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애첩이 내 장례식을 샀다: Chapter 31 - Chapter 40

79 Chapters

제31화. 아내의 방

“벨리어드 공작부인.”정문이 열리자 경비들이 기도실 안으로 들어왔다.카엘이 곧장 내 앞을 막았다.“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오면 황실 조사 방해로 간주하겠습니다.”검 손잡이를 쥔 경비들이 멈췄다.에드릭은 혼인 증서를 접었다.“공작부인의 침실로 모시는 일도 조사 방해인가?”“아델라인 공작부인은 핵심 증인이자 피해자입니다.”“그 지위도 법원이 정하겠지.”기도실 밖에는 벨리어드의 경비가 가득했다.여기서 검이 뽑히면 니나와 베티부터 위험해진다.“강제로 가는 게 아닙니다.”나는 카엘의 황실 문장을 바라봤다.“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장부와 니나를 먼저 밖으로 보내주세요.”리비아가 내 팔을 붙잡았다.“안 돼요.”“저 사람이 원하는 건 저예요.”“그러니까 더 안 돼요.”“증거가 먼저 살아남아야 해요.”카엘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장부를 품에 넣고 베티와 니나를 황실 마차까지 직접 호송했다.마차가 정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돌아왔다.그가 내 손바닥에 작은 금속 조각을 쥐여주었다.황실 문장이 새겨진 신호패였다.“문이나 창을 세 번 두드리십시오. 저택 밖에 감찰관을 남겨두겠습니다.”이어 경비들을 향해 말했다.“공작부인의 자발적 선택이다.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출입을 막는 순간 즉시 체포하겠다.”에드릭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나는 리비아의 손을 떼어냈다.“장례식을 산 사람이 증거까지 잃으면 손해잖아요.”“지금 농담이 나와요?”“그러니까 반드시 지켜줘요.”끝내 놓아준 손끝이 차갑게 떨렸다.나는 경비들 사이로 걸어 나갔다.복도에 늘어선 하인들이 나를 보자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공작부인 마님…….”놀라움보다 공포가 먼저 번졌다.죽은 주인이 돌아와서가 아니었다.에드릭이 그 이름을 다시 허락했기 때문이었다.그는 나를 서관 가장 안쪽으로 데려갔다.내가 죽었던 침실이었다.문이 열리자 익숙한 향이 목을 조였다.창가의 의자와 은색 촛대, 침대 옆 탁자까지 그대로였다.머리맡의 호출줄도 죽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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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치료를 거부한 환자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고.”에드릭의 명령이 떨어졌다.베르너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진단서 끝에 펜을 댔다.치료 거부.공격적 반응.강제 처치 필요.나는 침대 위의 가죽 끈과 열린 약병을 번갈아 봤다.저항하면 폭력적 흥분 상태.순순히 약을 받으면 입을 잃는다.무엇을 선택해도 기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거부하지 않겠습니다.”베르너의 펜끝이 멈췄다.에드릭도 웃음을 거뒀다.나는 책상 옆 의자에 앉았다.“치료명과 약의 종류, 투여량부터 적으세요.제가 동의했다고 서명하겠습니다.”“환자에게는 판단 능력이 없습니다.”“그 판단을 내리기 전에 진찰은 하셨습니까?”“진찰하지 않았다면 제 동의가 필요하고,판단 능력이 없다면 보호자가 결과에 책임져야겠죠.”나는 에드릭을 바라봤다.“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진다고 서명하세요.”“진정제라고 했잖아.”“전에도 같은 말을 했죠. 그리고 저는 죽었습니다.”“이번에도 살아날 거라고 확신합니까?”“그럼 어려울 것 없겠네요.”에드릭의 손가락이 문틀을 두드렸다.한 번. 두 번.그가 초조할 때 하던 버릇이었다.베르너는 대답 대신 작은 잔에 물을 따랐다.유리병을 기울이자 걸쭉한 액체가 세 방울 떨어졌다.달고 오래된 사탕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죽던 밤의 수프와 같은 냄새였다.“마시십시오.”나는 잔을 받지 않았다.“처방전을 보여주세요.”“불필요합니다.”“환자가 무슨 약을 받는지도 모르는 게 치료입니까?”베르너는 진단서에 다시 펜을 댔다.기억 혼란.내가 증거를 요구할수록 그의 기록에는 병이 늘어났다.“제가 무슨 말을 해도 진단은 바뀌지 않겠군요.”“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는 대개 그렇습니다.”“방금 거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그는 펜을 멈추지 않았다.치료 거부.같은 문장을 한 번 더 적었다.에드릭이 말했다.“충분히 기록했으면 시작해.”베르너가 가죽 끈을 집었다.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세요.”“공격적 반응.”펜촉이 종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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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보호 명령

“제가 복종하지 않으면 죽이려던 거죠.”베르너의 입술이 떨렸다.카엘이 내 손에서 사망진단서 초안을 받아 들었다.“누가 지시했습니까?”“오델 집사님이 기존 기록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라고 했습니다.”“기존 기록?”베르너는 입을 다물었다.카엘이 황실 경비에게 명령했다.“진술을 기록하고 오델과 완전히 분리해.”약병과 진단서, 가죽 끈이 증거 주머니에 들어갔다.에드릭은 베르너를 돌아보지도 않았다.“의사의 비겁함이 내 죄가 되지는 않아.”사람을 버리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베르너가 무너지면 오델을 내주고,오델이 입을 열면 선대의 관행으로 돌릴 것이다.그는 늘 다른 사람의 손으로 죄를 완성했다.카엘이 황실 문장이 찍힌 감찰 명령서를 펼쳤다.“현장 긴급 보호권을 발동합니다.”복도에 있던 경비들의 자세가 달라졌다.“아델라인 로엔베르크 벨리어드를 즉시 저택에서 분리합니다.정식 판단 전까지 공작가의 접촉과 단독 진료를 금합니다.”“임시 조치일 뿐이야.”“지금은 충분합니다.”나는 카엘의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문턱을 넘었다.죽던 밤에는 아무리 호출줄을 당겨도 열리지 않던 문이었다.이번에는 에드릭이 보는 앞에서 내 발로 나갔다.복도 끝에 리비아가 서 있었다.내가 다가가자 굳어 있던 어깨가 내려갔다.“끝났어요?”“아직요.”그래도 한 걸음은 끝냈다.리비아가 손을 내민 순간, 아래층에서 갑옷 부딪치는 소리가 몰려왔다.황실 집행관 셋이 계단을 올라왔다. 선두의 남자가 봉인된 체포장을 펼쳤다.“리비아 모렌.”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장례 계약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아델라인 벨리어드 공작부인의시신 무단 반출 및 행방 은닉 혐의로 신병을 확보한다.”카엘이 체포장을 확인했다.황실 법무원의 정식 인장.신청일은 내 장례식이 팔린 다음 날. 집행 승인일은 오늘이었다.에드릭은 내가 아델라인임을 확인하자마자 묵혀둔 신청을 살려냈다.“당사자는 살아 있습니다.”“생존 주장은 별도 심리에서 판단됩니다.제 명령은 기존 기록을 기준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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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장례식의 덫

“안에서 소리가 나도 그대로 넘겨라.”장의사의 증언이 끝나자 복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나는 에드릭을 바라봤다.“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고를 받고도요?”“검시는 끝났어.”“관 뚜껑이 안에서 들썩였다는데도?”에드릭은 대답하지 않았다.카엘이 장의사에게 물었다.“명령을 받은 뒤 무엇을 했습니까?”“인도를 계속했습니다.”“관을 연 사람은?”“없었습니다.”갈라진 손톱이 욱신거렸다.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손끝으로 살아 있다고 외쳤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관 밖에 있었고, 누구도 뚜껑을 열지 않았다.리비아가 쇠고리를 들어 올렸다.“그래서 내가 가져갔어.”에드릭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살아 있는 걸 알고도?”“그 자리에서 열면 당신 경비가 다시 데려갔을 테니까.”리비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영지 경계를 넘은 뒤에 열었어요.손톱이 전부 부러진 채 숨을 쉬고 있었고,눈을 뜨자마자 다시 정신을 잃었어요.”내가 처음 기억하는 것은 낯선 방의 천장이었다.그 전의 나를 리비아는 혼자 관에서 꺼내 안고 있었다.카엘이 집행관에게 말했다.“긴급 구조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진술로 기록하십시오.”집행관이 펜을 들자 에드릭이 웃었다.“구조한 뒤에도 신고하지 않았지.”“누구에게 신고했어야 하죠?”내가 물었다.“저를 죽였고, 살아 있다는 보고까지 묵살한 남편에게?”“죽이려 했다면 관을 넘기지 않았겠지.”“아니.”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저를 넘긴 게 아니라 미끼로 던진 거예요.”그의 침묵이 대답이었다.카엘이 장의사에게 다시 물었다.“인도 후 누가 관을 추적했습니까?”“공작가의 검은 마차가 뒤를 따랐습니다.”리비아의 얼굴이 굳었다.“강변까지 따라온 마차.”“오델 집사님이 구매자가 관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확인하라고 했습니다.”“생체 반응을 보고받고도 구조가 아니라 추적을 지시했군요.”에드릭은 태연했다.“시신의 소재를 확인했을 뿐이야.”“그 시신이 관을 긁고 있었는데도?”그는 끝까지 내가 당시 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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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숨은 붙어 계십니다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앞쪽에서 말이 울었다.숲 안쪽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와 마차 앞 바퀴 옆에 꽂혔다.니나가 베티 품을 파고들었고 리비아는 바로 몸을 낮췄다.화살 끝에는 짙은 녹색 천 조각, 로엔베르크 색이 묶여 있었다.헬레나가 마차에서 내려 숲 쪽을 향해 손을 들었다.“나다.”“증명해.”숲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헬레나 그레이.”“로엔베르크 내성 집사장.”“백작님께서는 붉은 장미를 싫어하시고,작은 아가씨께서는 열두 살까지 무덤가에서 잠든 적이 있다.”베티가 나를 휙 봤다.“무덤가에서 잤어요?”“길을 잃었어요.”“어릴 때니까요.”“작은 아가씨는 어디 있지?”숲속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살아 있다.”헬레나가 답했다.짧은 공백.숲이 통째로 귀를 세운 것 같았다.곧 사냥꾼 차림의 남자 셋이 나타났다.그중 가장 나이 많은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와 얼굴을 오래 보더니 무릎을 꿇었다.“아가씨.”“정말 살아 계셨군요.”어릴 적 온실 뒤에서 사과를 깎아주던 사냥터 관리인, 도란이었다.더 늙었고 한쪽 눈가에 깊은 흉이 있었다.“도란.”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의 입가가 뒤틀렸다.“백작님 말씀대로였습니다.”“아버지는 어디 계세요?”“묘지에 계십니다.”심장이 세게 뛰었다.“살아 계세요?”도란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숨은 붙어 계십니다.”붙어 있다.살아 있다와는 다른 말이었다.나는 눈앞의 숲이 잠깐 멀어지는 것 같았다.리비아가 바로 내 곁에 섰다.부축하려는 것도, 막으려는 것도 아니었다.그냥 옆에 섰다.그게 도움이 됐다.“화재 때 연기를 많이 마셨습니다.”“몸도 다치셨고…… 오래 버티긴 어렵습니다.”“그럼 왜 저한테 오지 않았어요?”물음이 거칠게 나갔다.“백작님께서 명하셨습니다.”“아가씨가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묘지를 지키라고.”“아가씨가 죽었어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바보 같고 아버지다운 명령이었다.울면 안 된다.여기는 숲길이고, 뒤에는 벨리어드가 있고, 앞에는 황후가 산 장례식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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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네 번째 방울

“당신을 죽인 사람은 에드릭 하나가 아니에요.”리비아의 말이 떨어지자 복도에 있던 시선이 한꺼번에 움직였다.나는 세실리아의 편지를 다시 펼쳤다.약병 그림 아래에는 검은 점 세 개가 찍혀 있었다.세 방울.맥박과 체온이 급격히 내려간다.숨이 끊긴 것처럼 보이지만 죽은 것은 아니다.여섯 시간이 지나면 깨어난다.“세실리아도 이 약을 먹었어요?”“네.”리비아가 쇠고리 찬 손을 움켜쥐었다.“격리실에서 깨어났어요. 하지만 이미 사망 기록이 작성된 뒤였죠.살아 있다고 말할수록 망상 진단만 늘어났고요.”내 침실에 펼쳐져 있던 행위능력 제한 청원서가 떠올랐다.나를 위해 새로 만든 감옥이 아니었다.세실리아에게 먼저 사용했던 절차였다.카엘이 편지의 봉인과 날짜를 확인했다.“전대부터 같은 약과 같은 기록을 사용했다는 증언이군요.”에드릭이 비웃었다.“죽은 여자의 편지 한 장일 뿐이야.”“그 죽은 여자의 이름이 회수 절차 장부에도 있죠.”내 말에 그의 웃음이 멎었다.나는 편지 아래 붙은 종이를 펼쳤다.검은 점 세 개 아래에 붉은 점 하나가 더 찍혀 있었다.네 번째 방울.네 방울째는 죽음을 흉내 내지 않는다.심장을 완전히 멈춘다.“에드릭은 세 방울을 넣었다고 했어요.”“니나가 본 것도 세 방울이었어요.”리비아가 대답했다.“그래서 의원을 미리 데려간 거예요.편지대로라면 당신은 영지 경계를 넘기 전에 깨어났어야 했으니까.”“하지만 저는 다음 날 새벽에 깨어났죠.”“의원은 심장이 실제로 멎었던 흔적이 있다고 했어요.”세 방울이면 죽었다고 기록할 수 있다.하지만 언젠가 깨어나 진실을 말할 수도 있다.네 번째 방울은 그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카엘이 에드릭을 바라봤다.“공작이 식당을 나간 뒤 남은 사람이 누구였습니까?”에드릭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대신 기억이 먼저 돌아왔다.문이 닫힌 뒤 들렸던 구두 소리.내 앞에서 수프 그릇을 다시 밀던 흰 장갑.그리고 손목 근처에서 울리던 작은 금속음.바로 그때 황실 경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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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물품번호 17번

“그럼 벨리어드의 집사들은 대대로 살인자였군요.”오델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살인자라니요. 주인이 시작한 일을 끝내는 사람들입니다.”“이름만 바꾸면 죄도 달라집니까?”“죄를 물을 아내가 모두 죽었으니, 지금까지는 그랬지요.”카엘이 황실 경비에게 손짓했다.“오델을 분리해. 공작과 같은 마차에 태우지 마.”“잠깐.”에드릭이 오델의 멱살을 놓지 않았다.“저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야.”“세 방울을 넣은 건 사실이잖아요.”“죽일 생각은 없었어.”“죽은 사람으로 만들어 재산과 장례권을 빼앗을 생각만 있었겠죠.”내가 한 걸음 다가가자 에드릭의 손이 떨어졌다.“네 번째 방울을 몰랐다는 말로 살아남을 생각이라면 착각하지 마세요.당신은 저를 관에 넣었고, 오델은 제가 다시 나오지 못하게 했어요.”오델이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했다.“그래도 나오셨군요. 선대의 약제사가 권한 양보다 독한 약을 썼어야 했는데.”“전대부터 몇 명에게 넣었지?”카엘이 묻자 오델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벨리어드의 안주인만 세 분입니다. 엘레노라, 비비안, 마리안.”아버지의 장부에서 본 이름들이었다.병사, 자살, 원인 불명의 심장 정지.세 여자의 사망 기록은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같은 집사의 서명이 붙어 있었다.“다른 가문은?”“그 집 집사에게 물어보셔야지요.”오델은 마치 식사 예절을 설명하듯 태연했다.“공작가마다 체면을 지키는 방식은 다르니까.”리비아의 쇠고리가 거칠게 흔들렸다.“입 닥쳐.”“모렌 양은 고마워해야 합니다.제가 마지막 방울을 넣지 않았다면 살아 있는 공작부인을 산 여자가 되었을 테니까.”“이미 그렇게 몰아가고 있잖아.”리비아가 손목에 걸린 체포장을 들어 보였다.“당신들이 살아 있는 사람을 시신으로 넘겨놓고, 산 사람을 데려갔다고 나를 잡았잖아.”오델의 입가가 다시 올라갔다.“그러니 서두르셔야지요.”그의 말과 함께 허리춤의 열쇠 꾸러미에서 검은 패 하나가 떨어졌다.카엘이 먼저 주워 들었다.한쪽에는 숫자 17.뒤에는 짧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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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손목의 낙인을 꺼내다

내 이름을 산 여자는 경매장 어디에도 없었다.단상 위에는 낙찰 증서 한 장만 놓여 있었다.“아델라인 벨리어드 공작부인 본인이 사후 명예 보존을 신청했습니다.”경매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죽은 사람이 경매에 참여했다고요?”“사망 전에 제출한 위임장이 있습니다.”앞줄에 앉아 있던 프리드 남작이 일어났다.황후가 필요할 때마다 내세우는 대리인이었다.그가 펼친 위임장에는 내 이름과 서명이 적혀 있었다.신청일은 내가 죽기 하루 전.구매 대리인은 프리드 남작.보증 기관은 황실 장례청.나는 죽기 전에 내 이름을 황후에게 사달라고 부탁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위조예요.”“죽은 분들은 다 그렇게 주장하더군요.”프리드 남작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눌렀다.“물론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드뭅니다만.”위임장 아래에는 로엔베르크 가문의 옛 인장과벨리어드의 배우자 확인인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나는 두 번째 인장을 에드릭에게 내밀었다.“당신 것이죠?”“공작가 인장은 오델도 사용할 수 있어.”“살인자에게 인장을 맡긴 죄는 아니라는 말인가요?”“내 허락 없이 사용했다면 그렇지.”“당신은 참 편리하네요. 세 방울까지만 당신 죄고,네 번째 방울과 인장은 전부 집사 죄니까.”리비아가 쇠고리 찬 손을 들었다.“그 더러운 입을 찢기 전에 증서부터 내려놔.”경비가 막아서자 그녀는 내 쪽을 가리켰다.“당신들 물품이 걸어 들어왔잖아. 낙찰을 취소해.”경매관은 고개를 저었다.“현재 황실 기록상 아델라인 공작부인은 사망자입니다.생존을 주장하는 여성과 동일인이라는 증명이 먼저입니다.”“남편이 여기 있잖아요.”내가 에드릭을 돌아봤다.“대답해요. 제가 누구죠?”입찰장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를 바라봤다.에드릭이 나를 아내라고 인정하면 사망 신고와 장례 절차가 거짓이 된다.부정하면 황후에게 내 이름을 빼앗긴다.그는 침묵했다.“아내를 두 번 죽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까?”“저 여자는 아델라인 벨리어드다.”마침내 그의 대답이 떨어졌다.나는 경매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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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벨리어드를 쓰지 않았다

내가 결혼하기 전 남긴 서명이었다.그 사실을 가장 먼저 부정한 사람은 에드릭이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야. 혼인 전 서명이 왜 장례청에 있지?”“당신이 더 잘 알겠죠.”“나는 저런 서류를 본 적 없어.”“제 수프에 넣은 약도 처음에는 본 적 없다고 했잖아요.”에드릭의 입이 닫혔다.카엘은 두 위임서를 증거 봉투에 넣었다.“원본 서명의 출처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제출 기록을 가져오십시오.”경매관이 프리드 남작을 살폈다.남작은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황후궁에서 적법하게 보관하던 문서입니다.”“무슨 문서죠?”“귀족 여성의 서명 견본까지 감찰관에게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내 귀를 의심했다.“서명 견본을 따로 보관한다고요?”“공식 기록이 훼손되었을 때 복원하기 위한 절차입니다.”“복원이 아니라 위조에 썼잖아요.”“죽은 분의 뜻을 보존한 겁니다.”“그 죽은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데도요?”프리드 남작은 대답하지 않았다.카엘이 황실 문장을 단상 위에 놓았다.“물품번호 17번의 거래를 즉시 동결합니다. 관련 원본과 제출 기록도 압수하겠습니다.”“황후궁 문서는 감찰원 권한 밖입니다.”“경매장에 제출한 순간 거래 증거가 됐습니다.”프리드 남작이 위임장을 잡으려 했다.리비아가 쇠고리 사이의 사슬을 그의 손목에 걸어 당겼다.남작이 단상 모서리에 배를 부딪치며 신음했다.“죄수가 감히!”“나한테 산 사람을 또 팔아먹었으면 이 정도 값은 치러.”경비들이 리비아를 붙잡는 동안 나는 위임장을 먼저 낚아챘다.경매관이 망치를 세 번 내리쳤다.“장내 폭력을 중지하십시오!”“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훔칠 때도 그렇게 두드렸나요?”나는 서기관의 책상에서 빈 이의 신청서를 가져왔다.“무엇을 하려는 거지?”에드릭이 물었다.“제 이름으로 낙찰된 거래를 제 이름으로 취소할 겁니다.”“법적 이름을 정확히 써. 지금 너는 벨리어드 공작부인이야.”“죽었다면서요.”“살아 돌아왔잖아.”“그러면 당신이 저를 죽은 사람으로 신고한 순간부터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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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시체 길로 도망치는 공작부인

“아니야.”에드릭이 제출 기록을 빼앗으려 했다.카엘이 그의 손을 쳐냈다.“증거에 손대지 마십시오.”“내가 제출한 서류가 아니야. 혼인 담당 집사가 내 이름을 썼겠지.”“오델이요?”“그래.”나는 웃었다.“방금 전까지 오델은 독단으로 네 번째 방울을 넣은 살인자였죠.그런데 혼인 전날에는 당신 대신 제 서명을 맡길 만큼 충직한 대리인이었고요?”“가문의 절차를 맡긴 것과 살인을 지시한 건 달라.”“당신 죄는 늘 남에게 맡긴 부분만 빠지는군요.”프리드 남작이 경매관에게 손을 내밀었다.“황후궁 보관부를 회수하겠습니다.”“안 됩니다.”카엘이 기록을 접어 증거 봉투에 넣었다.“위조 문서 작성과 생존자 권리 매각의 증거입니다.”프리드 남작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입찰장 양쪽 문으로 장례청 경비들이 들어왔다.창문의 덧문까지 차례로 닫혔다.“황후궁 문서 절취 혐의로 이 안의 인원을 전부 조사하겠습니다.”“방금 감찰원이 압수한다고 고지했습니다.”“그 감찰 권한부터 확인해야겠군요.”프리드 남작은 카엘을 가리킨 뒤 나를 보았다.“특히 신원을 알 수 없는 저 여자부터.”황후궁으로 끌려가면 기록은 사라지고 나는 다시 죽은 사람이 된다.카엘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그가 증거 봉투를 내게 건네며 황실 경비들에게 명령했다.“보호 대상자와 증인을 밖으로 이동시킨다.”“정문은 이미 막혔어요.”처음 보관부를 가져왔던 서기관이 끼어들었다.“뒤쪽에 운구품 반출로가 있습니다.”리비아가 쇠고리를 들어 보였다.“이걸 차고 좁은 길을 뛰라고요?”“여기 남으면 황후궁까지 편하게 마차를 타겠죠.”내 말에 그녀가 먼저 몸을 돌렸다.“뛰어요. 갑자기 다리가 가벼워졌으니까.”서기관이 단상 뒤의 휘장을 젖혔다.좁은 복도 양쪽에 빈 관과 장례용 인형이 쌓여 있었다.죽은 사람 대신 울어줄 조문객 인형.비어 있는 관을 무겁게 보이도록 채우는 모래주머니.장례식은 슬픔까지 빌려서 완성하는 사업이었다.“왜 시체 길이라고 부르죠?”리비아가 물었다.“살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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