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베르크의 피가 필요하다는 말이 심의장에 떨어진 순간, 아버지의 편지가 떠올랐다.황실과의 혼인을 거절한 뒤 우리 가문이 갑자기 몰락하기 시작했다는 문장.광산이 폐쇄되고, 세금이 세 배로 올랐으며, 친정의 기사들이 국경으로 끌려갔다.나는 그것을 에드릭과 결혼한 대가라고만 생각했다.아니었다.황후는 오래전부터 로엔베르크의 피를 황실 안으로 들이려 했다.“왜 제 피가 필요하죠?”황후는 입을 다물었다.대신 에드릭이 웃었다. 궁지에 몰릴수록 그는 오히려 편안해졌다.자신보다 더 큰 죄인이 드러났다고 믿는 얼굴이었다.“말씀하시죠, 폐하. 이제 숨겨서 얻을 것은 없어 보이는데.”황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당신은 알고 있었군요.”“전부는 아니었습니다.”“거짓말.”그 한마디에 에드릭의 미소가 사라졌다.황후는 기록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도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그녀는 직접 명령서를 집어 뒷면의 문장을 읽었다.“초대 황제가 제국을 세울 때 세 가문의 피로 계승 서약을 맺었습니다.황실, 로엔베르크, 그리고 세실리아의 모계 가문.”리비아가 숨을 멈췄다.세실리아는 로젠의 어머니였다. 죽은 하녀로 처리된 여자.황실이 끝까지 기록에서 지우려 한 이름.“세 가문의 피가 모여야 계승 의식이 완성됩니다.”황후가 말했다.“그중 둘은 이미 끊겼어요. 그래서 대체가 필요했습니다.”나는 로젠을 돌아봤다.아이는 오델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우리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나와 로젠.황후가 원하는 피는 이미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저를 죽은 황태자비로 만들고, 로젠을 제 아이로 기록하려 했군요.”황후는 부정하지 않았다.죽은 여자의 혼인 기록을 바꾸고, 이름 없는 아이에게 황실의 성을 붙인다.그러면 아이는 살아 있는 증인이 아니라 죽은 황태자비가 남긴 유일한 계승자가 된다.황후가 다스릴 수 있는 어린 황제.“황태자는 어디 있습니까?” 카엘이 물었다.심의장이 흔들렸다.황태자는 수년째 병상에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누구도 공개 석상에서 본 적 없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