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연실군은 평소라면 느긋한 파도 소리만 들릴 평화로운 곳이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하늘은 정오가 지났음에도 마치 거대한 먹물을 뿌려놓은 듯시커멓게 죽어 있었고,피부에 닿는 바람은 비정상적으로 끈적하고 무거웠다.초강력 태풍 의 북상 소식에 온 마을이 숨을 죽인 오습이었다."아, 진짜 말 안 들이시네... 어르신! 지금 배 묶을 때가 아니라니까요?당장 대피소로 가셔야 한다구요!!"연실지구대 소속 2년차 순경, 민수아는 벌써 30분쨰 선착장에서 고함을 지르는 중이었다.이마에 생글생글 맺힌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닦을 새도 없었다.확성기를 든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는 깡다구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이 미련한 아가싸야! 평생을 이 바다에서 먹고 살았어! 내 배 엎어지면 나도죽는 거여! 저리 비켜 봐!""안돼요! 해경에서도 출항 통제 내렸고, 곧 해일 주의보까지 떨어질거예요. 배보다 목숨이 먼저죠,어르신~!!"수아는 미련하게 밧줄을 쥐고 버티는 노인의 앞을 온몸으로 막아섰다.뽀얗고 앳된 얼굴과는 달리, 제복 바지 아래로 단단히 버티고 선 두 다리에는타협 없는 원칙주의자의 고집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범죄자 소통을 꿈꾸며 중앙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건만,발령받은 곳은 평화롭다 못해 지루한 고향 앞바다였다.하지만 시아는 실망하지 않았다.이런 재난 상황이야말로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진짜 의 임무라 믿었으니까.노인과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였다.콰아아앙-!선착장 초입에서부터 육중한 엔진음이 고요한 어촌을 찢으며 달려왔다.붉은색 거구의 소방 펌프차였다.거칠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추어 선 차에서 문이 열리더니,주황색 방화복을 대충 걸친 사내가 가볍게 뛰어내렸다.훤칠한 키에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연실군은 합동 구조 본부(TF)에 파견된 소방교, 차도훈이었다."헤이, 거기 이쁜 순경 아가씨. 태풍 오기도 전에 목이 먼저 나가겠네. 좀 도와드릴까?"도
Last Updated : 2026-07-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