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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Author: 복덩이
민이는 자신을 돌보고 있던 비서에게 고개를 돌렸다.

비서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무너진 강당 일부를 공포에 질려 바라보았다.

갑자기 셔츠 자락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민이가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민이의 뺨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축축한 얼굴엔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있었다.

“엄마... 저기서 죽는 거예요?”

민이는 비서에게 다시 물었고 비서는 발을 밟힌 듯 비명을 질렀다.

“모르겠어요!”

미리 강당을 살펴봤지만 오래된 상부 건물이 그가 지른 불에 이토록 쉽게 무너져 내릴 줄은 몰랐다.

“그럴 리가 없어!”

비서가 중얼거렸다. 그가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강당 꼭대기 층이 내화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 그곳에 불을 지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가연성 물질이 다 타면 강당 내부의 불도 자연스럽게 꺼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비서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다.

강당 최상층에 대한 건축 자재 보고서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

누군가 가운데서 돈을 꿀꺽해 방화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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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609화

    커튼 틈으로 스며든 새벽빛이 침실의 나무 바닥 위에 내려앉아 방안은 온통 흐릿한 빛으로 감돌았다.강민아는 아주 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엄마, 엄마’하고 애타게 불렀으나, 짙은 안개에 갇힌 그녀는 끝내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눈을 떴을 때, 강민아는 한참 동안 멍한 상태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분간하지 못했다. 그저 따스한 햇살의 온기와 베개에 희미하게 남은 타인의 향취만이 낯설게 다가올 뿐이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베개에 얼굴을 살짝 비벼보았다.코끝으로 은은하면서도 시더우드와 민트가 절묘하게 뒤섞인 듯한 향기가 스며들었다.뒤이어 잊고 있던 현실이 거센 파도처럼 머릿속을 덮쳐왔다.민이가 실종되고 강나현이 끌려갔던 일, 반씨 가문 사람들에게 감금당했던 기억과 찬 바람 속에서 경찰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몸은 지칠 대로 지치고 정신이 팽팽하게 곤두서 있던 탓인지 그녀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강민아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침실에는 오직 그녀뿐이었다.협탁 위에는 마시기 좋게 미지근해진 물이 담긴 보온병과 펜 한 자루에 눌린 레몬색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강민아는 조심스레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날카롭지만 거칠지 않고 끝이 살짝 굴려진 필체, 그것은 심은호 특유의 서체였다.[만두는 냄비에, 두유는 냉장고에 뒀으니 데워 드세요. 두유는 2분만 끓이면 됩니다. 오늘 많이 추우니까 나갈 때 외투 꼭 챙겨 입으세요.]그녀는 어젯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던 장면을 떠올렸다. 심은호는 소파 옆 낮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흐릿한 스탠드 노란 불빛 아래 그의 옆얼굴 선은 한없이 부드러웠으며 말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그녀는 이미 너무 졸려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다만 희미한 의식 속에서 그가 손을 뻗어 흘러내린 담요를 다시 여며주던 기억, 그의 손끝이 약간의 한기를 품은 채 그녀의 턱을 스쳐 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608화

    비서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대표님, 경찰 쪽 진행 상황은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수색대가 밤새 산을 뒤졌지만, 반현민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경찰은?”심은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의 말에 비서가 대답했다.“배신한 운전기사가 강나현과의 공모 관계는 전부 털어놓았지만, 화물차에서 반현민을 빼돌려 데려간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습니다.”심은호는 차에 앉아 가볍게 핸들을 두드렸다.“배후에 다른 지시자가 있다고 했나?”“없다고 합니다. 저희는 지금 반현민을 진짜로 데려간 사람을 추적 중입니다.”비서가 대답을 기다렸으나 수화기 너머로는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대표님?”그제야 심은호가 입을 열었다.“최근 한 달간의 해외 송금 내역을 조직적으로 조사해. 7~9자리 금액, 특히 익명 자금이 암호화폐 지갑으로 흘러 들어간 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수화기 너머의 비서가 당황하며 다급히 말렸다.“대... 대표님, 그건 데이터가 너무 방대합니다만...”심은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어두운 차 안, 그의 옆얼굴은 조각처럼 입체적이었다. 미간에 서린 서늘한 기운은 마치 한겨울 호수 위를 덮은 얼음 같아 겉으론 고요해 보여도 그 아래로는 거센 격류가 흐르고 있었다.“24시간 쉬지 말고 조사해. 100명이 부족하면 1,000명이라도 동원해.”비서는 더 묻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으나 결국 해서는 안 될 질문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심은호는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 그는 비서가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친아들도 아닌 반현민을 찾기 위해 정작 반씨 가문조차 쓰지 않은 막대한 인력과 물력을 쏟아붓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아이를 찾지 못하는 한, 강민아는 앞으로 단 하룻밤도 편히 잠들지 못할 터였다.심은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그 안에는 일말의 의심도 허용치 않는 확고함이 서려 있었다.“뒤에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자가 단 한 번으로 만족할 리 없어. 반드시 다시 꼬리를 드러낼 거다!”“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607화

    반우정은 강민아의 다리에 기대어 엎드린 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엄마의 옷자락을 꼭 쥔 채 고르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밤새 겪은 놀라움과 걱정을 모두 꿈속에서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듯했다.심은호는 떠나지 않았다.그는 욕실에서 더운물을 조심스레 대야에 받아와 온도를 가늠해 본 뒤,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잠든 강민아의 얼굴을 따뜻한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따뜻한 수건이 얼굴에 닿자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다행히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심은호의 손길은 마치 쉽게 깨져버릴 유리잔이라도 다루듯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물수건이 그녀의 이마를 따라 부드럽게 훑고 지나가자, 밤바람이 남기고 간 서늘한 한기가 서서히 녹아내렸다.아늑한 주황빛 조명이 그의 옆얼굴에 내려앉자 본래도 입체감 있던 얼굴선이 한층 더 깊고 그윽하게 살아났다.우뚝 솟은 눈썹뼈 아래로 깊게 자리한 눈매와 그 밑으로 짙게 드리운 속눈썹 그림자는 마치 가냘픈 나비가 날갯짓하듯 아련하게 아른거렸고 곧게 뻗은 콧대 아래 굳게 다문 얇고 매력적인 입술선에는 절제된 다정함과 지극한 정성이 고스란히 서려 있었으며 날렵한 턱선과 길게 뻗은 목덜미를 지나 살짝 흐트러진 셔츠 깃 사이로 살며시 드러난 쇄골 라인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밤을 지새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그 피로함 덕분에 더욱 아련하고도 위태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그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 아주 느리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강민아의 외투를 벗겨내었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던 끝에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양말까지 부드럽게 벗겨내 주었다.은은한 조명 아래로 드러난 가녀린 발목과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를 마주한 순간 그의 손끝이 찰나간 굳어버렸고 이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반우정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어 심은호가 안아 들어 올릴 때도 깨지 않았다.침대에 아이를 부드럽게 눕힌 그는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606화

    강민아는 반우정을 품에 꼭 끌어안고 딸의 머리 위에 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제 탓에 이 어린것이 감당해야 했을 숱한 일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다.문득 반씨 저택에 나타났던 반우정의 모습이 떠올라 강민아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엄마 말 들어봐. 우리 정이는 그렇게 애써서 강해지지 않아도 돼.”강민아가 입을 열자 반우정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 말은 여자애는 여자애다워야 한다는 뜻인가요?”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넌 엄마 딸이니까...”그녀는 반우정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넌 아직 아기 새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이 날개 품에 너를 꼭 안아 지켜줄 거야.”“엄마도 모든 일에 다 강해질 필요는 없어요.”반우정의 말에 강민아는 멍해졌다.아이는 멈추지 않고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엄마라고 해서 매번 나서서 내 앞을 막아줄 필요는 없다고요.”반우정은 앳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내가 지금 몇 살이든 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어린이가 될 거예요. 난 원래 그런 아이니까요!”강민아의 눈동자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앞 좌석에서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심은호의 눈빛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일렁이고 있었다....차가 강민아의 아파트 건물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심은호는 뒷좌석 문을 열고 반우정을 안아 올리려 했지만 강민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직접 카시트에서 딸을 안아 들었다. 반우정은 엄마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앳된 얼굴을 엄마의 어깨 사이에 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까지 바래다줄게요.”심은호의 말에 강민아는 거절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이며 숫자가 하나씩 깜빡였다. 세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함이 좁은 공간을 짓누르듯 가라앉아 있었다.현관 앞에 이르자 강민아는 아이를 안은 채 한 손을 빼내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605화

    반하준은 육성민이 갑자기 눈앞으로 들이민 휴대폰 화면 때문에 눈이 부셔 미간을 찌푸렸다.인상을 찌푸린 채 내려다보니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반하준은 콩밥 좀 먹어야 해!][반하준이 들어가서 정신 차리게 해야지.][반하준보다 심은호가 훨씬 괜찮네.][다들 너무한 거 아님? 하하하.]조롱과 비난이 폭주하는 채팅창 위로 화면 중앙에는 심은호가 몸을 돌려 강민아의 외투를 여며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밤바람 속에서 살짝 숙인 심은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강민아의 어깨를 매만지는 그 손길만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정했다.강민아는 그 손길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서서 어둠이 짙게 깔린 숲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도 두 사람 사이를 감싼 기류는 너무나도 친밀하고 자연스러워, 마치 서로를 이미 마음 깊숙이 받아들인 연인처럼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반하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쏟아지는 조롱 섞인 댓글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분노케 한 것은 오직 심은호의 손끝이었다. 강민아의 어깨 위에 머무르며 외투 옷깃을 부드럽게 감싸 쥔 저 다정한 손. 원래라면 강민아를 감싸 안았어야 할 저 자리는, 온전히 제 몫이어야 했다....결국 강민아는 거듭된 권유에 못 이겨 차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그녀의 팔을 잡아 이끈 것은 심은호였다. 억세지 않은 아귀힘이었으나,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여기 서 있는다고 해결될 일 아니에요. 일단 차에 들어가서 눈 좀 붙여요. 새로운 소식이 들리는 즉시 바로 알려줄 테니까.”밤을 꼬박 지새운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져 있었다.강민아는 더는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그녀 역시 한계에 다다른 터였다. 다리에 천근만근 납덩이라도 매단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제 발이 아닌 듯 무거웠다.심은호가 얹어준 외투를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강민아는 조용히 차에 올랐다.뒷좌석 카시트에는 작은 담요를 덮은 반우정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604화

    강나현의 사진작가가 장비를 오토바이에 설치해 놓아 작가는 연행됐지만 생방송 화면은 끊이지 않았다.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라이브 방송에 접속해 욕설을 끊임없이 퍼부었다.[아이가 부신 그룹 회장 아이가 아니라고?][속이 다 시원하네! 내 킹카가 마침내 누명을 벗었어! 강나현을 고소해서 감옥에 보내야 해!][방금 말한 킹카가 부신 그룹 대표를 말하는 건 아니지?][반하준이 두 손을 옷으로 가리고 있는 거 못 봤어? 뭔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수갑 찬 거잖아!][말도 안 돼! 우리 킹카 모함하지 마!][그럼 반하준이 왜 두 손을 가리고 있는지 설명해 봐.][숨기려 할수록 더 티가 나는 법이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야!]라이브 방송 채팅창에는 따뜻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시끄러워! 그만해! 강민아 씨가 불쌍하지 않아?][친언니가 자기 아들을 납치하고 전남편과 엮이다니, 정말 드라마도 이렇게 비극적이지는 않을 거야.][방금 강민아가 때린 그 한 방, 정말 너무 시원했어. 나라도 때렸을 거야.]쉴 새 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은 대부분 강나현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임산부라 잠시 판단을 잘못했을 거라 옹호하는 댓글도 곧 수많은 악플에 묻혀 사라졌다.생방송 화면에 차가운 밤바람 속에 서 있는 강민아와 심은호의 모습이 나타났다.심은호의 외투가 강민아 어깨에 걸쳐 있었으며 밤바람에 옷자락이 살랑거렸다. 파란색과 붉은색 네온사인 아래 강민아의 야윈 뒷모습은 유독 외로워 보였다.심은호는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강민아를 지켰다. 말없이 곁에 서 있다가 가끔 고개를 돌려 강민아를 바라봤다.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꾹 참고 있는 감정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났다.시청자들도 점차 두 사람의 모습에 시선이 끌렸다.“안 추워요?”심은호의 목소리는 별로 높지 않았지만 강나현이 오토바이 촬영을 위해 따로 섭외한 촬영 작가의 장비가 음질이 좋아 모든 시청자에게 선명하게 전해졌다.고개를 저은 강민아는 심은호를 쳐다보지 않은 채 여전히 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82화

    네티즌들에게 제일 먼저 충격을 안겨준 건 강민아의 외모였다.수많은 사람은 머릿속이 하얘졌고, 강민아를 손가락질하려던 일부 블로거들은 턱을 문지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어떤 이들은 안경을 쓰고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다.강민아의 얼굴을 보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누르지 못하는 라이브 블로거도 있었다.5대의 카메라 앵글 속에 잡힌 강민아는 통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비에 젖은 재킷은 미처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잔뜩 붙어 있었다.그녀는 두 손을 비비고 숨을 들이마신 후 키보드를 두드리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94화

    심은호는 머릿속으로 코스 전체를 되뇌며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눈가에 미소가 반짝였다.“루나, 앞쪽은 평지니까 망설이지 말고 달려요!”“앞길은 평탄해, 루나, 앞으로 돌진해!”전조등도 없이 드림은 어둠 속에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강민아는 심은호를 전적으로 믿었고 마침내 어둠을 뚫고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맞이했다.멀리서부터 경주용 자동차의 굉음이 들려오고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목을 쭉 뻗었다.관중석 뒤쪽의 대형 스크린도 자동차가 어둠의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칠흑같이 어두워졌다.모두가 긴장하는 순간이었다.어느 차량이 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78화

    반하준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깊고 어두운 눈동자엔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7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여자가 수학 경시대회 1등을 했다는 소식에 온 인터넷이 열광하는 동안 의심의 목소리도 곪아가고 있었다.강민아의 이름은 하루 종일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뉴스 인터뷰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저녁에 한 인터넷 블로거가 강민아의 스승이 서경대 수학과 학장인 심한기 교수라는 소식을 전했다.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 블로거는 수학 경시대회 예선전 당일 강민아가 심한기 학장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문제를 풀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90화

    루나를 데려왔다는 심은호의 말에 강나현은 시종일관 가식적인 미소만 유지하고 있었다.“전직 국내 여자 1위 레이서에 걸맞게 패기가 대단하네.”강나현은 농담 섞인 어투로 감탄하면서도 속으로는 욕하고 있었다.‘은퇴한 지 5, 6년도 지났는데 아직도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나 봐.’“루나는 지지 않아.”심은호가 자리에 있는 모두를 훑어보다가 반하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구도 그 여자를 이길 수 없어.”심은호는 돌아서서 드림을 향해 걸어갔다.강나현이 팔짱을 낀 채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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