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831 - Chapter 1840

1903 Chapters

제1831화

고지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소식을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방화범이 누구인지는 굳이 입 밖에 낼 필요가 없었다.그런 짓을 벌일 만한 동기와 능력을 갖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하지율과 고지후 역시 서로가 누구를 떠올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병실로 돌아와 하지율이 깨어있는 모습을 본 순간, 주용화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주용화는 곧장 하지율의 앞으로 다가서며 나직이 물었다.“지율 씨, 언제 일어났어요?”“방금요.”하지율은 주용화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화야 씨, 어디 다녀오는 거예요?”“진소현 씨에게 예정보다 조금 일찍 나가 달라고 했습니다. 계속 여기 남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진소현을 대하는 주용화의 태도는 한때 부부였던 사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차갑고 냉담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지율 역시 고지후를 대할 때는 이보다 더 매정했던 적이 적지 않았다.“내일 윤택이 보러 가려고 해요. 화야 씨도 같이 갈래요?”주용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다음 날, 주용화는 정말로 사람을 불러 하지율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녹여 없앴다.반지를 빼낸 뒤에도 손가락에는 선명한 반지 자국이 남아 있었다.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흔적이었지만, 그 흔적이 몹시 거슬렸다.한편, 진소현은 떠나기 전에 따로 하지율을 찾아와 인사하지는 않았다. 그저 문자 한 통만 남겨 두고 떠났다.[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세요.]주용화는 하지율의 손가락에 남은 반지 자국을 가만히 내려다봤다.깊게 가라앉은 눈빛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 쉽게 읽히지 않았다.하지율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주용화가 먼저 하지율의 손을 잡았다.“다음에는 고온에도 쉽게 녹지 않고, 그렇게 쉽게 뺄 수도 없는 반지를 만들어 줄게요.”하지율은 주용화와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미소 지었다.“좋아요.”반지 문제를 정리한 뒤, 하지율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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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2화

저택 안으로 들어선 순간, 집 안은 하지율이 떠나던 날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가구는 물론이고 작은 장식품 하나까지 모두 원래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임연자는 현관까지 나와 하지율을 반갑게 맞이했다.“사모님, 드디어 다시 뵙네요!”하지율이 고지후와 결혼한 뒤부터 임연자는 줄곧 이 집에서 일해 왔기에,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였다.오랜만에 임연자를 보자 하지율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아주머니, 오랜만이에요.”하지율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저랑 윤택이 아빠는 이미 이혼했어요. 앞으로는 지율 씨라고 편하게 불러 주세요.”임연자는 당황한 듯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아이고, 제가 그만 습관처럼 불렀네요.”그제야 임연자의 시선이 하지율의 옆에 있는 젊은 남자에게 향했다.눈에 띄게 훤칠한 외모에 잠시 놀란 임연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분은...”하지율은 미소를 띤 채 주용화를 소개했다.“제 약혼자예요. 주용화 씨예요.”소개를 마친 하지율은 다시 주용화를 바라봤다.“화야 씨, 이분이 바로 제가 말했던 연자 아주머니예요. 지난 5년 동안 저를 정말 많이 챙겨 주셨어요.”주용화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하지율은 다시 임연자에게 시선을 돌렸다.“아주머니, 윤택이는 어디 있어요?”“작은 도련님은 방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도련님은 급한 일이 생겨서 잠깐 나가셨는데 곧 들어오신다고 하셨어요. 사모님... 아니, 지율 씨가 오시면 편하게 계시라고도 하셨어요.”이야기를 들은 하지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먼저 윤택이부터 보고 올게요.”오랜만에 돌아온 곳이었지만 하지율에게는 모든 것이 여전히 익숙했다.하지율은 주용화와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주용화는 이곳이 궁금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집 안 곳곳을 살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고윤택의 방 앞에 도착했다.하지율이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방 안에서 고윤택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선 사람이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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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3화

주용화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건강 식이요법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누가 봐도 하지율이 읽던 책이었다.그때 현관 쪽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주용화가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선 고지후가 눈에 들어왔다.고윤택은 고지후를 발견하자 곧장 달려갔다.“아빠, 언제 오셨어요?”고지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윤택아, 엄마한테 먼저 가 있어. 아빠는 화야 삼촌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게.”고윤택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피더니 순순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고윤택이 방을 나가고 나서야 고지후가 안으로 들어왔다.잠시 주변을 둘러본 고지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둘러보시니 어떻습니까?”주용화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담담하게 답했다.“여자 보는 눈이 없는 고지후 씨한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순간 공기마저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짧은 침묵 끝에 고지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지율이가 떠난 뒤에도 이 집만큼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지율이가 돌아오고 싶어지는 날이 온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요.”주용화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가정을 지키지 못한 원흉이 이제 와서 떠난 조강지처가 돌아올 자리를 남겨뒀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겁니까?”주용화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더욱 또렷한 목소리로 덧붙였다.“헛수고일 겁니다. 제가 있는 한 지율 씨는 절대로 고지후 씨한테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요.”말을 마친 주용화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그 순간 뒤에서 고지후의 차갑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분 사이를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생각도 없고요.”고지후는 천천히 방 안을 둘러봤다.“이 집을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모든 흔적이 쉽게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저에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죠.”주용화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건 두고 봐야 알겠군요.”주용화는 그 말만 남긴 채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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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4화

스카프 아래로는 희미하게 가려진 붉은 자국들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고지후는 가슴 한가운데가 거대한 손에 움켜쥔 듯 답답하게 조여 오는 감각을 느꼈다.숨이 막힐 만큼 괴로웠고 동시에 아릿한 통증이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이미 각오했던 일이었다.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디기 힘들었다.그제야 고지후는 하지율을 정말로 잃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아직 시간은 이른 편이었다. 하지율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고윤택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고윤택은 하지율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단 1초라도 더 갖고 싶었다.고윤택은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좋아요! 아빠랑 엄마랑 같이 영화관에 가는 건 처음이에요!”예전에도 하지율은 고윤택과 함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고지후는 바쁜 일정 때문에 한 번도 함께하지 못했다.고지후 역시 고윤택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하지율과도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다.마침 하루 일정을 비워 둔 상태였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영화관에 도착하자 고지후는 자연스럽게 영화표를 예매했다.상영관 안에서는 고윤택을 가운데에 두고 하지율과 고지후가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아빠와 엄마가 함께하는 영화 관람이 처음인 고윤택은 내내 들뜬 모습이었다.하지만 영화가 시작된 지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하지율은 잠들고 말았다.영화가 끝난 뒤에야 고지후가 조심스럽게 하지율을 깨웠다.“지율아, 영화 끝났어. 이제 가자.”하지율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상영관의 불은 이미 모두 켜져 있었고 관객들도 대부분 자리를 떠난 뒤였다.하지율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영화 내용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어 버린 모양이었다.고윤택과 영화를 보러 왔지만 정작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자고 만 셈이었다.하지율은 민망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윤택아, 저녁은 뭐 먹고 싶어? 엄마가 사 줄게.”고윤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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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5화

하지율은 억지로 정신을 붙들고 고윤택과 함께 놀이기구를 탔다.하지만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다.당장 눈만 감아도 그대로 잠들 것 같은 상태였다.고윤택은 그런 하지율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요즘 잠 잘 못 자요?”하지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조금.”고윤택은 제법 의젓한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하면 먼저 가서 쉬어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것부터 하고 나중에 안 바쁠 때 또 만나면 되잖아요.”그 말을 들은 하지율은 더욱 미안해졌다.정말 중요한 일 때문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이다.하지만 실제 이유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하지율은 최근 들어 주용화가 밤마다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그럼에도 하지율은 주용화를 탓할 수 없었다.고윤택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목숨을 걸고 구해 낸 사람은 언제나 주용화였으니까.그런 주용화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진소현의 말처럼 하지율은 아직도 주용화가 보여 주는 마음만큼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결국 하지율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것뿐이었다.고지후는 한동안 하지율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율아, 많이 피곤해 보인다. 오늘은 먼저 들어가. Z국 떠나기 전에 시간 맞춰서 다시 만나자.”하지율의 목소리는 작게 가라앉아 있었다.“미안.”“그만 신경 쓰고 가서 쉬어.”고지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누군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으니까... 굳이 데려다주지는 않을게.”하지율은 순간 눈을 깜빡였다.곧바로 고지후가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주용화가 붙여 둔 경호 인력이었다.최근 벌어진 두 번의 사건 이후로 주용화는 아주 작은 위험까지도 용납하지 않았다.하지율은 몸을 숙여 고윤택을 가볍게 안아 주었다.“엄마 먼저 갈게...”놀이공원을 나온 하지율은 택시를 부르려다 걸음을 멈췄다.입구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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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6화

하지율은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좋은 소식이요?”단종건은 웃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손이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구나.”하지율은 순간 숨을 멈췄다.너무도 뜻밖의 이야기였다.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어르신,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단종건은 웃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지율아, 네 손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단다. 성공 확률은 60퍼센트 정도라고 하더구나.”60퍼센트는 낮은 수치는 아니었다.하지율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잊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정말 확실한 건가요?”단종건은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더냐?”“새로운 치료법이 나온 건가요?”단종건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흠, 그건 아니고... 너도 알다시피 손 수술 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거든.”잠시 말을 고른 단종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대신 이 분야에서 손꼽는 전문가를 찾았다. 네 상태를 검토해 본 뒤 성공 가능성이 60퍼센트 정도는 된다고 하더구나. 지율아, 시간 되면 이쪽으로 와서 정밀검사부터 받아 보자.”하지율은 잠시 말을 잃었다. 단종건이 직접 그런 전문가를 찾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단종건 정도 되는 명의라면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의를 알고 있어도 전혀 이상해할 것이 없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손형원이 떠올랐다.손형원 역시 예전에 하지율에게 손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율은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며 말했다.“지금은 M국에 있어요. 아마 다음 주쯤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 돌아오면 바로 연락해라.”전화를 끊은 단종건은 서서히 표정을 굳히더니 뒤에 서 있던 젊은 남자를 돌아봤다.“이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그러지 말았어야지.”단종건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지율이 손을 망가뜨릴 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지율이에게 장애를 남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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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7화

주용화는 고윤택을 품에 안으며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고맙다.”잠시 뜸을 들인 주용화가 나직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미안하다.”고윤택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주용화가 왜 갑자기 사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던 순간, 주용화는 이미 몸을 일으킨 뒤였다.주용화는 고윤택의 머리를 한번 가볍게 쓰다듬고는 하지율의 손을 잡고 천천히 출국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M국, 연씨 가문.손형원의 지분 이전 절차가 무산된 데다 해당 지분마저 동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연정미는 더 이상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연정미는 헛웃음을 흘렸다.“정말 예상도 못 했네. 손형원이 다른 여자를 위해 나를 상대로 수를 쓸 줄이야.”손형원이 미리 대비해 두지만 않았어도 이번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지금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물론이고 훨씬 큰 손실까지 떠안게 됐다.연정미는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게다가 함우민이라는 패도 사실상 쓸모를 잃었다.한때 연정미를 위해 온갖 악행도 서슴지 않았던 손형원이 이제는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그런 아이러니한 현실은 연정미에게 큰 배신감과 괴리감을 안겼다.그 때문에 연정미는 주용화보다도 손형원을 더 증오하게 됐다.반면 연재영은 크게 실망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손형원은 한 가문의 가주였어. 이런 상황까지 대비해 뒀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지. 손형원이 훗날 우리에게 걸림돌이 될 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쉽게 놔주지는 않았을 거야.”연정미는 차갑게 웃었다.“소용없어. 손형원이 하지율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 순간부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연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손형원의 지분이 동결된 건 우리에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야. 적어도 하지율이 당장 그 지분을 상속받아 나를 밀어내는 일은 없다는 뜻이지. 반년이면 충분해. 그동안 판을 뒤집을 방법을 찾을 수 있어.”연정미는 연재영을 바라보며 옅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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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8화

전화를 끊은 하지율은 심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다희야, 큰오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데 같이 가 볼래?”심다희는 예상하지 못한 소식에 눈을 깜빡였다.“교통사고? 재영 씨가 왜 사고를 당한 거야?”“나도 자세한 건 못 들었어. 가 봐야 알 것 같아.”심다희는 잠시 말이 없었다.몇 초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심다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 같이 갈게.”...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술실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연태훈과 연상진, 연상준, 연정미가 나란히 있었고, 한쪽에는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무심한 표정의 소아린도 서 있었다.하지율을 발견한 소아린이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지율 씨, 오랜만이에요. 유소린 씨는 안 왔어요?”소아린과 유소린은 성격이 비슷했다.둘 다 직설적이고 뒤끝이 없는 편이라 금세 친해졌고, 만나기만 하면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았다.“소린이는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 있어서요. 아마 조금 더 지나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얼마 전 유소린의 집안에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하지율을 배웅한 뒤 곧바로 돌아가 문제를 처리하고 있었기에 그 뒤로는 연락할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그래서 유소린은 함우민이 하지율을 일주일 동안 감금했던 일도 아직 알지 못했다.하지율이 M국으로 돌아오기 전 연락했을 때도 유소린은 당분간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소아린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최근 유소린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생겼기 때문이었다.그때 연태훈의 시선이 하지율 옆에 있던 심다희에게 향했다.연태훈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다희도 왔구나.”“네. 지율이랑 같이 있다가 재영 씨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왔어요.”심다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저씨, 재영 씨 상태는 어떤가요?”그 말을 들은 연태훈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아직 수술 중이다. 상태가... 좋지 않구나.”심다희는 곧바로 되물었다.“좋지 않다는 게 어느 정도인데요?”연상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신 답했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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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9화

“저도 지금 처음 들은 일이에요. 이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하지율의 해명은 어딘가 힘이 부족해 보였다.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당장 언성이 높아지고 날카로운 공방이 오갔을 상황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연상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아린만 노려보고 있었다. 애초에 연재영의 사고보다 소아린에게 더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연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상준은 줄곧 수술실만 바라보고 있었다.하지율을 의심하거나 추궁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그 모습을 본 연정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연상진이야 원래 충동적인 사람이니 그렇다 쳐도, 연상준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그제야 연정미는 문득 깨달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연상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복도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마침내 수술실 위에 켜져 있던 수술 중 표시등이 꺼졌다.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수술실 문으로 향했다.잠시 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료진이 모습을 드러냈다.연태훈은 곧바로 앞으로 다가갔다.“의사 선생님, 재영이는 어떻습니까? 우리 재영이는 괜찮은 겁니까?”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무거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만...”연태훈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치려던 순간 의사가 말을 이었다.“다만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당분간 의식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의사는 최대한 완곡하게 설명했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연재영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연태훈은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고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연상준과 연정미가 급히 양옆에서 연태훈을 부축했다.“아버지!”“아버지, 괜찮으세요?”하지만 연태훈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내 눈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한편, 김경환은 모든 흔적을 말끔히 정리한 뒤 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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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0화

그때 유민재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당시 주용화의 대답이었다.“정말 죽는다면 그것도 그 사람 운명이겠죠.”그때 들려온 김경환의 목소리에 유민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민재 씨, 이번에 Z국에서 돌아온 뒤부터 이상합니다. 대표님도 그렇고 민재 씨도 그렇고요. 두 분 다 뭔가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유민재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숨기는 것 없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일들은 경환 씨도 전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따로 숨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김경환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더 물으려던 순간 유민재가 먼저 말을 끊었다.“됐습니다. 이번 일도 계획대로 잘 마무리됐으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흔적도 말끔히 정리해 뒀으니 연씨 가문에서 의심하더라도 증거는 찾지 못할 겁니다. 그 정도 의심쯤은 지율 씨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테고요.”김경환은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유민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하지율은 연태훈이 깨어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심다희와 함께 병원을 나섰다.헤어지기 직전, 심다희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결국 짧게 인사했다.“고마워.”하지율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말을 받아들였다.하지율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주용화가 돌아온 뒤였다.최근 들어 주용화는 유난히 바빠 보였다.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하루 종일 하지율의 곁을 지키지도 못했다.하지만 하지율은 알고 있었다.주용화가 보낸 사람들이 언제나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하지율이 들어서자 주용화가 곧장 다가왔다.주용화는 아무 말 없이 하지율을 품에 안았다.“지율 씨, 왔어요?”하지율은 주용화의 품에 안긴 채 나직이 물었다.“화야 씨, 요즘은 무슨 일로 그렇게 바빠요?”“별일 아닙니다. 가문 쪽 일을 조금 처리하고 있습니다.”주용화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하지율 역시 주용화의 기색을 눈치채고 더 묻지 않았다.대신 연재영 이야기를 꺼냈다.“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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