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Kabanata 151 - Kabanata 160

289 Kabanata

제151화

그 이야기만 꺼내지 않았어도 이담은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초연이 그 일들을 입에 올리자, 이담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저 뻔뻔한 태도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담이 싸늘하게 내뱉었다.“정말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해요?”초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았다.이담은 멈추지 않고 쏘아붙였다.“우리 부모님은 그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당신을 쫓아내려고 먼저 찾아왔다고요?”“대체 어떻게 그쪽을 찾아갔고, 연락처는 또 어떻게 알았다는 거죠?”“아이와 카페에 있었는데, 마침 우리 부모님이 우연히 찾아냈다는 건가요?”“나... 난 몰라요...”초연은 뜨끔한 듯 시선을 피했다.이담은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저장해 둔 메시지 캡처를 초연 앞에 내밀었다.“우리 부모님은 당신이 불러내서 나간 겁니다. 당신이 일부러 우리 부모님을 도발하고는, 자기 아이를 밀쳐서 누명을 씌운 거잖아요!”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오자, 초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급히 소리쳤다.“무슨 헛소리예요!”진혁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 초연이 서둘러 해명했다.“진혁 씨, 저 여자가 한 말 모두 거짓말이야! 내가 준희 친엄마인데 어떻게 내 아이를 해치겠어!”“난 정말 심 선생님 부모님이 어떻게 날 찾아왔는지 몰라. 저 문자도 내가 보낸 게 아니라고. 난 진짜 몰라!”“진실이 무엇인지는, 준희가 깨어나면 내가 직접 물어보겠어.”진혁의 시선이 초연을 스쳐 지나가더니 이담에게 머물렀다.“마취제 일은 상부에서 조사할 거야.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난 일절 개입하지 않을게, 괜찮지?”이담은 시선을 마주한 채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진혁이 초연을 감싸려 하든 말든 이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무심히 시선을 거둔 이담은 어시스턴트와 함께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진혁은 멀어지는 이담의 뒷모습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표정은 몹시 어둡고 차가웠다.초연은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 살갗을 파고들었고, 눈동자에도 시뻘겋게 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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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말문이 막힌 이담은 서둘러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어머니, 경훈 선배랑 저는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알아. 내 말은 한 번 생각해 보라는 거지.”이윤정이 이담의 손을 잡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감정이라는 건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하면서 커지는 거야.”“...”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전화를 받으러 나갔던 경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눈에 띄게 안색이 안 좋았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미안해, 이담아. 어머님, 제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식사는 못 하고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원래는 두 사람을 이어주려던 이윤정도 내심 아쉬워했다.하지만 지금 당장 서두를 일도 아니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괜찮아. 시간 날 때 언제든지 또 와.”경훈은 이담을 한 번 쳐다보곤 곧장 자리를 떠났다....경성시 서쪽 외곽.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 오래 방치된 공터가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라 주변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그때 크레인 한 대가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7미터 높이의 허공에 굵은 밧줄에 꽁꽁 묶인 남자가 매달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남자의 발밑에는 성인 한 명이 족히 들어갈 만한 거대한 유리 수조가 놓여 있었다.수조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피라냐 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다.남자가 정신을 차린 순간, 허공에 매달린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소리쳤다.“당신들 누구야? 날 당장 내려줘!”차에서 내린 진혁이 여유롭게 양복 단추를 채우며 남자 쪽으로 다가왔다.크레인 기사가 남자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남자의 두 발이 수조에 거의 닿을 즈음이 되어서야 크레인의 움직임이 멈췄다.“당... 당신은 하 대표?”남자는 진혁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렸다.진혁은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차갑게 웃었다.“윤 청장님이라는 든든한 배경도 있으니, 이런 짓만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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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진혁이 손목시계를 느슨하게 풀면서 헛웃음을 흘렸다.“네 뒤에서 일을 꾸민 사람, 한 여사지. 안 그래?”연준은 감히 숨길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한경미는 핸드폰으로 연락하지 않고 대신 사람을 경찰서로 보내 연준을 찾게 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웃음기를 싹 거둔 진혁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안나에게 지시했다.“윤 청장, 이번에 연임할 예정이라고 했지?”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청장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겠군.”진혁은 그 말만 남긴 채 돌아섰다....깊은 밤, 창밖으로는 도심의 희미한 불빛만이 일렁였다.이담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탁자 위에 올려둔 핸드폰 화면이 밝게 빛났다.탁자로 다가간 그녀가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확인했다.진혁이 보낸 메시지였다.[너희 집 앞이야.]이담은 미간을 찌푸리며 창가로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대문 앞에는 낯익은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이담은 커튼을 치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안 나오면, 내가 들어갈까?]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은 이담은, 대충 겉옷을 걸쳐 입고 집을 나섰다.마당을 나서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대문 쪽을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이담은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리며 빛을 피했다.헤드라이트를 끄고 진혁이 차에서 내린 뒤에야 겨우 제대로 눈을 뜰 수 있었다.이담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인데 낮에 말 안 하고 굳이 밤에...”진혁이 손을 뻗어 이담을 품에 확 끌어안았다.막 샤워를 마친 터라 몸에서는 은은한 연꽃 향 바디워시 냄새가 풍겼다.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진혁의 품에 안겼다. 이담이 두 손으로 진혁의 가슴을 밀어내는 순간 얇은 실크 겉옷이 스르르 풀리면서 한쪽 어깨 아래로 툭 흘러내렸다.마동순의 생일날 지연의 계략으로 약에 취했던 그날 밤 이후, 진혁은 이담을 가까이한 적이 없었다.지금 이토록 고혹적인 아내가 힘없이 자신의 품에 안겨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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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안색이 어두워진 진혁이 팔을 뻗더니, 차와 차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이담이 피하지 못하게 막아섰다.“그렇게 이혼하고 싶어?”이담은 고개를 들어 진혁을 바라보았다.“응.”진혁은 이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속마음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담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눈빛이 불편해진 나머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생각 다 끝나면, 그때 다시 연락해.”이담이 진혁의 손을 뿌리치고 걸음을 옮겼을 때, 등 뒤에서 잔뜩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혼하려는 거, 진경훈 때문이야?”이담의 발걸음이 뚝 멎었다. 순간 일그러졌던 표정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대로 돌아왔다.“맞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인데?”“그 자식이 널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도, 그래도 믿겠다는 거야?”이담은 침묵했다.진혁이 등 뒤로 바짝 다가와 말했다.“그 자식은 진심으로 널 도우려는 게 아니야. 고작 그런 놈 때문에 나와 이혼하려는 거라면, 다시 제대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이담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잠시 후 천천히 힘을 풀었다.차분히 돌아서서 진혁을 마주 보았다.“당신은 내가 이혼하려는 게, 정말 진경훈 때문이라고 생각해?”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게다가, 그 사람이 날 이용한다고 해도, 적어도 당신보단 나아.”“심이담.”진혁의 깊은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더니, 순식간에 이담의 팔목을 낚아챘다.“언제까지 투정 부릴 건데?”이담은 그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더 이상 날 붙잡지 않았으면 좋겠어.”이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이윤정은 2층 침실 커튼 뒤에 서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온 이담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계단에서 이윤정과 마주쳤다.이담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어머니, 아직 안 주무셨어요?”“이담아, 하진혁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니?”“저도 잘 모르겠어요.”이담이 고개를 저었다.‘하진혁이 늦은 시간에 굳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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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초연에게 다가간 경훈이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그 여자보다 당신이 내 침대 위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굴었다는 걸 하진혁이 아는 게 더 싫지 않습니까?”초연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말문이 막혀버렸다.“당신은 그저 내 말만 들으면 됩니다.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게 보장해 줄 테니까.”경훈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초연의 표정은 한층 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애초에 경훈과 협력을 이야기할 때만 해도, 이렇게 엮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그날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충동적으로 선을 넘지만 않았어도, 이런 약점을 잡힐 일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상관없었다.하진혁의 아내가 되기 전까지는 아직 경훈이 필요했다.진씨 가문이 하씨 가문만큼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경훈은 적어도 침대 위에서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확실히 능력도 있었다.경훈이 암암리에 도와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모조리 없애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벌인 일들은 진혁의 사람들에게 진작에 들통났을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자, 초연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심이담, 참 불쌍하기도 하지.’다음 날.이담은 강민준의 아내인 유하연의 병실로 회진을 갔다.강민준은 평소와 다르게 극진한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비서에게 나중에 감사패라도 보내라고 지시할 정도였다.그런 호의에 감사 인사를 전한 이담은 환자의 몸 상태를 물으려다, 유하연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담이 의아한 표정으로 불렀다.“사모님?”유하연이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난 듯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심이담입니다.”“그렇군요...”유하연이 잠시 넋을 잃자, 뭔가 눈치챈 강민준도 몸을 숙여 물었다.“여보, 왜 그래?”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으면서, 유하연은 이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심 선생님이 제 친구를 너무 닮아서요.”이담이 멈칫했다.강민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아마 인연인가 보지.”“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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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너한테 대시하고 싶었어.”경훈의 수려한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 피부는 여자보다도 더 섬세하고 탄력이 있었고,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다.맑고 빛나는 눈에 오뚝한 콧날, 입술도 예쁜 편이었다.예전에 경훈을 처음 보았을 때도, 참 잘생겼다고 생각하긴 했었다.그저 그때의 이담은 진혁처럼 늠름하고 훤칠하면서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을 더 선호했을 뿐이었다.하지만 경훈의 갑작스럽고도 노골적인 말에 이담은 역시나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선배, 그건 좀...”너무 뜬금없게 느껴져서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미안, 내가 너무 성급했지. 원래는 네가 이혼하고 나면 그때 말하려고 했는데.”경훈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당장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대답은 천천히 들어도 되니까.”이담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그래, 이담아. 설마 벌써부터 부담을 가지는 거야?”경훈의 눈가에 웃음기가 번졌다.“네가 거절한다고 해도 다 받아들일 테니까 걱정 마. 나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거든.”이담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선배, 저 아직 이혼도 안 했어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솔직히 좀 당황스럽네요.”경훈은 양손을 깍지 낀 채 턱을 괴었다.“그럼 이혼하고 나면, 나한테도 기회가 생기는 건가?”이담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알았어, 장난은 여기까지 할게. 나 먼저 가볼게.”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걸어가더 경훈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담을 쳐다보았다.“나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니까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경훈이 떠난 후, 이담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진경훈이 나한테 대시한다고?’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라, 그저 너무 드라마틱하게만 느껴졌다.그때, 주원식 원장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마취제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메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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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이담은 시선을 돌린 채 진혁을 못 본 척 지나치려 했다.진혁이 입술을 꾹 다문 채 이담의 손목을 붙잡았다.그 힘에 이끌린 이담이 뒤로 확 끌려갔지만, 다행히 중심을 잡아서 진혁의 품에 안기는 것은 피했다.“이제는 집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안 하는 건가?”이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하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한가한 분인 줄은 몰랐네요.”예전에 이담은 진혁을 마주칠 때마다 어떻게든 말 한마디라도 더 붙여보려고 했다.그렇지만 그때 진혁은 제대로 받아준 적이 없었다.‘이 남자, 정말 이상하네.’‘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 내가 싫다는데 쓸데없이 말을 걸어오네.’“위에서 조사한 결과가 나왔어.”진혁의 시선이 이담의 무심한 얼굴에 머물렀다. 미간을 가볍게 찌푸린 채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네가 초연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알지만, 여기까지만 해. 정 그 여자가 보기 싫다면 주 원장에게 말해서 내과로 보내도록 할게.”이게 진혁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이담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씁쓸함이 밀려왔다.“결국 문초연을 위해서 온갖 신경을 다 쓰고 있네.”진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조사 결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결국 그 여자는 잘도 빠져나갔네.”“심이담.”진혁이 이담을 빤히 쳐다보았다.“난 결과에 손댄 적 없어. 도대체 왜 무조건 그 여자 짓이라고 확신하는 거지?”이담은 붉어진 눈으로 진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그 여자가 날 몇 번이나 함정에 빠뜨렸을 때부터야. 당신은 늘 그 여자 말만 믿었지, 단 한 번이라도 내 말을 믿어준 적 있어?”“예전에 내가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갔다가 하마터면 몹쓸 짓을 당할 뻔했던 일, 그 여자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거라고 당신이 보장해?”“그렇게 중요한 접대 자리에서 고작 룸 번호를 잘못 알려줬다는 말 한마디로 그렇게 넘어갈 일이었냐고.”“그 여자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을 때도 그래. 나중에 CCTV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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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남편을 잃은 뒤, 이윤정에게 의지할 사람은 오직 이담뿐이었다.이담이 친부모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담이 영영 곁을 떠나버릴까 두려웠다.이윤정은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품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이담은 이윤정의 그런 복잡한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은호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해요. 더위에 지쳐 쓰러졌을 때 은호 씨가 절 병원까지 데려다주셨거든요.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이윤정은 흠칫하더니 이내 미소 지었다.“그것도 다 인연이겠지.”무언가 생각난 듯 이윤정의 미소가 씁쓸하게 흐려졌다.“나도 그런 인연이 있어서 내 딸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오랜 세월 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으니.”이윤정의 마음을 알아차린 이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윤정 곁으로 다가갔다.“어머니, 그럼 친딸을 찾고 싶으신 거죠?”“늘 간절하게 바라고 있지.”이윤정이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겠니.”이담은 입술을 적셨다.이윤정 모르게 팔린 친딸은 이담과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을 터였다.만약 이윤정이 친딸을 찾는 걸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어머니, 당시 그 아이를 낳았을 때 주었던 물건이라든가, 아니면 몸에 있던 흉터 같은 특징은 없었나요?”이윤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을 내리깔았다.“기억나는 건, 손목에 붉은 점이 하나 있었다는 것뿐이야.”...점심때가 지나고 이담은 병원으로 돌아왔다.데스크를 지나는데 간호사가 이담을 불러 세웠다. 다가가 보니, 간호사가 파란 장미 꽃다발을 건네주었다.“심 선생님, 진 대표님이 보내신 거예요.”“세상에, 심 선생님! 진 대표님이 선생님한테 관심 있으신 거 아니에요?”다른 간호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담은 난감했지만, 경훈이 보낸 거라고 하니 대놓고 거절하기도 어려웠다.꽃 속에는 카드 한 장과 작은 사각형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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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이담아, 누구니?”부엌에서 이윤정이 물었다.이담은 이윤정이 진혁을 보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심민철의 일 이후 이윤정은 아직도 진혁을 깊이 원망하고 있었다. 지금 마주치기라도 하면 감정이 크게 상할 것이 뻔했다.“택배예요, 어머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이담은 적당히 둘러댄 뒤 진혁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진혁은 끌려가는 내내 순순히 따랐다.마당 밖으로 나오자 이담은 손을 뿌리쳤다.“대체 무슨 일이야?”“마지막으로 집에 온 게 언제지?”진혁이 말한 곳은 그린힐이었다.이담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어머니 곁을 지키고 싶어. 무슨 문제라도 있어?”진혁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장모님이 걱정된다면, 모셔와서 우리랑 같이 지내도 돼.”진혁이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예전에는 부부 취급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제는 마치 깊은 애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했다.지난 6년 동안의 냉담함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듯했다.이담이 헛웃음을 쳤다.“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어? 예전엔 안 그랬잖아.”“우리가 아직 부부라는 사실을 잊지 마.”“내가 이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진혁이 팔을 뻗어 힘을 주자, 이담은 품 안으로 훅 빨려 들어갔다. 이담이 몸부림쳤지만 진혁은 단단히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진경훈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서두르는 거라면, 이혼 서류에 도장은 찍어줄 수 없어.”이담은 몸이 굳어지더니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손가락으로 이담의 눈가 점을 쓸어내리면서, 진혁이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렸다.“그 자식이 꽃을 보냈더군. 낭만적이라 좋았어?”이담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무슨 소리야?”“아무 의미 없어.”이담의 얼굴을 감싸 쥔 진혁이 감정을 억누르면서 명령했다.“집으로 들어와.”“안 가.”“너희 할머니가 이 집을 계속 노리고 있다고 들었어.”“비겁하게 굴지 마!”진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이담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심씨 가문이 당신한테 뭘 더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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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진혁이 벽에 걸린 골동품 시계를 힐끗 보았다.“시간은 잘 지키네.”이담은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치 깊은 원한이라도 품은 사람처럼 차갑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담을 보자 진혁이 피식 웃었다.“다시 들어오라고 한 게 그렇게 싫어?”순간 이담은 말문이 막혔다.‘이 남자의 속은 갈수록 알 수가 없네. 이건 대체 무슨 의미지?’이담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예전엔 당신도 나랑 한 지붕 아래 사는 것도 별로 안 내켜 했잖아.”진혁은 웃음을 거두었다.“예전 일이 그렇게 신경 쓰여?”이담은 대답 대신 물었다.“다시 들어오겠다고 약속했으니, 언제 사인해 줄 거야?”진혁은 소파에 기대앉아 관자놀이를 눌렀다.“내 기분에 달렸지.”이담이 손님방으로 가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어느새 진혁이 문을 막아섰다.놀란 이담은 뒷걸음질쳤다.“뭐 하는 거야?”“무슨 뜻일 것 같아?”진혁이 이담의 허리를 감싸 안고 침대로 옮겨 눕힌 뒤 입을 맞췄다.겁이 난 이담은 양손으로 진혁의 가슴을 밀어내며 키스를 피했다.“싫어! 하기 싫어!”진혁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눈물을 머금은 채 겁에 질린 이담을 바라보던 진혁의 입맞춤이 점차 부드러워졌다. 진혁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아프진 않을 거야.”지난번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인지, 진혁은 이번에는 이담을 배려하려는 듯했다.힘으로는 진혁을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이담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방 안은 캄캄했다. 어둠 속에서 이담의 감각은 극도로 예민해졌다.평소의 진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정했다.순간, 이담은 그 어떤 여자도 진혁의 다정함을 거부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자신도 그랬다. 지난 일들과 증오마저 잠시 잊을 만큼.격정적인 밤이 이어지는 동안, 진혁은 이담에게 낯설 정도로 강렬한 감각을 안겨주었다.하지만 그럴수록 두 사람이 처음 가졌던 순수한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버렸다는 사실만 더욱 선명해졌다.이담은 결국 흔들린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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