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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의 배신

Author: r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4 08:18:18

알프가 배신했다는 건 더 이상 자신의 편이 없다는 것과 같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백성들 또한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등을 돌린 것도 모자라 칼을 겨누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아르나는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아르나는 자신의 삼지창을 꺼내들고 알트의 서재로 향했다. 메아리의 말이 진실인지 묻기 위함이었다. 그가 자신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알트가 아니라면 아니라고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정신없이 나라일에 몰두하느라 알트의 서재에 걸음을 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거진 2년. 아니, 3년만인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복도를 걸으며 알트가 과거를 그리워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애써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며 오로지 알트의 마음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끝까지 알트를 놓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거짓일지언정 부디 그런 적 없다고… 말을 할 수 없다면 고개라도 저어주길. 그런 비참한 바램을 목에 삼키며 그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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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달 속에 울리는   18. 바뀐 여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였다. 블러드들의 눈동자는 분명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새 흩어져 있던 병력들이 내 주변을 둘러싼 채 블러드들과 치열한 칼부림을 하고 있었고, 로하 공주의 나무줄기들 또한 더 많이 생겨나 내 주변을 빈틈없이 감싸기 시작했다. 블러드가 나를 보호하는 나무줄기들을 찢으면 나무줄기들은 빠른 속도로 재생해 다시 내 방패가 되고, 그 사이 첸 장군과 여러 병사들이 블러드들을 무찌르고, 또 다시 다른 블러드가 나타나 나무줄기를 찢어내며 그 잔혹한 루트가 반복되었다. 내 바로 옆에서 나를 지키던 병사들이 처절한 비명소리를 내며 죽어나갔다. 블러드들 또한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애석하게도 그 광경은 슬로우모션처럼 적나라하게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 광경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게 되니 죄책감과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서 삶에 대한 집착도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그저 살기를 원했을 뿐, 누군가가 죽기를 원한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죽어야 이것도 끝나는걸까. 나 때문에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걸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보고있지니, 이건 이거대로 괴로웠다. 반쯤 체념상태에 들어서자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냐아-.” 익숙한 목소리가 내 다리 밑에서 들려왔다. 네로. 대체 이 아비규환 속에서 어떻게 들어온건지. 네로는 꼬리를 빳빳히 치켜세우곤 내 두 다리를 오염하게 감쌌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내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맞다. 고양이는 말하지 못한다. 내 속안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는 것 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큰 위안을 얻은 나는 나무막대기를 다시 한 번 세게 거머쥐었다. 그리고 나를 보호하는 나무줄기가 찢겨지는 그 타이밍에 블러드를 향해 나무막대기를 휘둘르며 소리쳤다. ”꺼져, 이 괴물아!!!” 그리고 순간, 내 비명과 함께 빠른 속도로 블러드를 향하던 막대기의 끝에서 검붉은빛이 수직으로 뿜어져 나왔고, 그

  • 붉은 달 속에 울리는   17. 생존본능

    좌절감에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것조차 허락할 수 없다는 듯 굳게 닫혀있는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첸 장군과 병사들이 허겁지겁 방 안으로 들어왔다.“공주님. 큰일났습니다. 방금 하늘이 갑작스럽게 붉은색으로 변하곤 블러드들이…!!”“그게 무슨-.”로하 공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둘 사이엔 짧지만 완벽힌 긴장감이 흘렀다.이들의 말과 행동만 봐도 눈치챌 수 있었다.그래. 지금 이 타이밍에. 마치 내 좌절감따윈 현실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아주 적절한 타이밍으로 하필이면 지금, 이들이 말하는 블러드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인 듯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그 와중 가장 당황한 것은 나였다. 가뜩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머리가 저려오고 있는데, 이 상황에 그 끔찍한 괴물이라니. 신이 있다고 했지? 이 세상의 신은 나를 죽이려고 안달난 것이 틀림없겠네. 우리 세상의 신들은 대체 뭘하고 있는거야? “이미 왕궁 내부에도 블러드들이 침투했습니다. 전투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들의 숫자가 예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고, 침략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이대로 가다간 왕궁은…!“ “배치는 어떻게 했습니까?” “라임 장군, 벨로이 장군 부대는 저주의 호수로 향했고, 저와 다른 장군들의 부대는 왕궁 내부, 그 외엔 왕궁 밖에서 더 이상의 침입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붕괴될지 몰라요! 공주님 우선 대피 먼저 하십시오.” “말도 안되는 소리. 여기가 무너지면 백성들의 피해가 상당해요. 이 곳은 절대 뚫리면 안됩니다. 각자 위치로 가세요!”로하 공주는 당연한 소리를 퍽 그럴싸한 톤과 얼굴로 지시했다.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뛰쳐나갔고, 첸 장군은 아련한 얼굴로 로하공주를 바라보았다. “제느에게 영광을.”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말을 내뱉으며 애정 행각을 하려 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랑꾼 납셨다. 감탄사가 나오려 하던 그 때 로하공주는

  • 붉은 달 속에 울리는   16. 진짜 딜

    왜. 도대체 왜. 이번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무엇이 내 딸을 그리 아프게 한 것인가. 인간들의 배신 따위가 어떻게 신을 부술 수 있는가. 분명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었다. 이루어낼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조성했다. 틀어질래야 틀어질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성했다. 틀을 만들었다고 인간의 변덕 앞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이라니. 대체 무엇이 신인가. 왜 인간은 변하는가.왜 너희는 끝내 변해버려서…. 메아리는 알지 못했다. 아르나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배우기만 했을 뿐, 저런 복잡미묘한 감정까지 공감하며 이해하기란 신에겐 어려운 과제였다. 고로 인간의 인과응보에 대해 제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심해속으로 깊이 가라앉아 가는 딸에게 아버지가 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딸은 대답했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새로이 태어나서 다시 비센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아르나의 생명의 불은 꺼졌고, 그녀의 뱃 속에 새로운 생명의 불이 켜졌다. 아버지의 눈가엔 굵은 눈물을 맺혀 흘렀다. 그의 눈물은 세상에 떨어졌고, 눈물을 맞은 세상은 가루로 변해 허공을 흩날렸다. 흩날리는 가루가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색이 변할수록 메아리의 모습도 일그러져갔다. 잠시 뒤 수면 위로 작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하얗고 오동통통 살이 올라 있는 아기였다. 아기는 햇빛이 시야를 방해하자 커다란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메아리는 기괴하게 꺽인 팔로 아기를 품 속에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가여운 나의 딸들아. 너희가 원한다면 언제든, 얼마든. 나는 기꺼이 일그러질 것이다.’진정한 저주는 그 때 시작되었음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세상을 만들어낸 메아리조차도. *로하공주는 잠시 숨을 고르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는 제느 아르나의 후손…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러니까 지금 이 세상이 이 지경 이 꼴이 난 이유가 메아리- 아니, 제느 때문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재앙을 만들어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

  • 붉은 달 속에 울리는   15. 그의 배신

    알프가 배신했다는 건 더 이상 자신의 편이 없다는 것과 같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백성들 또한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등을 돌린 것도 모자라 칼을 겨누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아르나는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아르나는 자신의 삼지창을 꺼내들고 알트의 서재로 향했다. 메아리의 말이 진실인지 묻기 위함이었다. 그가 자신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알트가 아니라면 아니라고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정신없이 나라일에 몰두하느라 알트의 서재에 걸음을 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거진 2년. 아니, 3년만인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복도를 걸으며 알트가 과거를 그리워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애써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며 오로지 알트의 마음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끝까지 알트를 놓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거짓일지언정 부디 그런 적 없다고… 말을 할 수 없다면 고개라도 저어주길. 그런 비참한 바램을 목에 삼키며 그가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아르나의 눈에 비친 것은 토끼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알트와 슬라브 니시아와 비쳤다. “허.” 이 황당한 광경을 보고 어떻게 반응해아 하는가? 남편과 전 약혼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아르나. 이건…!” 알트를 변명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니시아가 온 이유는 반역의 현 상황을 보고하러 온 것이다. 은밀하게 편지로 알려달라 몇 번이고 말했지만, 니시아는 이 빌미로 알트의 서재에 몇 번이고 들락거렸다. 자신의 반역죄를 알고 있는 그녀에게 강경하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알트의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니시아는 꾸역꾸역 이 곳으로 와서 보고하곤 했다. 여왕이 이 서재에 발길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어떻게든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불륜을 한 것이 아님에도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지 알트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니시아는 일그러져가는 아르나의 표정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 아아. 도도하기만 하던 여왕의 저 표정 좀 보라. 질투에

  • 붉은 달 속에 울리는   14. 반란

    가슴 속에 영원히 묻어두려 했던 사랑이 발악하듯 그녀의 실루엣만으로도 가슴이 미친듯 뛰는 것을 느낀 알트는 본인들의 사랑이 위대하다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알트의 가슴 한 켠에는 허전함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사랑하던 여자가 옆에 있고, 부모가 원하던 권력도 이루어냈다. 자신을 한심하게 보던 사람들 또한 사라졌다. 있을 것 다 있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살고 있음에도 왜 이런 사치스러운 감정이 드는가. 사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블러드가 나타났고, 타이밍 좋게 아르나가 나타나 괴물들을 몰살시켰다. ‘검은 마녀’ 라는 질타로 산 속에 숨어살던 여자가. 머리색과 눈동자색이 변한 채로 나타났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힘을 쓰면서. 신의 자손이라 스스로를 칭하면서. 참 완벽한 타이밍이 아닌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정체 모를 괴물과 아르나….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사랑하던 그녀는 이젠 없다. 5년 전 그들의 숲 속에서 사라졌다. 알트는 그 사실을 외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진한 향수에 시달리다 결국 베느를 찾아왔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제느 아르나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지금의 아르나가 아니다. 홀로 외로이 산을 지키고 있던, 고독함이 가녀린 몸을 지배하고 있던, 언제 사라질 지 모를 위태로움을 가진 채 자신만을 기다리던 순수한 아르나. 그 시절의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를 되찾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제느 왕권이 무너트려야 했다. * 여왕의 남편 비센 알프 또한 반제느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자 소극적이던 귀족들이 눈에 불을 켜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르나가 알트를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지는 왕궁 문턱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과장한다면 키우는 짐승들조차 알 정도. 그런 알트가 아르나를 끌어내리려 한다니. 이것은 퍽 쇼킹한 이슈

  • 붉은 달 속에 울리는   13. 슬라브 쌍둥이

    그 순간, 메아리는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을 멈추자 아르나가 빠진 호수는 붉은 빛으로 물들고 화려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고요하던 산 속엔 거센 태풍이 휘몰아쳤으며 그 바람 사이로 ’가이’ 신의 목소리가 메아리에게 흘러들어왔다.“나를 통제하지 말라. 가이. 이 곳은 나의 영역이며 너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메아리는 분노했다. 도르비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을 배우고, 아르나를 통해 부성애한 걸 알게 된 탓에 다른 감정들 또한 자연스럽게 배워버린 것이다. 피처럼 새빨간 빛으로 물든 호수는 성난 황소처럼 파도를 치기 시작했고, 아르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검은 머리와 눈동자는 알트의 눈동자처럼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이 곳은 먼 훗날, ‘저주의 호수.’ 라고 불리게 된다. 평화롭기만 하던 세상에 재앙이 들이닥쳤다.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인간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도 없었기에 군대도 없었기에 슬라브 왕권은 괴물의 횡포에 대응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계급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날아다니는 괴물의 손짓 하나 날개짓 하나로 세상이 새빨간 피로 물들었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아니, 그 단어로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 때, 구세주처럼 누군가 나타났다. 짙은 초록빛을 담은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 그 여자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하늘에서 번개가 비처럼 쏟아졌고, 그녀가 내린 번개들은 정확하게 괴물들의 몸을 관통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감동에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신이다. 우리를 살려주는 신.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힘을 쓰는 아름다운 존재. 자신들을 지켜주는 건 무능한 슬라브가 아닌 저 여자다. 괴물이 출몰하자 제일 먼저 도망을 친 슬라브 왕권은 백성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파멸했고, 여자는 자연스레 왕권을 쥐었다. 여자는 자신을 신의 자손이라 말하며 본인의 이름을 ‘제느 아르나’ 라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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