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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مؤلف: 윤서완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6-08 14:04:45

“고민할게 뭐가 있어. 유학 가서 잘 배우고 선우랑 같이 한성그룹 들어가면 되는 거지.”

“엄마, 유학가고 싶은 생각 없어. 한성그룹에 들어갈 생각은 더더욱 없고.”

경자는 은성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들은 다 가고 싶어서 난리치는 유학, 너는 왜 가기가 싫어?”

“내 돈으로 가는 게 아니잖아. 회장님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

“네가 잘 해서 한성그룹에서 일하면 되는 거야.”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았다. 은성이 무엇을 걸려하는지 경자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했다. 더 이상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은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었어. 등교 준비할게요.”

벌떡 일어난 은성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화를 내는 거야!”

경자도 감정이 상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선우가 다 듣고 있을 줄은 말이다.

*

어제 은성이 방에서 나가버리고 선우의 기분은 내내 좋지 않았다. 마른 세수를 하면서 자책했다.

“박선우…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은성이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들 하고의 접촉은 불쾌하기 짝이없었다. 심지어 호흡이 닿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은성하고 있으면 모든 것들이 달라졌다. 계속 닿아있고 싶었다. 깊게 얽혀들고 싶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은성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은성과 입을 맞추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 멍청이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

“근데 아직 대학에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잖아.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유학, 대학 진학보다 선우에게는 이게 더 큰 문제였다. 은성이 기다리라고 했으니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만큼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만 조급해졌다.

“하아…”

푹 한숨이 세어나왔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부푼 아래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움이 될까 싶어 맨 아래 서랍을 열었다. 그 아래에는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검은색 스프링 노트가 있었다. 그 노트를 꺼내 펼쳤다.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웠다.

“우욱…!”

달려가서 변기에 토해냈다. 입을 헹궈냈지만 그럼에도 흥분은 가라앉지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린 채 샤워부스로 들어가 은성을 떠올리면서 욕구를 해결했다. 상상 속에서 두 사람은 몸 곳곳을 만지고 입맞췄다. 야릇한 신음을 만들어내는 거까지 이르자 절정에 다다랐다. 그렇게 몸은 괜찮아졌지만 머리속에서 그녀의 잔상은 도무지 지워질줄을 몰랐다.

“짐승 새끼도 아니고…”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칠게 머리를 헝클였다. 환기라도 할 참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채를 나섰다. 정원과 뒷뜰을 걸었다. 집 곳곳에는 은성과의 추억이 가득했다.

어렸을 때는 술래잡기를 하고 놀았다. 두명이서 술래잡기를 하다니 바보 같은 일이었지만 선우는 그게 너무 즐거웠다. 술래가 된 자신이 은성을 찾아내는 것도 재밌었지만 은성이 술래가 되어 자신을 찾아낼 때가 더 좋았다. 한번은 뒷뜰에 있는 창고에 숨은 적이 있었다. 깜박 잠이 들었고 그의 존재를 모르는 고용인이 문을 열쇠로 잠갔다. 깨어났을 때는 깜깜한 밤이었다. 창고문이 열리지 않아 겁을 먹어 굳어버렸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은성이 들어왔다.

“여기 숨어있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의기양양한 그 얼굴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선우는 달려가서 은성을 껴안았다.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 이 집에서 있었던 은성은 집 곳곳을 모르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선우를 찾아내는 건 그녀에게는 꽤나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찾아낼 때마다 선우는 묘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어디에 숨어있더라도 자신을 찾아내줄거라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은성은 늘 자신을 찾게 만들어주었다. 가족이 다 없어졌을 때는 가족이 되어주었고, 친구가 필요할 때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녀를 간절히 여자로 원했을 때는 연인이 되었다.

“이번에도 기다리면 은성이가 와줄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길이 닿는대로 걸었다. 발걸음은 고용인 숙소 앞에 멈췄다. 정확히는 은성이 있는 방 앞이었다.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고민이 되는 듯 계속 핸드폰을 보다가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연락을 하려고 고민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애가 타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선우는 먼저 연락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정말 미안해.]

잠시후 답이 도착했다.

[괜찮아. 사과해줘서 고마워.]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하지만 바로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이 서운했다.

“공부가 더 좋아?”

불러내고 싶었다. 보는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닿아있고 싶다. 하지만 닿는다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은성도 이를 걱정해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으리라.

“언제쯤 마음껏 널 안을 수 있을까.”

한참 그 자리에 서서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방으로 돌아왔다. 같은 집에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선우는 집사한테 일찍 학교에 등교한다는 말만 남기고 별채로 향했다. 은성과 경자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무슨 선우를 서운하게 만들어. 그 반대일 수도 있지.”

그냥 한말로는 들리지 않았다. 뭔가가 은성을 서운하게 한 모양이다. 그게 대체 무엇일까.

“엄마, 유학가고 싶은 생각 없어. 한성그룹에 들어갈 생각은 더더욱 없고.”

이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유학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고, 한성그룹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나 어쩐지 은성이 계속 자신한테 선을 긋고 있는 기분이 든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은성의 곁에 붙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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