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지 않은 메시지는아침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강태준]* 오늘도 기다릴게.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못했고,대답하지도 못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망친 것 같지는 않았다.그가 기다리겠다고 했고,나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출근했다.그리고 오전 회의실에서그 문장을 다시 봤다.사라진 줄 알았던 온도.내가 썼고,태준이 이미 봤고,나도 모르는 척할 수 없었던 문장.그 문장이 회의실 큰 화면에 걸렸을 때,나는 태준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처음 보는 문장이 아니었다.내 노트북에서도 봤고,시안 파일에서도 봤고,최종 자료로도 몇 번이나 열어본 문장이었다.그런데 이상했다.작은 화면 안에 있을 때와회의실 한가운데 떠 있을 때는전혀 달랐다.내가 숨겨둔 마음이프로젝터 빛 아래에 걸린 기분이었다.팀장님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저는 2안이 제일 좋아요. 짧고, 정서가 바로 와요.”디자인팀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벽면 적용했을 때도 제일 잘 살 것 같습니다. 조명 들어가면 더 좋고요.”우진은 말없이 화면을 보고 있었다.태준도.그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놀라지는 않았다.이미 알고 있는 문장을다시 맞는 사람처럼 보고 있었다.그 얼굴이 더 힘들었다.처음이라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알면서도 다시 흔들리는 얼굴.나는 괜히 손에 든 펜을 만졌다.그 문장은 그냥 카피다.업무고,시안이고,회의 자료다.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그런데 태준의 시선이자꾸 그 생각을 망쳤다.팀장님이 나를 봤다.“한서윤 씨, 이 문장 의도 다시 한번만 설명해줄래요? 현장팀 공유용으로도 정리해야 해서요.”목이 잠깐 말랐다.나는 화면을 보았다.사라진 줄 알았던 온도.이 문장을 내가 설명해야 한다.내 마음을 들키지 않는 말로.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공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가, 결국 감각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목소리는 생각보다 멀쩡했다.“빛이나 향, 온도 같은 건 시간이 지나도 몸이 먼저 기억할 때가 있잖아요.”말하
Last Updated : 2026-07-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