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가볍게 담을 넘어서 학교 밖으로 나왔다. 안전하게 착지하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담 넘는 거 참 안 어울린다.”
유라가 담벼락에 기대어 있었다. 평범한 교복을 입었음에도 예쁜 외모와 풀 메이크업 때문에 꼭 학생 컨셉의 촬영을 하는 거 같았다.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테지만 유라를 보는 선우의 눈빛은 덤덤했다. 거기서부터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
‘한은성 걔만 없으면 술술 풀릴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은성이 아파하는 것을 보고 오늘 선우가 담을 넘을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 일이 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공들여 화장을 하고 담을 넘어와서 그를 기다렸다. 은성이 곁에 없는 몇 안되는 기회였다.
유라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그는 돌아서 발길을 재촉했다. 담을 넘은 이유는 단순했다. 담임의 허락을 받아야 밖에 나갈 수 있다. 여자친구의 약을 사러 약국에 나가야한다는 황당한 이유였지만 선우가 말했다면 담임은 들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은성이 아픈게 싫었다. 그게 담을 넘은 이유였다.. 무반응에 당황한 유라가 그를 따라갔다.
“내 말 안 들려?”
“들었어.”
“근데 왜 답을 안해?”
“답을 왜 해야하는데.”
선우가 걸음을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라오는 유라와 몸이 닿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메스꺼움을 느껴 구토를 했다.
“우욱…!”
“괜찮아…?”
놀란 유라가 다가서려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진정이 되고 나서 그는 무미건조하게 응시했다.
“오늘 같은 일 다시는 없었으면 해. 반에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거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유라가 소리쳤다.
“거짓말! 너 나 좋아하잖아.”
선우가 멈칫했다. 그 반응을 보고 유라는 자신감을 얻고 말했다.
“사람들 눈 피해서 나 보는 거 모를줄 알아?”
동요한 것도 잠시 이내 무감한 눈으로 유라를 응시했다.
“왜 사람들 눈을 피해서 보는지 몰라?”
“내가 좋은데 한은성이 있어서…”
“그 정도 가치 밖에 없으니까.”
그 말에 유라의 몸이 굳었다.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가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은성이 이름 말하지 마. 은성이 네가 그렇게 불러도 될 사람 아니야.”
그 말을 마치고서 선우는 다시 걸음을 움직였다. 점점 빨라지더니 곧 달려갔다. 그러나 유라는 한걸음도 옮길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정도 가치 밖에 없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은성보다 자신이 훨씬 예뻤다. 그리고 가정부 딸인 그녀와는 다르게 자신은 기업가 오너의 딸이었다. 물론 중견기업이라서 대기업 자제들이 많은 이곳에서 쳐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은성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서 그녀는 선우가 한 경고를 잊고 좋을데로 생각하기로 했다.
“날 훔쳐봤다는 걸 인정했어. 날 좋아한다는 거야. 그럼 나도 가능성이 있어.”
박선우는 너무나도 탐나는 상대였다. 한성그룹 로열패밀리라는 것 자체가 매력적인데 김선희 회장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잘생기고 키 크고 공부까지 잘한다. 사실 이러한 조건을 가진 이들은 종종 있지만 대부분 유흥에 빠지거나 문란한 연애를 즐기는 이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선우는 그렇지 않았다.
“선우를 가정부 딸 따위한테 빼앗길 수 없어.”
그녀의 눈이 욕망으로 불타올랐다.
*
조용한 교실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열린 창문을 파고드는 바람 소리를 듣고 은성이 잠에서 깼다.
“선우 아직도 안 왔나?”
그때 교실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여기서 여기서 뭐해?”
고개를 돌리니 도희가 있었다. 키가 큰데다가 머리가 숏컷이라서 멀리서 보면 호리호리한 남학생으로 보일정도로 중성적인 느낌이 났다.
“체한 거 같아.”
도희가 주변을 한번 스윽 둘러보니 끄덕거렸다.
“체했는데 양호실은 가기 싫어서 선우 오빠가 약 사러 갔나보네.”
“어떻게 알았어?”
눈이 동그래진 은성을 보고 도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선우가 앉아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언니가 아픈데 선우 오빠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잖아. 근데 양호실이 아니라 교실에 있다는 건 언니가 가고 싶지 않았던 거고, 그러면 선우 오빠는 약 사러 갔겠지, 뭐.”
“상황 파악 한번 빠르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 내가 언니를 유치원때부터 봤는데!”
피식 은성이 웃었다. 이래서 도희가 좋았다. 뭐든 시원시원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고 경솔한가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비슷한 신분이라는 점도 동질감을 더해주었다. 운정고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아닌 일반 인문고였다. 이 학교에서의 신분은 크게나뉘었다. 선우처럼 있는 집 자제들이 첫번째였고, 그 다음은 은성처럼 그러한 집안의 고용인들의 자식이다. 도희도 후자에 속했다. 빙그레 웃으면서 은성이 말했다.
“언니라고 안 불러도 돼. 동갑이나 마찬가지잖아.”
“에이. 그건 아니야. 깍듯하게 언니로 모실게!”
유치원때부터 같이 다녀서 언니라는 말이 입에 붙어있었다. 하지만 도희가 빠른 년생이라 초등학교는 같은 해에 입학했고, 지금 같은 고3이었다. 도희가 조심스레 은성의 얼굴을 살폈다.
“언니, 무슨 일 있었어?”
알람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은성은 건조한 손길로 알람을 껐다. 눈은 계속 감고 있었지만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제부로 기말 시험이 끝났다. 그녀는 따로 계절학기를 듣지 않았기에 오늘부터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 말인즉슨 오늘 가평에 있는 별장에 간다는 뜻이었고, 오늘이 그 일을 저지르는 디데이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았다.“잘 될까…?”오늘을 위해서 몇주동안 준비했다. 선우에게 최음제를 먹여서 유라와 함께 가둘 생각이다. 이런 끔찍하고 미친 일을 자신이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했다.“어쨌든 끝낼 수 있을거야.”선우가 유라와 관계를 한 것을 빌미 삼아 그걸로 끝낼 생각이다. 만에 하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도 더 이상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자신을 붙잡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끝낸다. 그것이 중요했다.지난주에 사이클 싱가포르에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2개월 후면 출국한다. 아직 도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심지어 경자도 몰랐다.오늘 그 일을 통해서 선우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나서 알리고 정리를 시작할 생각이다.그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멈추는 소리가 들리더니 선우에게 전화가 왔다.“도착했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알아서 간다고.”“데려다만 줄게. 정말이야.”“그 말 지켜.”짜증을 내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은성의 표정은
은성을 믿지는 않지만 선우를 자신의 인생에서 없애고 싶어한다는 그 말은 믿었다. 같잖은 남자들과 어울리는 건 은성하고 꽤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그로인해서 학교에서 많은 인연들이 잘려나갔고 몇몇 교수들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음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좋아. 네 계획이 뭐야?”“박선우하고 자게 해줄게.”그 말에 유라가 반응했다. 그간 남자들을 좀 만나면서 얻게 된 자신감이 있었다. 침대 위 그녀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었다.도도하게 굴던 남자들도 침대 위로 가면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년전 선우를 몸으로 유혹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씨익,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좋아.”잠자리만 갖는다면 유라는 선우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이전의 삶을 가져다 줄 것이다. 아니, 이전보다 더 높은 삶을 말이다. 눈 속에서 욕망이 번들거렸다.*선우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의사가 그런 그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거 같은데…’선우에게 은성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그의 세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지난 3년동안 그 세계에서 밀려나기만 했다. 그러니 상태가 좋을리가 없었다.‘군대에서 상담도 잘 받지 않았던 것도 영향이 있었지.’처음 휴가를 나왔을 때 은성이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유라는 거울속에 자신의 모습을 봤다.“구질구질해.”이전에 그녀가 입는 것들은 모두 명품까진 아니어도 다 고가의 브랜드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브랜드는 상상도 못했다.방 밖으로 나가니까 좁고 답답한 거실과 부엌이 보였다. 이전에 살던 곳과는 너무나 달랐다. 혼자 살아도 좁은 이곳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그러나 아버지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모든 일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빕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번처럼 좋은 말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3년전 선우는 분명하게 경고했다. 그 이후 아버지 최회장은 사람들을 붙여서 그녀를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다시는 선우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혼자 다닐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는 군대에 갔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거 같았다.일부러 남자도 만나고 사귀기도 했다. 선우의 이름이 더이상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전역한 그를 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는 여전히 너무 탐이 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를 최 회장은 놓치지 않았다.“탐내지 말아라. 네 선에서 안 끝날 수 있어. 회사가 타격을 받을 수가 있다.”“아빠는 나보다 회사가 중요해?”&ldquo
누군가 태용의 SNS에 댓글을 단게 시작이었다.[성병 조심합시다!]그 댓글로 사람들은 요즘 유명한 성병 대학생이 태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신상이 털렸다.이 모든 것들이 하루만에 일어났다. 누군가 개입한것처럼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그 사람이 선우라는 것을 알았다.아직도 태용은 인터넷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 딱히 미안하지는 않았다. 그가 이상한 소문을 내서 휴학시킨 여자들이 여럿이었다. 그 여자들은 사실도 아니었지만 그는 사실이다.“그리고 내가 말 안한다고 했지. 선우가 모를거라고는 안했잖아.”본인이 욕망에 휘둘려서 상황 판단을 못한거면서 남탓을 하면 곤란했다.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아주 억울할 것이다.은성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고 잠자리를 가진 것도 아닌데 이런 큰 대가를 자신이 왜 치러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은성이 이해시켜줄 필요는 없었다.*은성이 카운터에 있는 노신사에게 인사를 했다.“그럼 가보겠습니다.”“조심해서 가요.”노신사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원래 사장은 젊은 사람들만 뽑았다. 하지만 사람 구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뽑기 시작했다.사장은 늘 일을 알려주는 것을 은성에게 떠넘겼다. 그래서 노신사의 사수 역할을 그녀가 했다. 과거 중견기업에서 오래 일했다는 노신사는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을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금방 적응했다.그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
분에 차서 은성이 소리쳤다.“열어.”선우는 답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은성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눈빛이 돌아 있었다. 민재와 함께 있었을 때도 클럽에서도 한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적은 없었다.자신의 힘으로 이 일이 해결되지 않을 거 같았다. 아무래도 선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핸드폰은 방안 테이블 위에 있었다. 그렇게 과속을 해서 도착한 곳은 그의 아파트였다.이번에 그녀는 안 내리기로 했다. 아파트로 올라가면 선우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 같았다.“난 안 올라가.”그는 아무 대답없이 그녀를 들어서 품에 안았다.“뭐하는 거야!”소리쳤지만 그 역시 아무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아파트에 도착했다. 선우는 은성을 욕실로 끌고 들어가 샤워 가운을 벗겼다. 그리고 비누칠을 했다.“나 이미 걔랑 할 때 씻었어.”“…”선우가 움찔하는 게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밀어내는데도 끈질기게 샤워를 이어갔다.샤워를 끝낸 후에 그는 은성을 침대에 눕히고 입맞췄다. 그녀가 밀어내도 밀려나지 않았다.“박선우, 떨어져!”그럴수록 더 들러붙었다. 은성의 머리속에 불과 몇 시간전
“언니 괜찮아?”“응. 괜찮아.”잠들어 있는 태용을 보고서야 도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를 받고 나서 은성은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었다.“언니, 너무 위험해.”“위험해도 해야하는 일이야.”계속 말렸지만 은성은 완강했다. 결국 도희는 자신이 같겠다고 했다.“나 데려 안가면 당장 선우 오빠한테 가서 다 말할거야.”협박아닌 협박 끝에 결국 은성은 이를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다. 떠밀려서 한 결정이었지만 은성은 그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희를 보니까 마음이 확 놓였다.“잘 따돌렸어?”“응. 근데 금방 올 거 같아. 서둘러야 해.”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 그녀는 한가지 조건을 걸었다.“선우가 나한테 붙인 사람 따돌려줘.”은성이 모텔로 이동할 때 도희는 일부러 그 사람한테 시비를 걸어서 놓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은성을 찾아내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해야할 일들이 많았다. 두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시그니처 호텔로 선우가 들어섰다. 말만 호텔이었지 모텔이었다. 은성에게 붙여놓은 사람이 그를 맞이했다.“이쪽으로&helli
“네가 가면 나도 가.”“내가 안 가면?”“나도 안가.”어이없다는 듯 그녀가 피식 웃었다.“그런게 어딨어.”“여기 있어.”고집 부리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회사 물려받으려면 유학 다녀와야하는 거 아니야?”“너랑 떨어지면서까지 가야할 정도로 회사가 의미있지 않아.”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그럼 유학 가고 싶어?”“응. 가고 싶어.”선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왔다.“왜 가고 싶은데?”“같이 유학 가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잖아.”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네.”긴장한 은성이 무슨 일이냐는 듯 선우를 봤다. 선우는 빙그레 웃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선희도 찻잔을 향해 손을 뻗었고 아주 잠시 손이 닿았다.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것처럼 손을 황급하게 거둬드린 그가 구토를 했다.“우욱…!”스치는 접촉에도 그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선우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은성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선희의 눈치가 보여서 가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이 세상에 불편한 모자 사이는 많았지만 잠깐 손이 닿는 접촉만으로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한성그
은성은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비밀번호만 누르면 방문을 열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방은 안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이 방은 특이하게도 밖에 번호키가 있어 안에서는 문을 열고 나올 수 없었다.비밀번호는 자신의 생일이라서 잊어버릴 수가 없었지만 손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두려움이 컸다. 그 안에는 그녀의 남자친구인 선우와 유라가 있을 것이다. 바람 현장을 잡으러 온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최음제를 선우에게 먹이고 유라와 이 방에 집어넣은 것이 바로 은성이었다. 그럼에도 확인하는 건
“내 말 안 들려?”“들었어.”“근데 왜 답을 안해?”“답을 왜 해야하는데.”선우가 걸음을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라오는 유라와 몸이 닿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메스꺼움을 느껴 구토를 했다.“우욱…!”“괜찮아…?”놀란 유라가 다가서려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진정이 되고 나서 그는 무미건조하게 응시했다.“오늘 같은 일 다시는 없었으면 해. 반에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거든.”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유라가 소리쳤다.“거짓말! 너 나 좋아하잖아.”선우가 멈칫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