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표님, 우리 딸이 호의로 휴게실까지 모셔다드렸는데, 어떻게 애를 희롱할 수가 있어요!”허미란은 재빨리 입을 열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은호가 희롱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로 만들려 했다.하동민 역시 원래부터 이 혼사를 성사시키고 싶어 했다.‘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일이 잘 풀렸군.’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의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희롱할 수 있다는 거죠?”“그게 무슨 소리야?”허미란이 불만스럽게 쏘아붙였다.“우리 딸이 스스로 몸을 함부로 굴렸다는 뜻이니?”“저는 그저 의학적인 관점에서 사실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정상적인 성관계를 할 수 있겠어요?”주변 사람들은 듣고 다소 민망해했지만, 현장에 있던 상당수가 의학계 종사자였기에 이 말에는 확실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어디서 사실 운운하며 말장난이야, 내 딸이 순결을 잃었다는데!”허미란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눈시울을 붉혔다.“우리가 권씨 가문과 사돈을 맺고 싶어 했던 건 맞지만, 아직 확정도 안 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권씨 가문에서 책임지고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하씨 가문이 권씨 가문이랑 혼사를 맺는다고?”“어쩐지 정략결혼 얘기가 오갔다면, 이제야 앞뒤가 맞네.”진혁의 시선이 이담의 얼굴에 꽂히며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 잠시 후,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권 대표님, 확실히 해명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이담이 진혁을 쳐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이렇게 대놓고 편드는 건 너무 심하잖아!”진혁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다.“네 남편으로서, 네가 다른 남자 걱정하는 꼴을 참아주는 것도 한계야. 나한테 약속한 거, 다 잊었어?”게다가 진혁은 여전히 이담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믿고 있었다.지금의 진혁은 이담이 알던 사람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눈앞에 전혀 다른 남자가 서 있는 것 같아 낯설기만 했다.‘애초에 하진혁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안 적이 없었던 것 같아.’초연 역시 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쯤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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