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오래 마주 보았다.운백천이 딸의 앞으로 반걸음 나섰다. 큰 동작은 없었다. 그저 딸과 검객 사이에 제 몸을 세웠을 뿐인데, 그 반걸음에 방 안의 공기가 자리를 바꾸었다. 화로의 불꽃이 두 사내의 그림자를 벽 위로 길게 끌어올려, 좁은 약방이 문득 어느 전각의 대청처럼 깊고 아득해졌다."그 노인은 죄인이오." 젊은 사내의 음성은 낮았고, 낮은 만큼 멀리 갔다. "무림맹이 십수 년을 쫓았소. 그가 품었던 것은 맹의 것이오. 죽은 자의 것도, 이 댁의 것도 아니오.""내 문 앞에서 숨을 거둔 사람이네." 운백천의 목소리에는 세월이 얹혀 있었다. 굳이 높이지 않아도 방을 가득 메우는, 오래 호령해 온 자의 울림이었다. "죄인의 주검이라 한들, 거두어 눕히는 것이 이 성읍의 법일세. 그리고 이 아이는 내 딸이야. 의원이지. 그 손에 무엇이 쥐여 있든, 자네가 밤을 틈타 검을 겨눌 사람이 아닐세."젊은 사내의 눈길이 운백천을 넘어 운설에게 닿았다. 서늘하되 차갑지는 않은, 깊은 우물을 굽어볼 때처럼 그 안에 무엇이 잠겨 있는지 가늠할 수 없어 자꾸만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눈이었다. 그 시선이 제게 머무는 동안, 등 뒤로 화로의 열이 닿는데도 운설은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그 서늘함에는 두려움에 없는 무엇이 섞여 있어, 그녀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눈이 살갗에 스며드는 감각이라 여기고 말았다.찰나였다. 그 짧은 사이에 방 안의 모든 것이 — 죽은 노인도, 아버지의 곧은 등도, 문밖에 도열한 횃불도 — 뒤로 물러나 흐릿해지고, 오직 그 한 쌍의 눈만이 또렷하게 남았다. 운설은 제가 그 얼굴을 언젠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그럴 리 없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그런데도 그 눈을 마주하는 일은, 오래 잊고 지낸 무언가를 기어이 떠올리려 애쓰는 일과 닮아 있었다. 그를 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 순간만은 까닭 없이 서러워, 운설은 서둘러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한 번 스며든 것은 눈처럼 쉬이 녹지 않았다.검은 뽑히지 않았다.
Last Updated : 2026-07-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