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파일은 오후 두 시쯤 도착했다.나는 그때 사무실 회의실 구석에 앉아 있었다.오픈 첫날 결과 보고서 초안을 정리하는 중이었다.방문자 수.체류 시간.현장 반응.사진 자료.언론 노출 예정 리스트.숫자와 문장들이 화면 위에 줄지어 있었다.이런 일은 익숙했다.정리하고, 보기 좋게 만들고, 아무도 현장에서 허둥댄 티를 못 느끼게 다듬는 일.나는 그런 걸 잘했다.다만 오늘은 손이 자주 멈췄다.이메일 제목 때문이었다.[현장 사진 전달드립니다]별것도 아닌 제목.그런데 그 안에 어제 우리가 같이 찍힌 사진이 있을 거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끝이 이상하게 굳었다.나는 메일을 열지 않고 한참 제목만 봤다.웃기다.사진 한 장이 뭐라고.업무 사진이었다.프로젝트 기록용 사진.보고서에 들어갈 수도 있고, 보도자료 후보로 빠질 수도 있는 흔한 파일.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계속 어제의 순간이 먼저 떠올랐다.조금만 더 가까이요.사진기자의 목소리.옆에서 아주 작게 움직이던 태준.어깨는 닿지 않았는데, 닿은 것처럼 느껴졌던 거리.나는 한숨을 삼키고 메일을 열었다.첨부파일이 열두 개였다.현장 전경.입구.패널.관계자 컷.단체 사진.나는 하나씩 저장했다.파일명을 바꾸고, 폴더를 나누고, 보고서용으로 쓸 것과 내부 기록용으로 둘 것을 나눴다.그리고 마지막에서 멈췄다.단체_메인_03.jpg썸네일 속에서 나는 태준 옆에 서 있었다.작게.하지만 분명하게.나는 파일을 열었다.화면이 크게 바뀌었다.사진 속의 나는 어색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긴장한 티가 났다.입술은 조금 굳어 있었고, 어깨도 평소보다 올라가 있었다.그 옆의 태준은 나보다 훨씬 차분해 보였다.아니, 차분한 척하는 얼굴이었다.나는 그걸 알아봤다.그는 앞을 보고 있었지만, 몸의 방향이 아주 조금 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어깨가 닿지 않게 애쓴 거리.그런데 완전히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사진은 이상하게 솔직했다.우리가 감추려고 한
Last Updated : 2026-07-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