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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Penulis: 눈빛 속의 약속
이 두 사람은 그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강유영은 감히 친왕의 목에 칼까지 들이밀었던 독한 계집이 아닌가. 그는 앞으로도 안락한 여생을 즐기고 싶지, 제 발로 무덤을 파고 싶지는 않았다.

강유영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이었다.

"아니, 아니야."

강왕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강유영을 감당할 배짱이 없었다.

"전하, 무엇이 두려우신 겁니까?"

조연화는 간사한 말로 강왕을 부추겼다.

"전하께서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제가 수를 써서 그 계집을 전하의 눈앞에 대령할 테니, 일단 일을 저질러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리면 그 계집인들 별수 있겠습니까?"

조연화는 강왕의 겁 많고 찌질한 꼴을 보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쥐고 있던 그릇으로 저 머리통을 박살 내고 싶었다.

늙고 흉측하고 뚱뚱한 것도 모자라 이토록 무능하다니!

이런 작자가 정녕 자신이 시집가야 할 지아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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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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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씨가 입을 열지 않으니, 오씨 어멈도 굳이 이 일을 꺼내기 어려웠다. 설령 아씨가 털어놓는다 한들 어찌 위로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어찌 됐든 지금 두 사람은 명의상 남매지간이 아닌가.아가씨의 처지가 너무도 가엾고 딱해 한숨만 나왔다."어멈, 여기 앉으세요."강유영은 오씨 어멈을 끌어당겨 곁에 앉히고는, 그 어깨에 가만히 얼굴을 기대었다.이러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오씨 어멈은 어린 시절 달래주던 때처럼 그녀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어멈, 눈이 오네요. 예전에 어멈이 화로에 구워주던 만두 조각이랑 고구마가 먹고 싶어요."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예전 소은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시절, 겨울이 오면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럴 때면 오씨 어멈은 숯불 화로 곁에서 만두 조각과 고구마를 구워주곤 했다. 바삭한 만두 조각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두 손에 쥔 달콤한 고구마는 따스했다.그녀는 그 시절이 몹시도 그리웠다. 가난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마음 졸이며 괴로워할 일은 없었던 시절이었다."내일 당장 구워 드리지요."오씨 어멈은 그녀를 끔찍이 아꼈기에,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세자."밖에서 단비가 예를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오씨 어멈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자께서 오셨습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원철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강유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고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외면했다.오든지 말든지, 그를 아는 체하고 싶지 않았다.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소매 속에 감춘 손가락을 조용히 움츠렸다."세자를 뵙습니다."오씨 어멈이 황급히 예를 갖췄다."어멈은 격식 차릴 것 없네."조원철이 손을 들어 올리며 온화하게 말했다. 오씨 어멈은 안도하며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일으켰다.조원철은 방 안을 쓱 둘러보았다. 침상 곁에 숯불 화로가 하나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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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사람은 그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게다가 강유영은 감히 친왕의 목에 칼까지 들이밀었던 독한 계집이 아닌가. 그는 앞으로도 안락한 여생을 즐기고 싶지, 제 발로 무덤을 파고 싶지는 않았다.강유영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이었다."아니, 아니야."강왕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강유영을 감당할 배짱이 없었다."전하, 무엇이 두려우신 겁니까?" 조연화는 간사한 말로 강왕을 부추겼다. "전하께서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제가 수를 써서 그 계집을 전하의 눈앞에 대령할 테니, 일단 일을 저질러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리면 그 계집인들 별수 있겠습니까?"조연화는 강왕의 겁 많고 찌질한 꼴을 보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쥐고 있던 그릇으로 저 머리통을 박살 내고 싶었다.늙고 흉측하고 뚱뚱한 것도 모자라 이토록 무능하다니!이런 작자가 정녕 자신이 시집가야 할 지아비란 말인가!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져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애초에 서준이 자신을 강왕에게 떠넘기기 위해 썼던 수법이 바로 사고를 치고 기정사실로 만들기였다. 이제 그녀도 똑같은 수법으로 강유영을 옭아맬 작정이었다."안 돼, 안 돼." 강왕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생각도 말거라. 서왕이 눈독 들이는 여인이 아니냐. 나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그가 다른 재주가 없을지는 몰라도, 제 한 몸 건사하는 데는 도가 튼 위인이었다. 겉보기엔 노망난 늙은이 같아도 속으로는 계산이 빠삭했다. 이 일만큼은 결단코 저질러서는 안 될 짓이었다."어째서입니까?"공들여 꾸며냈던 조연화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강왕이 색욕에 눈이 멀어 뇌수까지 썩어빠진 쓸모없는 늙은이인 줄만 알았다. 얄팍한 수만 부려도 당장 미끼를 물 거라 여겼건만, 보기 좋게 거절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건 영 찜찜한 일이다. 네 오라비는 차치하고라도, 내가 진짜 그런 짓을 벌였다간 서왕이 가장 먼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03화

    "소녀 연화, 강왕 전하를 뵙습니다."조연화는 다가가서 사뿐히 예를 올렸다.그녀는 편전으로 오기 전, 처소에 들러 한껏 치장을 하고 나온 참이었다.금실로 뭇 나비가 꽃밭을 나는 무늬를 수놓은 붉은빛 비단 치마가 매끄러운 몸선을 감쌌고, 눈부시게 흰 살결 위로 머리에 꽂은 순금 비녀의 술이 걸음마다 가볍게 흔들렸다. 옅게 분을 바르고 입술에 붉은 연지를 덧발라 초췌한 기색을 감쪽같이 숨긴 뒤였다.강왕은 시선이 그녀에게 닿자마자 게슴츠레했던 두 눈이 번쩍 뜨였다."격식 차릴 것 없다."뜻밖의 대우에 황송해진 그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그도 그럴 것이, 조연화는 지금껏 그에게 단 한 번도 눈길을 곱게 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진국공부가 이 혼사를 받아들인 이상, 강왕으로서는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릴 이유가 만무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너 번씩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건만 매번 싸늘한 냉대만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조연화가 이리 갑자기 살갑게 구니 놀랍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호색한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입으로는 다정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음흉한 시선으로 조연화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기어이 훤히 드러난 하얀 목덜미에 시선을 고정하고 꿀꺽 군침을 삼켰다.조연화는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간신히 억누르며 수줍은 척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목이 다소 불편하시다 들었습니다. 주방에 일러 배즙을 끓여왔으니 한번 맛보시지요.""참으로 기특하구나."강왕은 그녀가 왜 이리 태도를 싹 바꿨는지 알 수 없었지만 굳이 캐물을 생각도 없었다. 그저 이 호사를 누리면 그만이었다.곁에 앉은 조연화는 찬합에서 배즙을 꺼냈다. 그러고는 숟가락으로 휘휘 저은 뒤 한술 떠서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그녀는 시선을 비스듬히 내리깐 채, 차마 강왕의 늙은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했다. 자칫하면 끓어오르는 혐오감을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그릇을 얼굴에 냅다 집어 던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음, 달면서도 질리지 않으니 맛이 아주 좋구나."강왕이 입맛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02화

    강유영은 마음속에 서늘한 경계심이 일었다.원래부터 제 성격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조연화였다. 저토록 지독한 증오를 품고 있으니, 홧김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었다.그녀는 앞으로 단단히 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조연화의 말을 핑계 삼아 대답했다."저도 마침 피로하던 참이었습니다. 할머니, 이 혼사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으니 훗날 다시 말씀 나누시지요.""오냐, 얼른 가서 쉬거라."노부인은 손을 내저으며 몸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배웅했다.화씨 어멈이 황급히 휘장을 걷어 올렸고, 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방을 나섰다."대문에 사람을 붙여 철저히 감시하거라. 서왕부에서 혼담을 넣으러 오면 즉시 내게 고하라 이르고."노부인이 강유영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화씨 어멈에게 은밀히 지시했다.강유영이 내심 서준과의 혼사를 꺼리고 있음이 노부인의 눈에도 뻔히 보였다. 괜한 말썽이 생기기 전에 하루빨리 이 혼사를 쐐기 박아버릴 심산이었다."할머니,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조연화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노부인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꾸짖었다."주제 파악 좀 하거라. 강왕은 어찌 되었든 폐하의 형님이자 버젓한 친왕이시다. 우리 국공부가 감히 척을 질 수 있는 분이 아니야."조연화의 억울한 마음은 이해했다. 하지만 노부인 자신인들 이 상황이 달갑겠는가?진국공부의 적녀인 조연화는 본래 가문을 위해 더 큰 데 쓰일 패였다. 그런데 강왕과 엮여버렸으니, 이건 명백히 밑지는 장사였다.허나 일이 이 지경이 된 데다 서왕이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국공부 전체의 명운을 위해서라면 조연화의 혼사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조연화는 이가 부서져라 꽉 깨물고는, 아무 말 없이 쌩하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손에 쥔 손수건이 찢어질 듯 구겨졌다. 제 혼례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컸던 만큼, 지금 닥친 절망은 끝없이 깊었다.당당한 진국공부 적녀인 자신이 강왕 같은 음흉하고 무능한 늙은이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니.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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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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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4화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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