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세실리아의 상자에 손을 얹었다.그러나 뚜껑을 열지는 못했다.잠겨 있어서가 아니었다.잠금쇠는 이미 풀려 있었고,표면에는 최근 도구를 밀어 넣은 듯한 은빛 흠집이 남아 있었다.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두려운 사람처럼,리비아의 손가락만 가늘게 떨렸다.몇 년을 찾아 헤맨 언니였다.그런데 마지막 흔적을 눈앞에 두자 손잡이 하나 들어 올리는 일조차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상자 안에 언니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정말 죽었다는 증거를 찾는 것도 같은 만큼 무서울 것이다.카엘이 우리가 들어온 문을 소리 없이 당겨 닫았다.나는 대신 상자를 열지 않았다.이건 리비아가 해야 할 일이었다.그녀는 숨을 한 번 삼킨 뒤 천천히 뚜껑을 들었다.안에는 누렇게 변한 웨딩 베일과 작은 장갑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장갑의 손목 부분은 거칠게 찢겨 있었다.누군가 벗긴 것이 아니라 급하게 잡아당겨 빼낸 흔적 같았다.베일 끝에는 갈색 얼룩이 번져 있었다. 피인지 약인지 알 수 없었다.리비아가 손을 뻗었지만 끝내 만지지 못했다.그 아래에 편지 한 통이 있었다.봉투에는 반듯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리비아에게.’리비아의 손이 멈췄다.봉투는 이미 뜯겨 있었다.가장자리에는 오래된 밀랍 자국만 남았고 봉인은 사라지고 없었다.“누가 먼저 읽었어요.”“벨리어드에서는 죽은 여자의 말이 가족에게 가기 전에 늘 다른 손을 거치나 보군요.”내 편지도 그랬다.쓰는 사람은 여자였지만, 읽을 사람을 정하는 건 언제나 이 집의 남자들이었다.살아 있을 때는 편지를 빼앗고, 죽은 뒤에는 유언을 고쳤다.리비아가 편지를 꺼냈다.종이는 오래됐지만 글씨는 흐트러지지 않았다.도망치기 직전 쓴 글도, 죽음을 앞둔 사람이 남긴 글도 아닌 것처럼 지나치게 차분했다..그녀는 첫 줄을 읽고 입술을 다물었다.“읽어도 될까요?”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다시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결국 편지를 내게 내밀었다.“부인이 읽어요.”“당신에게 온 편지예요.”“
Terakhir Diperbarui : 2026-07-03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