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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8 07:38:25

정적이 흐르는 사막 위.

라시드 왕세자가 천천히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놀랍군요. 정말 놀라워요. 강 대표, 당신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막의 영혼을 이해하고 있군요."

라시드 왕세자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마스다르 2.0의 총괄 설계자로 당신을 임명하겠습니다. 밴스 경께서는 기술 고문으로 협력해 주시겠습니까?"

줄리안 밴스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타버린 모형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장의 오만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내가... 졌군. 자네의 그 나선형 타워, 확실히 흥미로워. 내 기술력이 자네의 아이디어를 보조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광이겠지."

그는 깨끗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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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이서현 상무에게 전해라. 덕분에 시청률 잘 나왔다고. 홍보비는 따로 청구하지 않겠다고 말이야.""이... 악마 같은 새끼...""악마? 아니, 나는 건축가야. 무너질 것 같은 세상을 바로 세우는 사람이지."나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놈들의 장비와 자백을 모두 영상으로 남겼다. 이 영상은 내일 아침 전 세계 금융 시장을 강타할 핵폭탄이 될 것이다.***사건이 정리되고, 모래 폭풍도 조금씩 잦아들었다.나는 타워 1층의 메인 홀로 돌아왔다. 지현 누나가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왔다."진호야!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멀쩡해요. 누나, 냉각 시스템은?""어... 이상하게 놈들이 침입했는데도 시스템 수치는 더 안정됐어. 네가 바람의 탑 흡입구를 개방한 덕분에 지열 냉각 효율이 순간적으로 30%나 올라갔더라고. 이거 진짜 대단한 데이터야!"지현 누나는 공포 속에서도 공학적 성과를 찾아내는 천생 기술자였다."다행이네요. 내일 테스트는 완벽하겠어요."나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머릿속은 다음 수로 가득했다.이서현은 이제 막다른 길에 몰렸다. 이 영상이 공개되면 그녀는 대성그룹에서도 버려질 것이다. 이병철 회장은 꼬리 자르기에 능한 사람이니까.하지만 내 진짜 목표는 이서현이 아니다.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대성그룹이라는 성벽 자체를 허물고, 나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4

    인간이 자연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그리고 그 중심에 선 강진호라는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나는 밤바람을 맞으며 다음 수를 구상했다.이서현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가장 위험한 법이다. 그녀가 던질 마지막 발악은 무엇일까?생각에 잠긴 내 눈앞에,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수상한 불빛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동수, 서쪽 4번 구역. 무단 침입자 발생. 즉시 대응해."나의 명령과 함께, 사막의 적막을 깨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래의 자객들휘이이잉-!사막의 밤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낮 동안의 열기를 머금었던 대지는 해가 지자마자 차갑게 식어버렸고, 그 온도 차가 만들어낸 기압의 소용돌이는 거대한 모래바람, 하무(Hammu)를 불러왔다.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누런 모래의 장막이 공사 현장을 집어삼켰다. 가설 전등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쇠파이프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비명처럼 들려왔다.나는 타워 최상층 지휘 본부의 모니터를 응시했다. 열화상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은 온통 붉고 노란 노이즈로 가득했다. 하지만 내 망막 위에 떠오른 시스템 창은 달랐다.『시스템: 「기후 제어 시뮬레이션」이 외부 환경의 위협을 감지했습니다.』『식별되지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3

    왕세자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수조 원이 더 들어가는 무리한 투자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 눈에 담긴 확신을 읽었다."좋습니다. 강 대표를 믿어보죠. 자재 운송 비용과 활주로 건설 예산, 즉시 승인하겠습니다."***다음 날, 제벨 알리 항구 근처의 고급 요트.이서현 상무는 샴페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진호, 이제 어쩔 테냐? 설계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재가 없으면 그건 그냥 모래성일 뿐이야. 일주일만 더 버티면 아랍 왕실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겠지."그녀의 옆에서 김영민이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아부했다."상무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항만 노조까지 매수해두었으니 최소 한 달은 꼼짝 못 할 겁니다. 강진호는 아마 지금쯤 왕궁 바닥에 엎드려 빌고 있겠죠."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쿠우우웅-이서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부다비 왕실 문장이 새겨진 거대한 수송기들이 편대를 이루어 항구를 지나 현장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저게 뭐야? 군사 훈련인가?"이서현의 의문은 곧바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깨졌다.-상무님! 큰일 났습니다! 강진호가 항구를 포기했습니다!"포기해? 그럼 공사를 중단했다는 거야?"-아뇨! 왕실 수송기를 동원해서 자재를 공중 보급하고 있습니다! 현장 바로 옆에 임시 활주로를 하루 만에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2

    정적이 흐르는 사막 위.라시드 왕세자가 천천히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놀랍군요. 정말 놀라워요. 강 대표, 당신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막의 영혼을 이해하고 있군요."라시드 왕세자가 내 손을 꽉 잡았다."마스다르 2.0의 총괄 설계자로 당신을 임명하겠습니다. 밴스 경께서는 기술 고문으로 협력해 주시겠습니까?"줄리안 밴스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타버린 모형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장의 오만이 꺾이는 순간이었다."내가... 졌군. 자네의 그 나선형 타워, 확실히 흥미로워. 내 기술력이 자네의 아이디어를 보조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광이겠지."그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역시 거장은 거장이었다.***낙찰 성공.전 세계 건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대규모 프로젝트가 내 손에 들어왔다.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이서현 상무의 시선이 매서웠다.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자리를 떴다.'이걸로 끝날 여자가 아니지. 사막의 건설은 설계만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이제 물자 보급과 인력 관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암투가 시작되겠군.'나는 하늘로 솟구친 나의 나선형 타워 모형을 바라보았다.이제 사막 위에 기적을 세울 시간이었다.『시스템: 퀘스트 「사막의 오아시스」 성공!』『보상: 아부다비 왕실의 전폭적 지지 확보, 명성도 +20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1

    "밴스 경의 제안은 아름답지만 위험합니다. 도시를 돔으로 덮는 것은 자연과 싸우겠다는 뜻이죠. 저는 자연에 순응하되, 그 자연을 역이용하는 도시를 제안합니다."나는 빈 화면에 유려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바람의 탑, 말카프(Malqaf)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겠습니다. 도시 곳곳에 거대한 나선형 타워를 세우고, 상공의 차가운 바람을 지면으로 끌어내려 도시 전체에 천연 에어컨 효과를 줄 것입니다. 전기가 없어도 도시의 기온은 항상 주변보다 15도 낮게 유지될 겁니다.""그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줄리안 밴스가 비웃듯 물었다."이론이 아니라 역사입니다. 수천 년 전 이 땅의 선조들이 이미 해왔던 방식이죠. 저는 거기에 현대적인 유체 역학을 더했을 뿐입니다."나는 화면을 전환하여 도시의 배치를 보여주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형성되는 깊은 그늘."도시의 모든 건물은 서로에게 그늘을 제공합니다. 또한 지표면 아래에 거대한 수로를 연결하여 물의 기화 냉각 현상을 이용하겠습니다. 이 물은 용산에서 발견한 지하 수자원 관리 기술을 응용하여 단 한 방울도 낭비되지 않고 순환될 것입니다."라시드 왕세자의 눈빛이 반짝였다."흥미롭군요. 밴스 경은 첨단 기술의 정점을, 강 소장은 전통과 미래의 결합을 이야기하고 있군요.""왕세자님, 디자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이 설계가 작동하는지 증명해야 합니다."줄리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0.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 사막의 신기루, 오아시스인천공항 귀빈실 앞에 선 거대한 전용기는 그 위용부터가 달랐다. 동체에는 아부다비 왕실을 상징하는 문장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새겨져 있었다. 서울을 집어삼킬 뻔했던 싱크홀 사태를 해결한 지 불과 일주일. 내 이름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건설 및 설계 업계의 태풍의 핵이 되어 있었다."대표님, 진짜 이 비행기 우리가 타는 거 맞아요? 안에 금으로 도배되어 있다던데?"박민수가 설레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손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기초 자료가 담긴 가방이 꽉 쥐어져 있었다."금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정보가 더 비싸겠지. 민수야, 정신 차려. 이번엔 서울 시청이랑은 차원이 다른 곳이니까."전용기 계단을 오르며 나는 뜨겁게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을 받았다. 이번 목적지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그곳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라시드 빈 자이드로부터 직접 초대장이 날아왔다.'사막 한가운데에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라.'이것이 그가 내게 던진 숙제였다. 전생에서 이 프로젝트는 수십 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더위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미완의 도시로 남았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그 역사를 다시 쓰려 한다.***비행기로 10시간을 날아 도착한 아부다비 국제공항.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기온은 섭씨 45도. 지면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백 회장의 눈이 커졌다. 주변에 있던 덩치들도 입을 딱 벌렸다.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서의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건방진 놈. 새파랗게 어린놈이.'“이 건물, 이대로 두면 똥값 됩니다. 하지만 제가 손대면 강남 랜드마크로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선택하시죠. 평생 귀신 나오는 건물 주인으로 남으실지, 아니면 저랑 손잡고 돈방석에 앉으실지.”잠시 침묵이 흘렀다. 백 회장은 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녀도 급했다. 이미 들어간 돈이 수십억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좋다. 30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

    나는 국물을 들이키며 눈을 번뜩였다.당장 큰돈을 만질 방법이 필요했다.주식? 비트코인?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대중화되기도 전이고, 주식으로 큰돈을 불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나는 지금 당장 현금이, 그것도 억 단위의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야 곧 발표될 강남 개발 계획에 숟가락이라도 얹을 수 있었다.내 전공을 살리면서 단기간에 목돈을 챙길 방법.기억을 더듬었다. 2013년 겨울. 대한민국 건축 업계와 부동산 시장에 돌았던 흉흉한 소문들. 그리고 내가 실무에서 들었던 수많은 비사(秘史)들.뇌리에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3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전생에서는 내가 굽신거리며 받았던 그 명함. 이번에는 내가 그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그림만 잘 그리는 환쟁이는 우리 회사에 필요 없지만, 돈을 벌 줄 아는 건축가는 환영이지. 우리 회사 공채, 지원했나?”그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었다.지원? 이미 서류는 냈다. 하지만 면접장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태영건설에 입사해서 노예처럼 구르는 건 사양이다.나는 그의 명함을 받아 들고는, 뚫어져라 그를 응시했다.[대상: 최무진 (태영건설 기획팀장)][성향: 야망, 기회주의, 소시오패스 성향 다분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1

    * 무너진 탑, 그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기초쿠르르릉-!세상이 뒤집히는 소리였다.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내 인생의 역작이라 불렸던 ‘센트럴 팰리스’의 B동이 먼지 구름 속으로 주저앉았다. 콘크리트가 비명을 지르고,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졌다.“강진호 소장님! 이걸 어쩌면 좋습니까!”현장 관리자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내 팔을 붙잡았다. 잿빛 먼지를 뒤집어쓴 내 눈앞에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3년. 내 영혼을 갈아 넣어 설계한 건물이, 완공을 코앞에 두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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