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61 - Chapitre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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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두 번째 재봉인 명령서

“황후 폐하가 세실리아의 관을 다시 닫으라고 명령했습니다.”에드릭의 폭로에 이사벨라가 일어났다.“살인범의 주장을 증언으로 기록할 생각인가요?”“저는 폐하의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죄를 피하려고 황후를 모함하는군요.”에드릭이 카엘을 보았다.“내가 전부 증언하면 형을 덜어줄 수 있소?”“살인 혐의를 없애줄 수는 없습니다.”“그래도 황후보다 내가 먼저 단두대에 올라가는 건 억울하지.”그는 이제 아내도 애첩도 아닌, 자기 목숨만 건지려고 했다.“명령은 누구를 통해 받았습니까?”수석 기록관이 물었다.“황후궁 수석 기록관 오델입니다. 접수는 프리드 남작이 했습니다.”“오델은 보호 시설에 수감된 반역자예요.”이사벨라가 바로 끊었다.“반역자의 말과 살인범의 말을 맞춰 나를 죄인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심의장 뒷문이 열렸다.“그러면 제 말이 아니라 폐하의 명령서를 읽으면 되겠군요.”오델이 감찰원 경비들과 함께 들어왔다.황후궁 기록관의 제복은 벗은 상태였다.오델은 제 이름만 적힌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신원을 밝히세요.”“오델. 황후궁이 지어 준 이름입니다.”그녀가 낡은 가문패를 탁자 위에 올렸다.“제 출생명은 엘레노라 벨리어드. 전전대 공작부인의 유일한 여아입니다.”방청석이 일제히 술렁였다.에드릭은 자기 앞에 선 여자가 누구인지 이제야 알았다.오델이 진짜라면 그는 직계 계승자가 아니었다.황후가 에드릭에게 준 공작위는 오델이 숨어 있을 때만 유효했다.“위조된 혈통패입니다.”이사벨라가 말했다.오델은 양피지 조각과 황실 보증 번호를 펼쳤다.“폐하의 혈통 보호대가 작성한 원본입니다. 폐하께서 지우라고 했으나 제가 숨겼습니다.”카엘이 번호를 대조했다.“황실 원본 번호와 일치합니다.”에드릭이 의자를 붙잡았다.세실리아를 살해한 죄를 벗느라 자신의 공작위까지 잃게 된 셈이었다.수석 기록관이 즉시 계승 심사 중단을 선언했다.“오델의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에드릭 벨리어드의 공작 권한과 가문 재산 처분권을 정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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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황후는 체포할 수 없다

“황후 이사벨라를 체포하세요.”나의 요청에 카엘이 즉시 답하지 못했다.이사벨라가 먼저 웃었다.“이제야 자기 위치를 깨달았군요.”“증거가 있습니다.”“황후를 재판하려면 황제의 승인과 귀족원 장로 세 명의 연명이 필요해요.”수석 기록관이 규정을 확인했다.황실 면책권.이사벨라를 현장에서 즉시 체포할 수는 없었다.살인을 미리 명령한 문서가 있어도, 황후라는 자리가 그녀의 손목을 보호했다.“그럼 에드릭은 체포할 수 있겠네요.”리비아가 그를 가리켰다.“당신 손으로 서명했으니까.”에드릭이 황후에게 다가갔다.“나를 여기서 버리면 폐하도 무사하지 못합니다.”“그럼 당신이 더 잘 알겠군요. 버린 사람의 말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이사벨라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카엘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에드릭 벨리어드를 세실리아 모렌 살인 및 아델라인 로엔베르크 살인 모의 혐의로 구금합니다.”경비들이 에드릭의 팔을 잡았다.그는 버티려 했지만 이미 공작 권한도 정지된 뒤였다.“독을 준 건 황후궁 의관이오!”에드릭이 외쳤다.“어떤 독이었습니까?”“죽은 것처럼 맥박을 느리게 만드는 약이었소. 다시 깨어나도 관만 닫히면 끝나는 약.”“배달한 사람은요?”“프리드 남작이오. 내 서재에 납품 기록이 있소.”“세실리아 언니가 관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어요?”리비아가 에드릭 앞에 섰다.그는 대답을 피했다.“들었느냐고요.”“처음에는 장례 일꾼이 판자를 건드리는 소리인 줄 알았소.”“그다음에는요?”“내 이름을 부르더군.”리비아가 에드릭의 뺨을 때렸다.두 번째는 카엘의 부하들이 막았다.“언니가 살려 달라고 부르는데 당신은 관 위에 도장을 찍었어요.”“거부했다면 내가 죽었을 거요.”“그래서 언니를 대신 죽였군요.”에드릭은 리비아를 직시하지 못했다.그가 황후의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은 죄를 나누었을 뿐, 없애지는 못했다.이사벨라가 시녀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내가 시녀의 앞을 막았다.“어디로 보내려는 거죠?”“황후의 명령을 막겠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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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불보다 먼저 사라진 아이

“기록은 타도 다시 쓸 수 있어요. 아이들부터 구해요.”리비아가 먼저 문으로 뛰어갔다.오델이 그 뒤를 따랐다.언니의 유해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는 기록이 타고 있었지만, 리비아는 살아 있는 아이를 골랐다.카엘은 부하들을 두 팀으로 나눴다.“한 팀은 황후궁 기록실로, 나머지는 북쪽 별관으로 갑니다.”이사벨라가 심의장을 나서려 했다.수석 기록관이 의사봉을 내려쳤다.“폐하는 이 자리에 남으셔야 합니다.”“내 궁에 불이 났다는데도요?”“연기가 발생하면 심의 기록에 남기라고 명령한 분이 폐하십니다.”황후는 자기가 열고, 자기가 멈추지 않은 심의에 남겨졌다.나는 세실리아의 사망 확인서를 리비아에게 넘겼다.“언니의 마지막을 지켜요. 니나와 로젠은 우리가 지킬게요.”리비아는 문서를 품에 넣고 나와 함께 달렸다.감찰원 북쪽 별관은 심의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지붕 위로 검은 연기가 쏟아지고 있었다.문 앞을 지켜야 할 경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마구간 옆 창고에서 묶인 사람들의 신음이 들렸다.감찰원 경비 네 명이 손발이 묶인 채 발견됐다.“황실 경비가 교대 명령서를 가져왔습니다. 문을 넘기자마자 우리를 공격했습니다.”교대 명령서에는 황후궁 기록실의 접수 표시가 있었다.프리드가 직접 발급할 수 있는 문서였다.카엘이 입구의 탄 냄새를 확인했다.“불이 나기 전에 문을 잠갔습니다.”밖에서 자물쇠를 걸고 창문에도 못을 박아 놨다.건물 모퉁이마다 기름을 먹인 천이 놓여 있었다.불을 끄려고 물을 길어도 복도 사방으로 다시 번지게 만든 배치였다.단순한 화재가 아니었다.안에 있던 사람을 태우기 위한 불이었다.“니나!”베티가 문을 두드렸다.답은 없었다.경비들이 문을 깨는 동안, 마리가 세탁 통로로 달려갔다.“부엌 아래로 연결된 수레 길이 있어요!”우리는 뒤편으로 돌아 지하 통로로 내려갔다.복도 바닥까지 번진 연기 속을 손으로 벽을 짚으며 지나갔다.의관은 침대 옆에 쓰러져 있었다.의식은 있었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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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불타는 기록실의 아이

우리는 붉은 손목띠 조각을 따라 서쪽 수레 길을 달렸다.진흙 위에는 마차 바퀴 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다. 서두른 흔적이었다.길 가장자리에는 로젠이 찢어 흘린 천 조각이 일정한 간격으로 남아 있었다.붙잡혀 가면서도 길을 기억시키려 한 것이다.오델이 조각 하나를 주워 쥐었다.“저 아이는 어릴 때부터 길을 잃으면 실밥을 풀어 표시했어요.”목소리가 무너졌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황후궁 장례 기록실은 이미 절반이 불길에 잠겨 있었다.창문마다 붉은빛이 터져 나왔고, 정문 앞에는 황실 경비 복장을 한 자들이 서 있었다.카엘이 우리를 벽 뒤로 밀어 넣었다.“감찰원 소속이 아닙니다.”경비들의 장화에는 황후궁 문장이 없었다. 멀리서 보면 속을 만큼만 꾸민 사병이었다.리비아가 불길 너머를 살폈다.“프리드는 기록실 안에 있을 거예요. 증거를 태우는 걸 남에게 맡길 사람이 아니니까.”오델이 곧장 나가려 했다. 내가 팔을 붙잡았다.“로젠을 살리려면 저들이 원하는 걸 먼저 알아야 해요.”“원본입니다.”오델은 품 안에서 작은 열쇠를 꺼냈다.“황후가 찾는 마지막 원본. 세실리아의 재봉인 명령과 아델라인의 사전 장례 승인서가한 장부에 함께 묶여 있습니다.”카엘이 물었다.“어디 있습니까?”“저만 압니다.”그 말이 끝나자 기록실 안에서 종이 울렸다.한 번.두 번.세 번째 종이 울리기 전에 2층 창문이 열렸다.프리드 남작이 로젠의 어깨를 붙잡고 모습을 드러냈다.아이의 입은 천으로 막혀 있었고 두 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엘레노라!”프리드의 외침이 불길 위로 떨어졌다.“장부를 가져오시오. 혼자.”오델이 앞으로 나섰다.카엘이 막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제가 가지 않으면 저 아이를 창문 밖으로 던질 겁니다.”“가면 둘 다 죽습니다.”“그래도 제 딸이 혼자 죽지는 않아요.”나는 오델의 손에서 열쇠를 가져갔다.“혼자 가겠다고 약속한 건 당신이지, 장부가 아니에요.”프리드가 다시 외쳤다.“시간을 끌면 아이부터 태우겠다!”로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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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황후의 마차

검은 마차는 감찰원으로 향하는 다리 앞에서 속도를 줄였다.황후의 인장이 찍힌 마차라면 검문을 받지 않는다.니나가 심의장에 도착하기 전에 길목을 막으려는 것이다.카엘이 말고삐를 당겼다.“정문으로 가면 늦습니다.”“장례 물품 통로로 들어가요.”나는 불에 그을린 치맛자락을 걷어 쥐었다.감찰원 뒤편에는 심의가 열리는 날마다 관과 향초를 들이는 문이 있었다.살아 있는 증인은 막아도 죽은 사람의 물건까지 막지는 못한다.마차가 다리 중간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황후궁 시녀장과 무장한 경비들이 내렸다.니나는 없었다.그들은 마차 안을 보여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이를 태워 돌아가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니나를 찾고 있어요.”리비아가 내 옆에서 숨을 골랐다.“황후가 직접 움직였다는 건 그 아이가 가진 게 원본이라는 뜻이에요.”우리는 강둑 아래로 내려가 감찰원 후문까지 달렸다.장례 물품 수레 두 대가 문 앞에 서 있었다.첫 번째 수레에는 검은 천이, 두 번째 수레에는 빈 관이 실려 있었다.빈 관 안쪽에서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똑. 똑. 똑.나는 망설이지 않고 뚜껑을 열었다.니나가 웅크린 채 숨을 참고 있었다. 베티도 함께였다.니나의 맨발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가슴에는 낡은 회계 장부 한 권을 끌어안고 있었다.“아가씨가 이걸 가져오라고 했어요.”니나가 장부를 내밀었다.겉표지는 평범했다.그러나 가장자리마다 장례청의 붉은 봉인이 겹쳐 찍혀 있었다.죽은 귀족의 재산을 회수한 날짜와 옮겨진 금액, 명령자의 이름을 적는 장부였다.마지막 장을 펼치자 세실리아의 이름 아래 로젠의 신원 번호가 적혀 있었다.그 밑에는 내 이름도 있었다.아델라인 로엔베르크 벨리어드.사망 전 회수 승인.승인자, 황후.등 뒤에서 경비들의 고함이 들렸다. 황후궁 시녀장이 후문을 발견한 것이다.카엘이 빈 관을 가리켰다.“부인은 장부를 들고 심의장으로 가십시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당신은 직무 정지 상태예요.”“그래서 잃을 직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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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황후의 이름이 피고석에 올랐다

심의장은 누구도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조용했다.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카엘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명령을 내리던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자신에게 적용될 법의 문장을 고르는 얼굴이었다.“감찰관. 방금 한 말을 철회하세요.”“기록관이 이미 적었습니다.”카엘이 중앙 탁자 앞으로 걸어왔다.직무 정지 인장이 찍힌 신분패를 내려놓고,압수한 마차의 운행 기록을 그 옆에 펼쳤다.“황후궁 마차는 오늘 정오, 감찰원 후문에서 니나를 회수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회수 대상의 이름과 장부의 특징도 적혀 있습니다.”“내 시녀장이 멋대로 한 일입니다.”바닥에 무릎 꿇린 시녀장이 고개를 들었다.“폐하.”그 한마디에 황후의 시선이 돌아갔다.시녀장은 입술을 떨었다. 충성 때문에 침묵한 사람이 아니라,버려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었다.“명령서는 폐하의 침실에서 직접 받았습니다.”황후가 손을 들었다. 경비들이 움직이려 했지만 카엘의 부하들이 먼저 문을 막았다.“이곳은 통합 심의장입니다. 피심의인은 증인에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내가 피심의인이라는 판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어요.”“조금 전 폐하께서 직접 선포하셨습니다.장례와 재산 회수에 관련된 자는 신분과 관계없이 같은 심의를 받는다고.”그녀가 만든 규칙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나는 니나의 어깨를 감싸며 장부 앞에 섰다.“서명의 진위를 확인하세요.”기록관이 명령서를 집어 들었다. 황실 문서관의 감정인이 인장과 필체를 살폈다.심의장 안에서는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만 이어졌다.에드릭은 황후 곁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고 있었다.그 움직임을 황후도 보았다.“공작.”“저는 폐하의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그는 너무 빨리 대답했다.황후가 웃었다.“당신 아내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가 내렸다고 주장할 셈인가요?”사람들의 시선이 에드릭에게 쏠렸다.그의 턱이 굳었다. 지금까지 그는 독살을 사고로, 위조 유언장을 집사의 일로,재산 회수를 황실의 명령으로 돌렸다. 그러나 황후가 먼저 살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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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죽은 황태자비의 자리

로엔베르크의 피가 필요하다는 말이 심의장에 떨어진 순간, 아버지의 편지가 떠올랐다.황실과의 혼인을 거절한 뒤 우리 가문이 갑자기 몰락하기 시작했다는 문장.광산이 폐쇄되고, 세금이 세 배로 올랐으며, 친정의 기사들이 국경으로 끌려갔다.나는 그것을 에드릭과 결혼한 대가라고만 생각했다.아니었다.황후는 오래전부터 로엔베르크의 피를 황실 안으로 들이려 했다.“왜 제 피가 필요하죠?”황후는 입을 다물었다.대신 에드릭이 웃었다. 궁지에 몰릴수록 그는 오히려 편안해졌다.자신보다 더 큰 죄인이 드러났다고 믿는 얼굴이었다.“말씀하시죠, 폐하. 이제 숨겨서 얻을 것은 없어 보이는데.”황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당신은 알고 있었군요.”“전부는 아니었습니다.”“거짓말.”그 한마디에 에드릭의 미소가 사라졌다.황후는 기록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도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그녀는 직접 명령서를 집어 뒷면의 문장을 읽었다.“초대 황제가 제국을 세울 때 세 가문의 피로 계승 서약을 맺었습니다.황실, 로엔베르크, 그리고 세실리아의 모계 가문.”리비아가 숨을 멈췄다.세실리아는 로젠의 어머니였다. 죽은 하녀로 처리된 여자.황실이 끝까지 기록에서 지우려 한 이름.“세 가문의 피가 모여야 계승 의식이 완성됩니다.”황후가 말했다.“그중 둘은 이미 끊겼어요. 그래서 대체가 필요했습니다.”나는 로젠을 돌아봤다.아이는 오델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우리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나와 로젠.황후가 원하는 피는 이미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저를 죽은 황태자비로 만들고, 로젠을 제 아이로 기록하려 했군요.”황후는 부정하지 않았다.죽은 여자의 혼인 기록을 바꾸고, 이름 없는 아이에게 황실의 성을 붙인다.그러면 아이는 살아 있는 증인이 아니라 죽은 황태자비가 남긴 유일한 계승자가 된다.황후가 다스릴 수 있는 어린 황제.“황태자는 어디 있습니까?” 카엘이 물었다.심의장이 흔들렸다.황태자는 수년째 병상에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누구도 공개 석상에서 본 적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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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살아 있는 약혼자

심의장 문밖에서 지팡이 끝이 바닥을 두드렸다.경비들이 길을 열자 검은 외투를 걸친 남자가 들어왔다.창백한 피부와 마른 몸, 오래 햇빛을 보지 못한 사람의 걸음이었다.그러나 등을 굽히지 않았다.황후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불렀다.“어떻게 살아 있지?”황태자는 대답하지 않고 중앙 탁자까지 걸어왔다.그가 지나갈 때마다 귀족들이 자리를 비켰다.죽었다고 믿었던 사람을 반기는 움직임이 아니었다.다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움직임이었다.그는 혼인 서약서를 집어 들었다.“이 문서는 진본입니다.”“전하께서 직접 서명하지 않았습니다.”내가 말하자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당시 나는 열일곱이었고, 황제는 내 동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소.”“저도 동의한 적 없습니다.”“알고 있소.”그는 서약서를 반으로 접었다. 황후의 얼굴이 굳었다.“그런데 왜 이제 나타난 겁니까?”“당신과 혼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오.”그가 접은 문서를 촛불 위에 올렸다. 가장자리부터 불이 번졌다.황후가 경비를 불렀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이 서약이 살아 있는 한, 황후는 당신의 현재 혼인을 무효로 만들 수 있소.그러면 벨리어드의 죄도 부부 사이의 재산 분쟁으로 축소할 수 있지.”에드릭이 즉시 끼어들었다.“황실 문서를 태우는 건 반역입니다.”황태자는 타는 종이를 그에게 던졌다. 에드릭의 발치에서 마지막 서명이 재로 변했다.“아내를 독살한 남자가 내게 법을 가르치는군.”심의장 곳곳에서 웃음도 탄식도 아닌 소리가 흘렀다.황후가 의자에서 내려왔다.“너는 죽었어. 주치의 셋이 확인했어.”“폐하께서 확인한 것은 약에 취한 몸이었습니다.”그는 목깃을 열었다. 가슴 중앙에는 검게 변한 주삿바늘 자국이 줄지어 남아 있었다.“깨어날 때마다 약을 넣었고, 숨이 약해지면 사망 기록을 고쳤지요.내가 살아 있으면 폐하께서 후계자를 고를 수 없으니까.”“누가 널 꺼냈지?”황태자는 카엘을 바라봤다.카엘은 놀라지 않았다. 다만 손에 쥔 기록철을 내려놓았다.“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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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죽음을 허락한 사람

심의장 안에서 황태자의 사망 확인서가 바스락거렸다.내 이름은 서류 맨 아래에 있었다.폐기 대상, 아델라인 로엔베르크.황태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그는 황후의 감금과 약물, 조작된 사망 기록을 고발한 피해자였다.그러나 피해자라는 자리는 영원하지 않았다.누군가의 죽음 위에 올라서는 순간, 가해자의 자리가 된다.“설명하세요.”내가 서류를 중앙 탁자에 내려놓았다.“그대를 죽이려 한 게 아니오.”“제 이름을 폐기 대상으로 적어놓고요?”“그때는 폐하가 이미 그대의 혼인을 결정한 뒤였소.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대도 황실에 끌려왔을 거요.”“그래서 저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기로 했군요.”황태자의 입술이 굳었다.“신분만 지우려 했소.”나는 웃음이 나왔다.신분만. 이름만. 기록만.사람을 죽이는 자들은 늘 몸과 이름을 따로 생각했다.몸이 숨 쉬고 있으면 살려둔 것이고, 이름이 사라지는 일은 사소하다고 여겼다.“제 신분을 지우면 에드릭의 아내로 남을 수 없어요.로엔베르크의 딸도, 자선 기금의 주인도 아니게 됩니다.”“대신 자유로워질 수 있었소.”“전하가 정한 자유겠죠.”황후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뜻밖의 평온이 돌아와 있었다.황태자의 죄가 드러난 순간, 자신만 심판받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이제 알겠나요, 공작부인?”황후가 말했다.“저 아이도 당신을 이용했어요. 카엘도 알고 있었겠죠.”시선이 카엘에게 옮겨갔다.카엘은 부정하지 않았다.“서류를 본 적이 있습니다.”“언제요?”“황태자를 안치실에서 빼낸 날.”“그런데도 제게 말하지 않았군요.”“당시 당신은 법적으로 사망한 상태였고, 황태자를 움직이는 일이 우선이었습니다.”정확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나는 카엘이 나를 믿으라고 한 적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이용하라고 했다.그는 처음부터 자신도 이용당할 수 있는 편에 두고 있었다.“그럼 지금부터는 순서를 바꾸죠.”나는 기록관에게 새 심의서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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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죽은 나를 데려온 남자

문밖의 카엘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대신 장부에 적힌 번호를 말했다.“회수 대상 십칠 번,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를 인도하라.”내 곁의 카엘이 문 앞을 가로막았다.“빗장을 풀지 마십시오.”잠긴 문 아래에는 같은 번호를 가진 신분패 두 개가 놓여 있었다.흠집의 위치도, 까마귀 문장의 기울기도 같았다.황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실은 감찰관 한 사람에게 모든 비밀을 맡기지 않소.”“쌍둥이를 같은 이름으로 길렀다는 뜻입니까?”카엘의 질문에 황태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이 이름과 직위를 이어받는다.”리비아가 헛웃음을 흘렸다.“사람을 예비 부품처럼 보관했군요.”“제국을 지키기 위한 장치요.”“늘 그렇죠. 사람을 버리는 일에는 제국이 필요하니까.”문밖의 남자가 신분패를 뒤집었다.패 안쪽에서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현직 장례감찰관.카엘 루시안.생존 확인.내 곁의 카엘도 패를 뒤집었다.아무 글자도 나타나지 않았다.대신 장부에 적힌 회수 완료 문장이 번지며 새 기록으로 바뀌었다.대체체 폐기.직위 승계 완료.니나가 카엘의 소매를 붙잡았다.“그럼 아저씨는 가짜예요?”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나는 문 아래의 두 신분패를 번갈아 보았다.“처음 만났을 때 제게 뭐라고 했죠?”문밖에서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믿지 말고 이용하라고 했다.”정확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그 전에요.”잠깐의 침묵이 생겼다. 내 곁의 카엘이 입을 열었다.“관에서 나온 뒤 바로 대예배실이라.”보고서에는 적지 않았던 말이었다.“제가 은핀을 겨눴을 때는요?”“오른손이 떨렸습니다.”“무서워서가 아니었어요.”“손톱이 들려 피가 고였으니까.”문밖의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나에 관해 읽은 사람과 나를 직접 본 사람이 갈리는 순간이었다.내 곁의 카엘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내가 함께 걸어온 사람은 이쪽이었다.“문은 열지 않겠습니다.”내 말이 떨어지자 황태자의 표정에서 여유가 빠졌다.“그자를 선택하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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