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게 정말 본왕이 널 속였기 때문이냐.”이도현의 눈동자에는 짙은 분노가 일렁였다.“아니면 그 사람이 이제 다른 여인과 혼인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제 치맛자락을 따르던 사내 하나를 잃게 된 것이 분해서 이러는 것이냐.”신수빈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도 얼굴을 붉히거나 수치심에 떨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는 싸늘한 조소만이 번져 갔다.“그러니까요.”그녀가 비웃듯 말했다.“제가 무슨 말을 해도 왕야께서는 믿지 않으실 겁니다. 헌데 어째서 늘 저를 전적으로 믿는 척하시는 건가요.”더는 말다툼을 이어갈 가치조차 없다는 듯, 신수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눕기 위해 몸을 돌렸다.하지만 이도현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목덜미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갔다.“윤수혁의 이야기가 나오니 찔리는 것이냐?”분노가 극에 달한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신수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를 악문 얼굴에는 참아 왔던 노기가 고스란히 서려 있었다.“저와 윤 대인은 결백합니다.”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내뱉었다.“손수건 하나뿐입니다. 설령 그 사람이 주워 갔다 해도 제가 알았다면 반드시 돌려받았을 겁니다. 제가 무엇을 숨긴다는 겁니까?”“숨기는 게 아니라면?”이도현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평소엔 본왕이 무슨 일을 해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네가, 오늘은 돌아오는 길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나 빈정거렸는지 스스로 세어 보아라. 윤수혁이 진하빈과 혼인하게 된 것이 아니꼬운 것이냐? 아니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화가 났단 말이냐.”신수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속에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무엇 때문이냐고요? 저는 애초에 경림연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헌데 왕야께서 억지로 보내셨지요. 그 옷도 입고 싶지 않았는데 왕야께서 입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항주 비단을 쓰고, 책을 읽고 싶었을 뿐입니다. 허나 책장을 넘기던 중 아무 예고도 없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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