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제80화. 추락하는 것들(2) "서도진!! 한채원!! 너희들이 날 이렇게 만들고 무사할 줄 알아!! 내가 가만 안 둬!! 죽어서도 저주할 거야!!" 문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송 여사의 악에 받친 저주가 들려왔지만, 그 소리는 이내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자. 기자들이 떼로 몰려오기 전에 밑으로 빠져나가야 해." 도진이 채원을 이끌고 비상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강당에 남은 주주들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한성그룹의 새로운 주인이 될 채원의 뒷모습만을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
"그래서 한 본부장이 사고가 났던 거야? 맙소사..." 침묵이 깨지자마자 엄청난 소란이 일었다. 주주들이 두 모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악마 같은 년들!! 사람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살인마!! 우리 회사를 살인마가 경영하고 있었다고?!" "당장 구속해! 당장 감방에 처넣어!!!" 사람들의 분노 어린 고함에, 유라가 귀를 틀어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난 몰라!! 난 모르는 일이라고!!" 유라가 미친 사람처럼 펄쩍펄쩍 뛰며 발악했다. "살인
제79화. 추락하는 것들(1) 탕! 탕! 탕! "의결권의 과반 이상 찬성으로, 한성그룹 대표이사 송미란의 해임 안건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마치 사형 선고와도 같은 의사봉 소리가 대강당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강당 안은 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누구 하나 감히 입을 떼지 못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가장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송미란 여사의 처절한 비명이었다. "아아악!! 안 돼!! 이건 무효야!! 싹 다 무효라고!!" 송 여사가 바닥을 뒹굴며 악을 썼다. 그녀의 화려했던 올림머리
제78화. 여왕의 귀환(2) "우리 소액주주 연대 회원 300명이 모은 지분 8%! 이 역시 한채원 본부장의 안건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의결권을 위임합니다! 송미란 대표 취임 이후 주가 반토막 난 거, 우리가 언제까지 참을 줄 알았습니까!" "옳소!! 송미란은 물러나라!!" "낙하산 한유라 퇴출하라!!" 소액주주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강당 안은 순식간에 송미란 모녀를 규탄하는 시위장으로 변했다. 송 여사의 다리가 풀렸다. 그녀가 의자를 짚고 겨우 버티며 채원을 노려보았다. "이, 이것들이... 짜고 치고..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한채원 본부장 아니야?"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다고 들었는데? 찌라시였어?" "분위기 살벌한데... 이거 무슨 일이야?" 채원은 주주들의 수군거림을 가볍게 무시하고 단상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마이크를 쥐고 있는 송 여사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왜 그러시죠, 송미란 대표님? 마치 살아 돌아온 유령이라도 본 표정이시네요." "너, 너, 네가 어떻게...!" 송 여사가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질을 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제77화. 여왕의 귀환(1) "의사가 아직 안정을 취하라고 했을 텐데." 세브란스 병원 VIP 병실. 도진이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섰다. 그의 시선 끝에는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 있는 채원이 있었다. 핏기 없던 입술이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며, 그녀의 창백했던 얼굴에 날카로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채원은 거울 너머로 도진과 눈을 맞추며 픽 웃었다. "지금 침대에 누워있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갈비뼈에 아직 금이 가 있어. 무리하면 안 돼." "진통제 두 알 더 먹었어요. 날아갈 것 같네요.
다음 날 아침. 간밤의 폭풍 같았던 텐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펜트하우스의 공기는 다시 서늘하고 건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채원은 완벽하게 세팅된 블랙 수트 차림으로 1층 거실로 내려왔다. 다이닝 테이블에는 서도진이 커피를 마시며 태블릿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젯밤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던 남자의 흔적은 단 1퍼센트도 남아있지 않았다.“나갑니까.”채원이 무심하게 묻자, 도진이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오전 10시에 JS 본사에서 임원 회의가 있어. 당신은?”“한성건설 재무팀장이었던 박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한강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현관문이 열렸다.“들어와.”서도진의 짧은 축객령 같은 허락에, 한채원은 캐리어 하나를 끌고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수백 평에 달하는 실내는 주인의 성정을 닮아 차갑고 건조했다. 무채색 위주의 최고급 가구들, 먼지 한 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대리석 바닥, 그리고 생활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공기까지.사람이 사는 집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갤러리나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가까웠다.도진은 재킷을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평창동을 오르는 산길. 양옆으로 늘어선 수십 년 된 소나무들이 기괴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사이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롤스로이스 팬텀의 뒷좌석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어제는 꽤 볼만했어.”침묵을 깬 것은 서도진이었다. 그는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건조하게 입을 열었다.“신라호텔을 발칵 뒤집어놓고도 넌 아주 평온하게 잠들더군. 벼락 맞은 강민호와 한유라의 표정이 아직도 아른거리는데 말이야.”“쓰레기들을 분리수거장에 처넣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흥분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저 당연한 수순이었을
서울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신라호텔 영빈관 다이너스티 홀. 대한민국 재계를 주름잡는 VVIP들과 유력 언론사 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이곳에서는, 오늘 한성그룹의 경사가 열리고 있었다.화려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최고급 샴페인 잔이 쉴 새 없이 부딪치는 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웠다.“호호, 감사합니다. 우리 유라가 워낙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로워서 걱정했는데, 강 서방 같은 훌륭한 짝을 만나 어미로서 시름을 덜었지 뭡니까.”한성그룹 회장의 후처이자 현재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배정아가 특유의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