리고 사내의 아래에 자리한 그것과 마주했다.비명을 지른 소원영이 도망가려던 순간, 젖어있는 큰 손이 소원영의 입을 막았다.“아씨, 내 비밀을 알았으니 도망가긴 어려울 거야.”사내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소원영은 바로 뒤에 서 있는 사내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리고 다음 순간, 이성진을 힘껏 밀어냈다.“그럼, 어찌하겠다는게야? 다른 여인을 죽였듯이 날 죽일 작정이야? 이성진, 경고하는데 내가 이미 들어오기 전에 다 준비했어.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다간 내 심복이 관청에 알릴 것이야!”이성진은 소원영의 말을 듣더니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는 빨간 소원영의 입술을 보며 재밌다고 생각했다.‘역시, 전이랑 똑같네. 입만 살았어.’“지금 날 협박하는 게냐?”이성진이 묻자 소원영이 이를 악물더니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오늘 일은 내 못 본 걸로 해줄 수 있다. 날 죽이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그 뒤가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손해 보지 않는 걸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혼인하고 죽이고를 반복하는 것도 힘들 것이니 내 네 부인으로 평생 살겠다. 이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니겠냐.”말을 마친 소원영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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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그리고 엄종호를 보곤 놀랐다."진왕 전하? 전하께서 왜 여길 오신 거지? ""그러니까. 그리고 방금 뭐라고 하셨지? 원영아, 안 된다. 설마…”세 사람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에 궁금함이 들어찼다. 소원영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굳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엄종호,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이미 네 뜻대로 해줬잖아.'엄종호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했다. "원영아, 그 자와 혼인하지 말거라."엄종호의 목소리는 잔뜩 쉬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소원영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자신을 품어주고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눈앞의 사내를 보고 있으니 손끝이 떨렸다. "왜 온 것이냐? 내 네 뜻대로 해주지 않았냐? "소원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순간, 엄종호는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니다, 내가 원한 건 소정연이 아니었다. 삼 년 전, 내가 말 위에서 굴러떨어졌을 때, 위급했던 날 구해준 건 너였다. 그런데 내가 멍청하게 소정연이 날 구해준 거라고 생각했어."삼 년 전, 소원영은 자신이 말에서 굴러떨어진 사내를 구한 적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때, 사내는 온몸에 피범벅이어서 소원영은 상처를 싸매느라 사내의 얼굴을 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내가 바로 엄종호였다니.삼 년 전 일과 그동안 자신과 소정연을 대하던 엄종호의 태도를 생각하니 소원영은 운명도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소원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엄종호는 다급해졌다. "원영아, 내 모든 것을 알아냈다. 소정연의 진짜 모습도 알게 됐다. 그동안 소씨 집안에서 온갖 고통을 견뎌내던 건 너였다는 것도 이젠 알았다. 소정연이 순진한 척 네 어머니를 돌아가게 한 것도, 네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것도 다 알아냈다. 내가 사람을 잘못 알아봤다."엄종호의 말을 듣던 소원영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말은 칼날처럼 소원영의 가슴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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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엄종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엄종호는 전하였기에 그의 말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소원영도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녀도 엄종호의 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성진은 전하의 약속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소원영은 이성진도 다른 이처럼 자신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때, 이성진이 콧방귀를 뀌었다.“진왕 전하, 절 너무 얕잡아보는 거 아닙니까.”이성진이 그렇게 말하더니 소원영의 옆으로 가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원영이는 제 부인이지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니 진왕께서도 자중하시지요.”그 말을 들은 엄종호는 화가 났지만 이성진의 신분도 만만치 않았다.이성진은 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조정을 주름잡고 있었다.엄종호가 출정한 삼 년 동안 이성진은 대부분의 신하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서 지금의 그는 조정의 최고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특히 그가 장관하고 있는 철기군(鐵騎軍) 은 포악하기 짝이 없어 호위금군도 덤벼들 수 없는 정도였다.엄종호는 전하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병권이 없었기에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원영아, 그래도 우리가 삼 년 동안 함께 지내지 않았느냐. 너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 안다. 그러니 다시 한번만 더 기회를 다오. 내 남은 여생동안 너에게 잘해주마.”“이제 와서 이럴 거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지. 엄종호, 늦었어.”소원영은 그렇게 말하곤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이성진에게 대답하려던 순간, 엄종호의 눈에 광기가 스쳐 지나갔다.“원영아, 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왜?”“네 어머니의 시신이 아직 내 손에 있다. 원영아, 너도 어머니께서 구천을 떠돌길 바라진 않겠지?”엄종호는 미친 사람처럼 새빨개진 눈으로 말했다.“엄종호, 너 미쳤어?”“네가 다른 이와 혼인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나는 미쳤다.”엄종호가 이를 악물고 소원영에게 말했다.“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거야?!”소원영은 화가 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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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엄종호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소원영을 꼭 끌어안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아니, 우리는 분명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하지만 소원영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예전으로 돌아간다고?’몇 번이고 반복되는 상처에 소원영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소원영은 엄종호의 품에서 벗어나 방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머지않아 엄종호가 문을 두드리더니 소원영이 있던 처소로 들어왔다.엄종호의 손에는 깨끗한 비단이 들려있었다. 그가 소매를 조금 걷자 보기 좋게 자리잡힌 근육이 드러났다.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는 비단은 무척 값비싸 보였다.“날 위해 준비한 거냐?”“응,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엄종호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하지만 그 대답을 들은 소원영이 콧방귀를 뀌었다.“틀렸다. 이런 색을 좋아하는 건 소정연이다.”순간, 엄종호의 몸이 굳었다.“원영아, 제발 그 이름은 꺼내지 말아다오. 내 마음속에는 너 하나밖에 없다.”하지만 소원영은 일부러 엄종호의 상처를 건드렸다.“어찌 소정연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거야? 너는 소정연을 위해서 목숨도 걸지 않았느냐? 뱀도 막아주고 연못에도 들어가고 늑대 우두머리까지 죽이지 않았느냐. 그렇게 했는데도 소정연의 마음을 얻지 못한 거야?”소원영의 말은 칼날처럼 엄종호의 심장을 후벼팠다.엄종호는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주는 상처는 너무나도 쓰라렸다.‘그동안 원영이도 이리 아팠을까?’소원영은 힘들어하는 엄종호를 보니 속이 시원했다.“원영아…”소원영이 뒤돌아서려던 그때, 엄종호가 그녀를 잡았다.그리고 그가 손짓하자 누군가 찻잔 백 개를 들고 왔다.“지금 뭘 하자는 거야?”소원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이건 내가 너에게 빚진 것이다. 지금 갚아주마. 네 화만 풀리게 할 수 있다면.”엄종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갚아준다고?’엄종호의 말을 들은 소원영이 웃음을 터뜨렸다.“이리 한다고 내가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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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엄종호는 꿈을 꿨다.삼 년 전, 자신이 말에서 굴러떨어져서 중상을 입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갔다.그때, 소박한 차림새에 비녀를 꽂은 여인이 엄종호를 보곤 놀라서 물었다.“다친 겁니까?”여인은 그렇게 묻더니 마차에서 내려와 엄종호의 상처를 치료해 줬다.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약도 발라주고 후하고 바람도 불어줬다.“어찌 이리 다친 겁니까? 그래도 운이 좋네. 제 약이 효과가 엄청나거든요.”꿈속에서 엄종호는 소원영의 얼굴을 봤다.무척 아름답고 밝은 얼굴이었다.엄종호는 힘을 다해 소원영을 잡았다.“낭자, 내 낭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나와 혼인해 주겠느냐?”그 말을 들은 소원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귀를 붉혔다. 하지만 일부러 고고한 척 말했다.“나, 나와 혼인하고 싶어 하는 자는 많다. 이리 성의 없이 청혼을 하는데 내가 허락할 것 같으냐?”그 말을 들은 엄종호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그 눈빛에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널 좋아하는 이가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진심인 사람이다.”“정말요?”“하늘과 땅, 해와 달이 증명할 수 있다.”다정한 눈빛을 한 엄종호는 소원영을 향한 애정을 남김없이 드러냈다.“그래요. 그럼 제가 기회를 한 번 드리겠습니다.”소원영이 고고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귀는 새빨개져 있었다. 그 모습도 무척 사랑스러웠다.엄종호가 웃으며 소원영을 향해 손을 내밀자 그녀가 안겨들려고 했다.......“전하, 정신 차리십시오!”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가 엄종호의 달콤한 꿈을 깨웠다.엄종호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주위의 모든 곳이 흐릿해졌고 그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원영아!”다음 순간, 심장과 온몸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고 식은땀이 엄종호의 옷을 적셨다.극심한 고통이 모든 것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원영이는 어디 있느냐?”엄종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그는 태의를 뿌리치고 휘청거리며 소원영을 찾으러 갔다.한편, 소원영은 살구나무 아래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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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마지막 날 아침, 엄종호는 소원영을 데리고 월로(月老) 를 모시고 있는 사찰로 향했다.“월로 앞에서 혼약을 맺은 남녀는 평생 함께할 수 있다고 들었다.”엄종호가 기대를 가득 담아서 소원영을 보며 말했다.하지만 소원영은 엄종호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굴었다.“엄종호, 사흘 뒤에 날 보내주기로 하지 않았냐.”“그랬었지. 허나 오늘 여기서 마지막 선택을 해다오. 나와 이성진…”소원영의 말을 들은 엄종호가 어두운 눈빛으로 소원영을 보며 말했다.“이성진을 택할 것이다.”소원영은 망설임 없이 엄종호의 말을 끊었다.엄종호가 몇 번이고 소정연을 위해 자신에게 상처를 줄 때부터 소원영은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원영의 대답을 들은 엄종호는 흠칫 떨었다. 순간, 심장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곧 숨을 깊게 들이켠 그는 빠르게 절벽으로 다가갔다.발 아래에 바로 낭떠러지가 있었지만 임종호의 표정은 무척 담담했다.“원영아, 네가 이성진을 선택하면 나는 없다.”엄종호의 뜻은 명확했다. 소원영은 그를 선택해야만 했다. 소원영이 떠난다면 그의 발밑에는 바로 천 길 낭떠러지였다.그런 엄종호를 본 소원영은 놀랐다.“엄종호, 지금 목숨으로 날 협박하는 거야?”“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엄종호가 그렇게 말하며 허망하게 웃었다.“이게 내가 널 곁에 남겨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엄종호, 이 비열한 놈!”소원영이 주먹을 쥔 채 소리쳤다.“날 미워할 거라는 걸 안다. 네가 날 미워하게 할지언정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다.”엄종호가 집요한 눈으로 말했다.“너!”소원영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을 때, 엄종호가 절벽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그러자 절벽 옆에 있던 돌과 흙이 떨어졌다.하지만 엄종호는 보지 못한 사람처럼 계속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원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집요하고 다정했다.“떠날 것이냐, 남을 것이냐?”소정연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손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나는…”“원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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