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안락당의 창살 너머로 희부연 새벽빛이 스며들었다.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초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속적삼을 끌어내렸다.하얗고 깨끗했다.간밤에도 핏자국은커녕 탁한 분비물조차 묻어나지 않았다.'확실해. 다 나았어. 아니, 애초에 오진이었던 거야.'초희는 메마른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도 없었고, 배를 짓누르던 불쾌한 열기도 사라졌다. 더는 이 썩은 내 나는 지옥에서 죽어갈 이유가 없었다.끼익-.때마침 무거운 문이 열리며 나인 하나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싸늘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스며드는 내수사(內需司).동이 트기가 무섭게 하륜의 은밀한 집무실로 달려온 차 상시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그래서."서류를 뒤적이던 하륜의 건조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귀비께서 대놓고 뇌물을 받으며 벼슬장사를 시작하셨고, 네게 그 수금 책임을 맡겼다?""예, 상선 어른! 간밤에 기어이 폐하의 확답까지 받아내셨습니다! 당장이라도 금괴 상자가 더 들어온다면, 호조 정랑 자리에 그 촌구석 사또 놈이 꽂힐 겁니다."차 상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뻔히 뒷돈을
"확실하게 자리 값을 치러드릴 테니.""하아…… 발칙한 계집."질척, 찌걱.살과 살이 맞붙어 미끄러지는 외설스러운 마찰음이 고요한 내실에 울려 퍼졌다. 미옥의 갈라진 음순 사이로 흘러넘친 뜨거운 애액이 연호의 단단한 기둥을 미끄럽게 적셨다.삽입하지 않고 그저 가장 예민한 끝부분을 점막으로 뭉개며 문지르는 감각. 그것은 쾌감이라기보단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다.그녀의 뜨겁고 축축한 살결이 닿을 때마다 척추를 타고 찌릿한 전율이 치솟았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쳐올려 가장 깊은 곳까지 단숨에 꿰뚫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연호의 하복부를
깊은 밤, 연화당의 내실.어지럽게 엉켜 있던 비단 휘장 너머로 연호의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 품에 안겨서 딴생각하는 여자는 천하에 너 하나뿐일 거다."연호가 미옥의 허리를 안아 당기며 픽 웃었다. 그의 가슴팍을 의미 없이 훑어 내리던 미옥이 시선을 들어 연호를 마주 보았다."계산할 게 좀 남아서요.""계산? 내명부 관리하는 데 돈이라도 모자라? 아니면, 궐 밖에서 수금할 궁리라도 하느냐.""폐하께서 안 주시니 제가 직접 벌어야죠."농담처럼 받아치는 미옥의 태도에 연호의 눈매가 흥미롭게 휘어졌다. 미옥이 연호의
순간, 차 상시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미세하게 떨렸다.이 여자는 초희처럼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권력을 어떻게 돈으로 환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지독하게 영악하고 현실적인 괴물이었다.어차피 황궁은 진흙탕이다.이왕 뒹굴 거, 돈이나 쓸어 담는 게 남는 장사지!"……명심하겠습니다, 마마. 당장 이 뇌물들 족보부터 싹 털어서, 가장 돈통이 크고 만만한 호구 놈으로 대령하겠사옵니다."결국 차 상시는 미옥의 화려한 당혜(唐鞋) 코앞에 납작 이마를 조아렸다.황궁을 뒤흔들 악녀와 간신배의 지독한 결탁(結託)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연화당의 넓은 뜰에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마당에는 끝도 없이 밀려드는 진귀한 하사품들. 그 사이에서 유독 바쁘게 나인들을 닦달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조심해서 다뤄! 귀비 마마께서 쓰실 물건에 흠집이라도 나면 네년들 목숨으로도 못 갚을 줄 알아!"그 요란한 꼴을 회랑에 기대서서 지켜보던 미옥이 피식, 짧은 실소를 터뜨렸다."누군가 했더니. 한 때 태후궁에서 뒷짐 지고 다니던 분이 어쩌다 여기서 남의 짐이나 나르고 계실까."나직하지만 뼈가 있는 조롱에, 사내의
아침 햇살이 들이치기 무섭게, 침전 안으로 늙은 상궁과 궁녀들이 무리 지어 들어섰다."뫼실 처소가 마련되었으니, 이만 발걸음을 옮기시지요."말투는 꼬박꼬박 존대를 갖추고 있었으나, 상궁은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채 서늘한 눈으로 초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털끝만 한 복종심도 담겨 있지 않은 꼿꼿한 목덜미였다.상궁의 턱짓이 가볍게 떨어지기가 무섭게, 궁녀들이 초희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가 덮고 있던 황제의 붉은 비단 이불을 홱, 거칠게 걷어냈다.채 옷깃을 여미지도 못한 초희가 수치심에 몸을 움츠렸으나, 궁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
밀전 밖, 궐의 인적이 드문 후미진 전각 뒤편.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혁의 멱살을, 핏발이 선 하륜의 두 손이 짐승처럼 틀어쥐었다."네놈이…… 네놈이 어찌 그녀를 다시 이 사지로 끌고 온 것이냐!"숨을 죽인 채 억눌러 토해내는 하륜의 음성에는 뼈를 깎는 듯한 절망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목을 꺾어버릴 듯한 살기였으나, 사혁은 제 멱살을 쥔 주군의 떨리는 손을 쳐내지 않았다.그의 주름진 눈가에는 무너져 내리는 주군을 향한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제가 끌고 온 것이 아니옵니다."오직 두 사
그녀의 혀를 조심스럽게 감아 올리고, 상처 난 입술을 핥아내며 매달리듯 애원하는 입맞춤.그 지독하리만치 맹목적인 온기에 미옥의 심장이 속절없이 덜컹거렸다.이 사내의 눈을 멀게 하고 끝내 숨통을 끊어내는 것. 그것이 제 님의 복수를 완성하는 유일한 길이었다.허나, 절대자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제 품에서 무너져 내리는 연호의 눈물 한 방울에 모질게 벼려둔 독기가 하얗게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그러나, 빈틈없이 얽힌 입술 사이로 미옥이 힘겹게 시선을 비껴 뜬 순간.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치는 문창호 너머로, 꼿꼿하게 서 있는 사내의
"폐하, 상선이옵니다."문창호 너머로, 찬물처럼 서늘하고도 건조한 음성이 침전의 끈적한 공기를 찢고 들어왔다.연호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초희 역시 심야에 들려온 불청객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막 황제를 다시 달아오르게 만들었는데, 감히 내관 따위가 초를 치다니."심야에 옥체를 번거롭게 해 송구하오나 시급히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방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으나, 밖의 하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치명적인 칼날을 침전 안으로 찔러 넣었다."폐서인(廢庶人) 되었던 무 귀인(貴人)이, 제 발로 입궁하였사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