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풀어.”에드릭이 붕대 끝을 당겼다.나는 손목을 비틀었지만 그의 엄지가 뼈를 짓눌렀다.한 겹이 풀렸다.검은 글자가 완전히 드러났다.리비아 모렌.오델의 얼굴이 굳었다.“공작님, 그건…….”“입 다물어.”에드릭은 내 손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믿지 않으려는 얼굴이었다.“위조군.”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낙인을 누른 손가락은 떨어지지 않았다.“장례식 소유 낙인은 위조할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리비아라면 방법을 찾아냈겠지.”“그럼 저는 누굽니까?”“엘린.”“북부에서 데려온 하녀?”“그래.”“그런 하녀의 손톱을 왜 확인하셨죠?세실리아의 열쇠를 어디서 얻었는지,비밀문을 어떻게 열었는지까지.”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목, 손가락, 손목으로 옮겨갔다.죽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내려는 눈이었다.“낙인 하나로 네가 아델라인이 되는 건 아니야.”“저는 제가 그분이라고 한 적 없습니다.”“그럼 왜 그 여자의 이름이 적힌 장부를 봤지?”나는 그의 뒤를 바라봤다.기도대 서랍은 여전히 반쯤 열려 있었다.잉크에 젖은 장부 가장자리에 내 이름이 보였다.아델라인 로엔베르크 벨리어드.회수 대상.그 아래에 문구가 이어져있었다.생존 반응 확인.관련 증언 정리.장례 소유권 원상 복귀.살인과 입막음,시신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이 모두 행정 절차로 정리되어 있었다.마지막 줄 옆에는 오델의 서명란과 에드릭의 인장이 찍힐 빈칸이 남아 있었다.아직 끝나지 않은 계획이었다.내가 오늘 이 방에서 사라지면 ‘관련 증언 정리’ 옆에 날짜 하나가 더 적힐 것이다.“저 장부도 위조입니까?”오델이 급히 서랍을 닫으려 했다.“손대지 마.”에드릭의 명령에 그의 손이 멈췄다.장부는 펼쳐진 채였다.그는 증거를 숨기기보다,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엘레노라, 비비안, 마리안.”나는 이름을 하나씩 읽었다.“세실리아 모렌.”벽 너머에서 아주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리비아였다.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