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는 시계를 내려다보지도 않았다.대신 유리의 얼굴을 바라봤다.“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내가 뭘 잃었는지 생각이 납니다.”“잃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버렸던 거죠.”침묵. 이번엔, 길었다. 긴 만큼 진실에 가까웠다.“이름을 묻겠습니다.”유리가 조용히 말했다.“당신이 기억하는 그날 밤, 옆에 있던 그 사람의 이름은 뭐였습니까?”이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그러다, 아주 조용히, 진짜 심장을 겨눈 것처럼 말했다.“…유진.”그 이름이 그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유리는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꺼냈다.“그 사람이 죽었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카페 안,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하지만 유리는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이우의 얼굴에 고정돼 있었고,그의 눈빛은 어딘가 멈춘 시계처럼 작은 틈 하나 없이 정지돼 있었다.“그 사람이 죽었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유리의 질문은 공기 속으로 떨어졌고, 그 파문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번져갔다.이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입을 다물고,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정적은 흘렀고, 그건 곧 침묵이라는 이름의 자백이 되었다.“말 안 하셔도 돼요.”유리는 잔잔하게 웃었다.“이미 말했으니까요. 당신은 기억난다고 말했고, 그 기억을 덮고 싶다고도 했고.”“나는…”이우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당신은, 정확히 ‘그날’을 기억하고 있어요.”“…”“그리고 그날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도.”유리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작은 USB 하나. 하얀 바디에 은색 띠가 둘러진, 낡은 물건.“이 안에 들어 있어요.”“무엇이죠.”“언니가 남긴 마지막 기록. 음성 파일과 영상 하나.그리고… 당일 오후 4시 18분, 신촌 근처 편의점 CCTV에서 당신과 언니가 나란히 들어가는 장면.”이우는 그 USB를 보며 물었다.“직접 보셨습니까?”“네. 하지만 아직, 경찰은 못 봤어요.”유리는 USB를
Last Updated : 2026-06-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