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서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니."
"그냥..."
말끝이 흐려졌다.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
서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미안."
"내가 요즘 예민해서 그래."
"..."
"사건 때문에 신경이 너무 곤두서 있었나 봐."
한숨 같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말도 안 되잖아."
도윤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로 돌아왔다.
"안 나갈게."
"...어?"
“옆에 있을게. 얼른 누워.”
그는 말없이 서하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익숙한 체온.
익숙한 품.
도윤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만 생각하고 자."
"..."
"당신 요즘 너무 무리해."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
서하가 작게 말했다.
“됐어. 피곤해서 그런거 알아.”
도윤은 나직이 말하며 그녀를 품 속으로 더 끌어당겼다.
서하는 등을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과 다정한 목소리에 조금 안심이 됐다. 죄책감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천천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서하의 숨소리가 다시 고르게 변했다.
도윤은 말없이 잠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길은 여전히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다음 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조직범죄수사팀.
서하는 진하게 탄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새벽의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검은 셔츠.
손목시계.
처음 보는 모습의 도윤.
"..."
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도윤 말대로 피곤해서 그렇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료를 펼쳤다.
그때 김민석이 다가왔다.
"경위님."
"응."
"15년 전 사건 관련자 정리 끝났습니다."
서하가 곧바로 자료를 받아들었다.
최준혁은 사망.
이정훈도 사망.
남은 사람들.
당시 참고인.
관계자.
현장 목격자.
그리고 사건 처리 과정에 이름이 올라간 인물들.
서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전부 만나보자."
"전부요?"
"응."
첫 번째 사람은 김성철의 비서였다.
"15년 전 일입니다. 기억도 안 나요."
두 번째 사람, 김성철 시신의 최초 목격자였다.
"죄송한데 인터뷰 안 하겠습니다."
세 번째 사람, 김성철이 회계 업무를 맡고 있던 회사의 사장이었다.
"난 모르는 일입니다."
김성철과 생전에 친하게 지냈다던 네 번째 관계자는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다섯 번째 관련자에게로 찾아갔다.
김성철 회계사 사무실의 사무장이었던 남자였다.
서하가 경찰 신분증을 내밀며 사건 이름을 말했다.
"15년 전 회계사 김성철 사건 때문에 왔습니다."
순간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그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고요?"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
남자는 한참 동안 서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세요."
“이미 끝난 사건 아닙니까.”
“아뇨,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끝나지 않았다뇨. 이미 15년 전에 자살로 종결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서하가 잠시 망설이며 대답하지 못하자 남자가 문을 닫으려 했다.
“가세요.”
서하가 다급하게 문을 붙잡았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
"그리고 바로 어제 또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모두 15년 전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전 그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만약 그 사건 때문에 지금도 사람이 죽고 있다면,"
서하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남자를 향했다.
"그건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닙니다."
남자가 한참을 서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제와서 뭘 알아내겠다고..”
서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
"제가 아무것도 못 했거든요."
“이번엔 그렇게 끝내지 않을겁니다.”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돌아섰다.
"포기하세요."
"..."
"그 사건은 건드리면 안 되는 사건입니다."
“...왜죠?”
서하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위험하니까요. 당신 말대로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니까 당신도 손 떼세요. 괜히 휘말리지 말고.”
그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서하는 굳게 닫힌 문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서하가 남자의 말을 곱씹으며 퇴근하려고 경찰청 건물을 나섰다.
그런데 어두운 건물 뒷편에서 낮의 그 남자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 양반."
"...!"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서하는 하마터면 소리지를뻔 했지만 겨우 입을 다물어 참아내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아...앞에 카페로 가시죠.”
“아니, 그냥 여기서 얘기합시다. 보는 눈 많아봐야 좋을 것 없으니.”
"내가 아는 건 많지 않습니다."
"..."
"근데 하나는 압니다."
"김성철 씨, 조직 돈을 관리했었습니다."
"...조직이요?"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흑룡파."
서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죽기 한 달 전부터 이상하게 불안해했습니다.”
“계속 저에게 찾아온 사람이 없냐고 물었었어요.”
“내가 아는건 이게 답니다.”
서하는 잠시 말이 없다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혹시...그 때 조사받을 땐 이런 얘기를 안해보셨나요...?”
남자는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했었죠. 왜 안했겠습니까. 그런데...오히려 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어디 가서 하지 말라더군요..괜한 소문에 위험해질 수 있다고 협박까지 하면서.”
서하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누가요. 대체 누가 그런...!”
“이정훈이라는 경찰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바로 어제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15년 전 사건을 덮으려 했던 사람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하나씩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아주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조각의 중심에는 이정훈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서하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집에서 기다릴 도윤을 생각하며 복잡한 표정을 지우고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평소라면 환하게 켜져있을 집 안의 불도 모두 꺼져있었다.
도윤이 없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스쳤다.
매일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낯설었다.
잠시 후, 철컥하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서하가 고개를 돌렸다.
도윤이었다.
도윤도 순간 멈칫했다.
예상보다 일찍 들어온 서하를 본 탓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찍 왔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
서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
도윤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대답했다.
"장례식장."
"...아."
"누구?"
도윤의 손이 잠시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것은 조금의 망설임이었다.
"아는 사람."
"..."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서하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인 뒤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작은 카페 안, 창가 구석 자리에 앉은 남자가 몇 번이고 출입문을 바라봤다. 남자는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손에 쥔 컵은 이미 식은 지 오래였다. 남자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세 번째로 창밖을 확인했다. 길 건너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시선이 멈춘 채로 굳어버렸다.몇 초 뒤, 그 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그제야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카페 밖.서하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오후 2시 57분.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3분이 남아있었다. 서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카페 문을 밀었다.딸랑-서하가 카페로 들어서자 남자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표정은 누군가에게 쫓기듯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서하와 눈을 마주치자 벌떡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였다."...괜찮아."남자는 자신에게 말하듯 낮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입술 끝이 떨리고 있었다.서하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둘 사이에 짧지 않은 침묵이 흐른 뒤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서하는 말없이 그의 떨리는 손끝을 유심히 살펴봤다."그때.""그냥 돌아가시라고 했는데."남자가 가방에서 작은 녹음기를 꺼냈다. 손을 떨며 한참이나 서하에게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천천히 말씀하세요.""괜찮습니다."서하는 재촉하지 않고 잠자코 기다렸다. 남자가 꼭 쥐고 있던 녹음기를 천천히, 아주 느리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손을 거두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녹음기만 바라봤다."...죄송합니다."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자는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였다. 하지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전.""아버지 같은 경찰이 되고 싶었습니다."고개를 떨군 남자는 잠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근데.""아버지는.""제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남자가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못했다. 서하는 아무것도 묻지
아침 일찍부터 조직범죄 수사팀 사무실은 분주했다.서하는 어젯밤 민석과 찾아낸 자료들을 팀원들 앞에서 브리핑하며 팀원들의 의견을 받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사건 파일들이 차례대로 펼쳐져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흑룡파 관련 사건들이 연도순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모든 사건 끝에는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임태성.그 이름 위에는 붉은 동그라미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잠시 쉬는 시간.민석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경위님.""오늘은 뭐부터 파볼까요."서하는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임태성.""…역시 그래야겠죠.""이번엔 사람을 본다."민석은 금세 의미를 이해했다."...임 검사, 저희가 가능할까요..""응.""안 되면, 되게 만들어야지.""…겁나냐?"민석이 피식 웃었다."조금은요.""근데, 경위님도 같이 깨질 거잖습니까."서하는 마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하지."“깨져도 너보다 내가 먼저 깨진다. 걱정마.”서하가 민석의 등을 두어번 툭툭 두드리고는 말했다."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한 달이야.""시간 없다.""그럼 시작하자."그렇게 두 사람은 오전 내내 검찰 기록과 사건 배당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임태성이 맡았던 사건들, 그중에서도 흑룡파와 연관된 사건들을 따로 분류해 정리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임태성이 맡았던 사건은 흑룡파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 역시 그의 손을 거쳐 간 경우가 유난히 많았다.사건 번호.담당 부서.기소 여부.불기소 사유.증인 명단.참고인 진술.압수수색 영장.하나하나 비교하기 시작했다.민석이 화면을 보며 서하에게 손짓했다."...경위님.""이거 이상합니다.""흑룡파 사건만 맡은 게 아니네요.""정치인.""재벌.""선거 자금.""재개발 비리...""전부 임 검사 손을 거쳤습니다."서하가 다가와 모니터를 바라봤다."...우연일까."민석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니요.""이 정도
며칠 전.서울지방검찰청.검사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비서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손님 오셨습니다."책상 위 서류를 넘기던 임태성이 고개를 들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분명 예의를 차리고 있었지만 어딘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낯선 얼굴, 하지만 이름은 익숙했다.새로운 흑룡파 보스. 강도윤."...도윤 대표."도윤은 가볍게 목례만 했다."처음 뵙겠습니다."임태성이 의자를 가리켰다."앉으시죠."도윤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임태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약간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무슨 일로 검찰청까지 오셨습니까."도윤은 잠시 검사실을 둘러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거래를 하나 제안드리려고 왔습니다."임태성의 눈이 가늘어졌다."...거래?""예.""검사님도 손해 볼 일은 아닙니다."임태성은 팔짱을 꼈다."들어보죠."도윤은 미리 준비해 온 서류철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하지만 서류를 열지는 않았다.대신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요즘.""경찰이 꽤 시끄럽더군요."임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정훈 경위."그 이름이 나오자 검사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도윤은 마치 신문 기사를 읽듯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 사건 때문인지.""15년 전 사건까지 다시 들여다본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순간, 임태성의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김성철.그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도윤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모른 척 말을 이어갔다."...괜한 소문이었으면 좋겠습니다."짧은 침묵이 흐르고, 도윤이 이번에는 서류철을 앞으로 밀었다."본론으로 들어가죠."임태성이 천천히 서류를 펼쳤다.첫 장.도심 재개발 사업 투자 계획.두 번째 장.예상 수익.수십억 원.세 번째 장.참여 기업 명단.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사업이었다.임태성이 천천히 서류를 덮었다."...그래서, 이걸 왜 보여주시죠.""
기록보관실은 오래된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천장 끝까지 빼곡하게 기록들이 서가에 들어차 있었다. 민석은 양손 가득 사건 기록철을 들고 와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쿵.쿵.두꺼운 파일들이 연달아 쌓였다. 표지만 봐도 수십 건이었다.민석이 한숨을 내쉬었다."...경위님."서하는 대답 대신 파일 하나를 집어 들었다.민석이 쌓여 있는 기록철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거... 전부 보시게요?"서하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이거 15년 치예요."민석이 헛웃음을 흘렸다."며칠은 걸리겠는데요."서하는 첫 번째 파일을 펼쳤다.낡은 종이가 바스락 소리를 냈다."다 봐."민석이 그녀를 바라봤다.서하는 시선을 기록에서 떼지 않은 채 말했다."...김성철 사건이."잠시 말을 멈춘 뒤 조용히 덧붙였다."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어."민석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무슨 말씀이십니까."서하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민석을 바라봤다."흑룡파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 보면, 김성철 회계사 한 명으로 끝났을 리 없어.""분명.""비슷한 사건이 더 있었을 거야."민석도 더 이상 농담을 하지 않았다.말없이 옆 의자에 앉아 다른 파일을 펼쳤다.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기록만 넘겼다.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이어졌다.파일이 한 장 넘어갔다.또 다른 사건.또 다른 종결.또 다른 무혐의.민석이 고개를 갸웃했다."...경위님.""응.""딱히 눈에 띄는 특징이 없습니다."파일을 넘기던 손을 멈추며 말했다.“분명 사건들이 다 찝찝하게 끝난 건 맞는데…”서하도 손을 멈췄다.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하나씩 보면, 안보이지."그녀는 다시 다음 파일을 펼쳤다."...하지만."서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파일이 하나둘 책상 위에 펼쳐졌다.민석은 사건번호를 정리했고, 서하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갔다.드르륵.검은 마커 뚜껑을 열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가장 위에 날짜를 적었다
“윤 경위.”“...”“내가 전에도 분명 말했지.”“끝난 일을 뒤돌아보는 버릇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고.”“...죄송합니다.”서하는 시선을 떨궜다.“사건은 종결됐다.”“...공식적으로는.”박 팀장의 덧붙인 말에 서하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앞으로 한 달."팀장이 책상 위 달력을 한번 훑어봤다."본청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일이 많다.""당분간은 정신없을 예정이라는 뜻이다."“그동안 네가 어디를 뛰어다니는지, 누굴 만나 뭘 캐고 다니는지, 일일이 신경 쓸 여유도 없겠지.”박 팀장이 고개를 들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서하와 눈을 맞췄다.“그 안에,”"흑룡파랑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찾아와.""하지만 한 달 뒤에도 빈손이면.""그땐 정말 사건에서 손 떼야 할거다.“"알겠나."서하가 멍하니 팀장을 바라보았다.“...팀장님.”박 팀장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이번엔 느낌 말고 증거를 가져와."“대답.”“....예, 알겠습니다.”서하의 눈이 의지로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팀장이 다시 서류에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그럼 나가봐. 팀원들도 퇴근하라고 하고.”팀장실 문이 닫혔다.서하는 문 앞에 잠시 기대 선 채 깊게 숨을 내쉬었다."...경위님?"민석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많이 깨지셨습니까...?"서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민석이 괜히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팀장님 하루 이틀 그러신 것도 아니잖아요."서하가 민석을 바라봤다.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반드시 잡아야겠다.""...예?"민석이 눈을 깜빡였다."아...그쵸.""당연히 잡아야죠."민석이 당황한 듯 서둘러 대답했다. 서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한 달.""우리한테 한 달 주셨어.""...네?"민석의 눈이 동그래졌다."설마...""팀장님이..."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공식적으로 허락하신건 아냐.""하지만, 우리가 증거를 가져오면.""다시 사건을
“이 번호...전부 겹쳐.”서하는 통화 내역을 보며 중얼거렸다.시점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가족들을 만난 사람이 있었어...”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분명해.""이 번호 주인이 가족들을 만났어."서하는 다시 통화 내역을 확인했다.이정훈의 아내, 그리고 아들.전부 한 번씩 통화했을 뿐이지만 분명 겹치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이상했다. 통화 시점도, 통화 상대도."...통화 이후에 장례를 서둘렀고.""...그래서 이사까지 갔다."서하는 천천히 의자에 몸을 기댔다.이정훈 가족들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아니, 정확히는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들었다.그 이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민석아.”김민석이 서하의 부름에 곧장 몸을 일으켰다."예, 경위님?““이 번호, 좀 알아봐봐.”서하가 민석에게 통화 목록 자료를 내밀었다.“이 번호요? 뭔가 찾으셨어요?”“아직은. 근데, 뭔가 있는건 맞는 것 같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민석은 통화 목록을 내려다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네요. 이정훈 가족들이랑 다 한 번씩 통화한 기록이 있어요.""사건 이후라 그냥 넘어갔는데..."민석이 자료를 다시 훑었다."응."서하가 통화 내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거기다 통화 시점이 장례 전날이랑 이사 전날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만약, 이정훈 가족들이 누군가를 만났고 그 사람이 가족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면..."민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이 사람부터 찾아야겠네요."서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응.""이 번호. 이번 사건의 시작일 수도 있어."잠시 후,민석이 복잡한 표정으로 서하에게 다가왔다.“알아봤어?”"네. 번호 조회는 해봤는데 등록 정보가 안 나옵니다.""명의도 확인 안 되고요.""대포폰 같습니다."서하는 민석의 말에 예상했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역시.”민석은 의아한 듯 서하를 바라보았다."예상하셨습니까?""응.""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