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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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할아버지 말씀이라면 당연히 듣습니다.”태휘의 말투는 담담했다. 서늘한 기운이 밴 목소리는 진심을 읽기 어려웠다.“다만 일부러 봐줬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는 할아버지도 아실 겁니다. 솔이가 그걸 감당해도 괜찮으시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진환식이 못마땅한 눈으로 태휘를 째려보았다.“참 나...”태휘가 눈으로 물었다.‘내 말이 틀렸나?’“다 큰 놈이 농담 하나를 못 받아.”진환식은 태휘에게 쌓인 불만이 많았다.“내가 정말 봐주라고 할 생각이었으면, 아까 네 아버지가 지분을 그냥 주겠다고 했을 때 바로 서명하라고 했겠지.”태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네.”진환식의 속이 더 뒤집혔다.“너는 두더지야? 굳이 맞아야 한 번씩 대답하는 거냐?”“말씀하시기 전에 저희 관계부터 생각하십시오.”태휘는 여전히 태연했다.“괜히 저 때문에 할아버지까지 같이 욕먹는 꼴 당하지 마시고요.”진환식이 깊게 숨을 들이켰다.“나가, 나가!”태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먼저 가보겠습니다.”진환식은 더 말 섞을 마음도 없어 보였다.태휘는 진환식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김 집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돌아서 나갔다.멀어지는 태휘의 등을 보며 진환식은 아직 화가 덜 풀린 목소리로 김 집사에게 말했다.“어릴 때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헛수고였어. 유머 감각이 저렇게 없어서야, 손주며느리 볼 날이 요원하구먼.”“인연은 때가 되면 찾아오는 법입니다.”김 집사가 노인을 달랬다.진환식은 콧방귀를 뀌었다.몇 분이 더 흘렀다.진환식은 오늘 밤 일을 되짚다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김 집사에게 당부했다.“당분간 솔이 일을 조용히 지켜봐. 첫째와 둘째가 못난 짓을 벌이지 못하게 막아야 해.”김 집사가 온화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같은 시각, 영재와 강솔 쪽도 이동 중이었다.영재는 진환식의 생각과 움직임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영재는 뒷좌석에 함께 앉은 강솔을 바라보다 먼저 말을 걸었다.“누나.”강솔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번 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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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영재의 태도는 여전히 스스럼없었다.“다치게만 안 하면 돈 좀 물어주면 되지. 핵심은 억울하게 당하면 참지 않는 거야.”한욱은 잠깐 침묵했다.결국 한욱은 이성적으로 판단해 제 상사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상대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걸어오자, 한욱도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다.영재가 고개를 돌리자 강솔의 의아한 눈빛과 마주쳤다.“한 비서가 좀 굼뜨다고 생각하죠?”강솔은 대꾸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절차였다.“이 일... 이상하지 않아?”영재가 차 문에 비스듬히 기대며 물었다.강솔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지?’“이 길은 내부 도로잖아. 여기 지나는 차들은 내 차 번호를 다 알아.”영재는 팔짱을 끼고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알면서도 일부러 들이받으려 했다? 이유가 뭘까?”강솔은 곧바로 알아차렸다.“나 때문에?”영재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역시 누나는 똑똑하네.”강솔은 무의식적으로 차 밖을 봤다. 밖에서 한욱과 마주 서 있는 여자를 본 눈길이 굳었다.‘김소민?’‘왜 김소민이 여기 있지?’영재는 강솔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영재가 묻기도 전에 한욱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차창 너머로 말했다.“대표님, 아가씨. 사고 차량 운전자가 두 분께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합니다.”영재는 강솔을 바라봤다.태도는 분명했다. 강솔이 허락하면 상대를 부르고, 아니면 보험 처리 절차로 넘기면 됐다.강솔은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김소민의 번호를 눌렀다.뚜...신호음이 이어졌다.차 밖의 여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핸드폰 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쪽한테 물어봐. 우리가 한 번 들이받고 사과하면 괜찮겠느냐고.”영재는 거의 바로 강솔과 밖의 여자가 아는 사이임을 알아봤다. 느슨한 어조로 한욱에게 말했다.“알겠습니다.”한욱이 그대로 전하자 김소민은 한욱 너머로 차 안을 바라봤다. 눈 부신 헤드라이트 때문에 내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강솔에게는 소민의 모습이 또렷했다.몇 년 전의 소민은 갓 사회에 나온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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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밤 9시쯤.영재는 강솔을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강솔이 내리기 전, 영재의 시선은 강솔이 손에 든 상자에 머물렀다.“할아버지가 반지를 끼라고는 하셨지만, 동생으로서는 지분을 받은 뒤에 반지를 끼는 걸 추천해.”“이게 뭔데?”강솔은 아직 그 물건의 의미를 몰랐다. 다만 진무천과 진우찬의 표정을 보면 꽤 중요한 물건인 듯했다.영재는 짧게 말했다.“고모는 알아.”강솔은 더 묻지 않았다.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영재가 또렷한 손마디로 차 문을 두 번 두드렸다.강솔이 뒤돌아봤다. 눈빛에 의문이 담겨 있었다.“고모께 안부 전해줘.”영재는 팔을 차창에 걸쳤다. 길게 뻗은 눈매에는 어둠 속에서도 장난기 섞인 웃음이 비쳤다.“할아버지가 물으시면 내가 말했다는 거 빼고 적당히 둘러대고.”강솔은 잠깐 말이 없었다.영재가 왜 직접 들어가지 않는지 묻고 싶었지만, 강솔과 강정숙이 진씨 집안 사람들에게 보였던 거부감을 떠올렸다.영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강솔은 영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본 뒤 상자를 들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2층 서재로 가 강정숙을 만났다.강정숙은 강솔이 돌아오자 하던 일을 내려놓았다. 눈에는 딸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왔니? 큰 문제는 없었어?”“괜찮았어요.”강솔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럼 꽤 곤란하게 굴었나 보네.”강정숙은 강솔의 짧은 말만으로도 대략의 상황을 짐작했다.강솔도 숨기지 않았다. 식사 전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한 뒤 마지막에 자기 의견을 말했다.“엄마 말씀이 맞았어요. 진씨 집안엔 좋은 사람이 몇 없어요. 진무천은 입으로야 곤란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진도엽이랑 윤지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발을 맞췄어요.”“진무천은 밖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걸 좋아하지.”강정숙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엄마.”강솔은 궁금한 게 있었다.강정숙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응?”강솔은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잘 모르겠는 사람이 하나 있어요.”강정숙은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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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운전 실력 좋은 사람도 하나 더 찾아. 강솔 차와 한 번 제대로 붙게 만들어.”도엽은 의자에 기대앉아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고모 사고 때 장면을 떠올리게 해줘. 동시에 손대면 안 되는 걸 함부로 잡으면 혼난다는 것도 알게 해야지.”“강솔 생부가 여 회장인데, 섣불리 움직였다가 시선이 쏠리는 건 아닐까요?”소민이 도엽과 함께 상황을 따졌다.“뭐가 무서워. 그때 남편이 하중현이었는데 결과가 어땠지?”도엽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사람들한테 역할만 잘 시키면 돼. 이쪽에서 조금만 손대도 진씨 집안과 여씨 집안의 공주가 권세 믿고 사람 괴롭혔다는 말은 기정사실이 되니까.”짧은 설명만으로 소민은 뜻을 알아들었다.“알았어요.”소민의 머릿속에는 금세 계획이 섰다.“움직이기 전날 나한테 말하고 움직여. 미리 사람을 시켜 진씨 집안과 여씨 집안에서 작은 공주를 얼마나 떠받드는지 기사부터 깔아둘 테니까.”도엽이 보고 싶은 것은 강솔이 무너지는 모습뿐이었다.“밑밥은 깔아놔야지.”소민이 대답했다.“네.”이야기가 끝나자 소민은 연기를 위해 강솔에게 메시지까지 보냈다.강솔은 한욱과 소민이 배상 문제를 이야기하던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덧붙인 말도 있었다.“연기 잘하네. 계속 힘내.”소민의 손이 멈췄다.뭐라고 답해야 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강솔은 소민을 차단한 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강정숙 앞에 가서 걱정되는 일을 말했다.“엄마, 나중에 정식으로 일을 맡게 되면 경호원 둘 다 데리고 다니고 싶어요. 집 쪽에는 새로 두 명을 고용하고요.”“그래.”강정숙도 같은 생각이었다.진무천과 진우찬이 얼마나 뻔뻔하고 잔인한지 강정숙은 알고 있었다.홍일만 강솔의 곁에 두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맞다. 회장님이 이걸 주셨어요.”강솔은 단향목 상자를 열어 강정숙에게 내밀었다.강정숙은 안에 든 반지를 보자마자 잠시 멈췄다. 남아선호가 뿌리 깊었던 노인이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강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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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물론 네가 싫으면 엄마도 강요하지 않아.”강정숙은 선택권을 강솔에게 넘겼다.“다만 너에게도 외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알았어요.”강솔은 대답했다.강솔의 마음에는 넘기 어려운 턱이 있었고, 거리감도 남아 있었다.하지만 엄마의 말은 생각해 볼 수 있었다.“일찍 쉬어.”강정숙은 어린아이를 대하듯 강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며칠 뒤부터는 한가할 틈이 없을 거야.”강솔은 몸을 숙여 강정숙을 안았다. 뺨을 목덜미에 살짝 비볐다.“엄마, 사랑해요.”강정숙은 따뜻하게 받아줬다.“엄마도 사랑해.”강솔이 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니 이미 열 시가 넘었다.침대에 앉은 강솔은 핸드폰을 꺼내 지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마음 한쪽에는 여전히 지안이 걸렸다.[우리 아들, 자?]...한편, 지안은 곧바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실내화도 신지 않고 타닥타닥 서재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빠가 통유리창 앞에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짙게 맴돌았다. 눈은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어둠 너머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같았다.“아저씨.”지안이 입을 열었다.중현이 정신을 차렸다. 맨발인 지안을 보자 바로 안아 올렸다.“왜 실내화도 안 신었어?”지안은 대답하지 않고 강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안 잤어. 엄마, 영상통화 할래?]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강솔의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지안은 중현 품에 앉아 전화받았다. 첫마디는 달콤했다.“엄마!”중현은 지안의 신발을 찾으려던 손을 멈췄다. 지안의 핸드폰 속 작은 화면 너머로 강솔이 보였다. 그 한 박자 동안, 오래 비어 있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는 듯했다.그러나 곧 강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강솔은 중현에게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지안이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움직이자, 중현은 지안을 소파에 앉혔다.“신발 찾아올게.”말을 끝내자 지안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중현은 빠르게 서재를 나갔다. 공간을 아이에게 남겨줬다.지안은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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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중현은 지안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그래.”지안은 조금 화가 났다.“아저씨!”중현이 멈칫했다.“말 안 해주면 진짜 화낼 거야!”지안이 중현 앞에서 이렇게 떼를 쓰는 일은 드물었다.이곳에 온 하루이틀 사이에, 지안은 아빠가 수없이 딴생각에 빠지는 모습을 봤다. 중현이 아이 앞에서 최대한 평소처럼 보이려 했지만, 가끔 눈을 들 때마다 지안은 아빠의 눈 속 텅 빈 시선을 보았다.지안은 아빠가 엄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아빠 마음속에 엄마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아빠는 엄마를 좋아하면서 왜 당당히 인정하지 못해?’‘엄마에게 사과하고 잘못했다고 하면 안 돼?’“몇 가지를 돌아보고 있어.”중현은 지안이 진지하다는 걸 알고 이유를 하나 댔다.“생각이 정리되면 말해줄게.”“진짜?”지안은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였다.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응.”“거짓말하면 나 진짜 아저씨랑 안 놀아!”중현은 그런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좋아. 이렇게 진심인 척하니까 이번에는 넘어가 줄게.”지안은 더 캐묻지 않았다. 이불을 끌어당겨 몸 위에 덮고, 동그란 눈으로 중현을 바라봤다.“혼자 자는 건 조금 무서워. 같이 잘 수 있어?”중현은 잠깐 멈췄다가, 지안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아이가 어른을 걱정하게 하다니, 좋은 일은 아니었다.“‘아빠’라고 한 번 부르면, 같이 잘지 생각해 볼게.”중현은 평소처럼 지안과 장난을 쳤다.지안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같이 있고 싶으면 있고 싫으면 빨리 나가!”“침대나 따뜻하게 데워 놔. 정리하고 올게.”중현은 손을 뻗어 이불을 내려줬다. 아이의 걱정과 마음 씀씀이가 심장을 조금 데웠지만, 비어 있는 틈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다.그 빈자리는 강솔만 채울 수 있는 자리였다.강솔이 아니라면 누구도 소용없었다. 지안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날 밤, 지안은 중현과 함께 잤다.지안은 중현의 말이 둘러대는 말이라는 걸 알았지만, 굳이 들추지 않았다.중현이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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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중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강 비서를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강 비서도 막지는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중현의 등을 보며 협박하듯 말했다.“대표님이 뛰러 가시면 제가 사모님에게 전화하겠습니다. 이혼 후 대표님이 자기 몸을 얼마나 혹사하는지 전부 알리겠습니다.”중현의 발걸음이 멈췄다.강 비서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혔다.상사를 협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 비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 날 정말 자기 목숨을 갉아 먹을 것 같았다.“그렇게 한가해?”중현의 얼굴에서는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었다.“네.”강 비서는 겉으로는 전문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가슴안에서는 긴장으로 심장이 쿵쿵 뛰었다.“대표님께서 제 일을 전부 끝내셔서, 요즘 할 일이 없습니다.”중현에게서 흘러나오는 압박감은 줄어들지 않았다.“좋아.”강 비서는 더 불안해졌다.‘좋다는 게 무슨 뜻이지?’“회사는 빈둥거리는 사람에게 월급을 그냥 주지 않아.”중현이 느릿하게 말했다.“할 일이 없다면 그 몇 사람과 같이 사고 친 부분을 수습해. 연휴 끝나면 내가 확인하지.”“그건 그 직원들 책임 아닙니까?”강 비서는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 비서도 책임자 역할을 제대로 못 했으니 너도 책임이 있어.”중현이 말했다.강 비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저 갑자기 한가하지 않습니다.”중현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은 여전했다.“한가하지 않아도 조용히 지켜봐. 하도현이 요즘 자주 움직여. 빈틈을 제대로 파고들게 두지 마.”“알겠습니다.”강 비서는 이를 악물고 중현의 지시를 받아들였다.“응.”중현은 짧게 답하고 몸을 돌렸다.뛰기 시작하기도 전에, 강 비서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귀에 댔다.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사모님.”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현이 강 비서의 핸드폰을 빼앗았다.통화 화면이 아닌 것을 확인한 중현의 검은 눈이 유난히 험악해졌다.강 비서는 등골이 서늘했지만 그래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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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앞으로 나도 약속을 지킬 거야.”시후는 매우 진지했다.“입 밖으로 낸 말은 반드시 지키겠다.”중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 지안을 깨워 아침을 먹이려 했다.시후가 세 걸음을 두 걸음처럼 빠르게 따라붙었다.“못 믿겠냐?”중현의 태도는 전과 다르지 않았다.“네가 좋으면 됐어.”“진심이라니까!”“뭐가 진심인데?”지안이 졸린 눈으로 문을 열었다. 동그란 눈에는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다.“밥 먹자.”중현이 말했다.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시후는 지안을 보고, 다시 중현을 봤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줄줄이 이어졌다.‘지안이는 엄마가 키우기로 한 거 아니었나?’‘왜 여기 있지? 중현이 중간에 마음을 바꿔 아이를 데려온 건가?’‘그런데 빼앗아 온 거라면 아이가 저렇게 얌전할 리도 없잖아.’두 부자는 시후의 의문을 신경 쓰지 않았다.아침 식탁에 앉자, 중현이 차분하게 말했다.“밥 먹고 H시로 돌아가.”지안의 손이 멈췄다.“내일 해외 출장이 있어서 널 데리고 있을 수 없어.”중현은 적당한 이유를 하나 댔다.“돌아가면 엄마랑 외할머니 말씀 잘 듣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지안은 중현을 몇 번이나 빤히 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내일 네가 해외 출장 가는 걸 나는 왜 모르지?”시후가 끼어들었다.“HS그룹 기밀이라서.”중현의 말은 여전히 사람을 찌르는 재주가 있었다.“외부인에게 알려줄 수는 없지.”시후는 말문이 막혔다.또 차가운 반응이었다.아침 식사 후 중현은 강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안이 돌아갈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집까지 보낼게. 공항에 마중 나올 필요는 없어.]강솔은 마침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지안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묻고 싶었지만,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중현은 채팅창에 상대가 메시지를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뜨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중현은 한 줄을 더 보냈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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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안 해.”중현의 시선은 닫힌 차창 너머로 향했다. 집 앞에서 나오는 강솔을 보며, 얇은 입술을 잠깐 다문 뒤 입을 열었다.“가자.”“여기까지 오셨는데요.”임훈은 그냥 떠나는 게 아쉬웠다.“얼굴이라도 보고 가시죠.”중현이 시선만 보냈다.임훈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차가 시동을 걸고 움직였다.차를 돌려 나가면서 임훈은 창문을 내리고 강솔에게 인사했다.강솔이 고맙다는 말도 하기 전에 차는 이미 시야에서 멀어졌다. 희미하게 보이기로는 뒷좌석에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의 사람이 앉아 있는 듯했다.“나쁜 아빠!”지안은 강솔과 함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봤다.“내가 좀 화나게 했다고, 나와서 인사도 안 해줬어.”“차에 있었어?”강솔이 물었다.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있었어.”강솔의 눈빛이 잠깐 멈췄다.지안은 곁눈질로 엄마를 봤다. 엄마가 화난 기색이 없자, 갑자기 폴짝 뛰었다.“아차!”강솔의 가슴이 철렁했다.“왜?”“J시에서 가져온 물건을 아빠 차에 두고 왔어.”지안은 몹시 다급한 얼굴로 짧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밖으로 뛰었다.“내가 가서 가져올게.”강솔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기도 전에 지안은 이미 몇 미터나 뛰어가고 있었다.강솔은 뒤따라가며 동시에 핸드폰으로 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는 거의 바로 받았다.[여보세요.]“지안이 물건이 차에 남아 있어. 잠깐 갓길에 세워줘.”강솔은 말하면서 앞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검은 차를 봤다.“지안이랑 가지러 나갈게.”...한편, 중현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임훈에게 말했다.“갓길에 세워.”“알겠습니다!”임훈은 몇 초 만에 차를 세웠다.차가 멈추자 일부러 몸을 돌려 장난스럽게 물었다.“아까 사모님한테 인사 안 한 게 후회되십니까?”중현은 말이 없었다.“차 돌려서 돌아갈까요? 이유 하나 만들어서 들어가 차라도 한잔하시죠.”임훈은 중현이 아직 통화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중현의 시선이 임훈에게 닿았다. 눈빛은 서늘했다.임훈은 목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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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별꼴이네. 제 아비를 일부러 난처하게 만드는 아들이 다 있어.’임훈은 마음속으로 지안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집에 밥해놨어요. 괜찮으시면 들어와서 간단히 드세요.”강솔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아니야.”중현은 강솔의 눈매에 남아 있는 거리감과 환영하지 않는 기색을 알아차렸다.“곧 지사에 들러야 해. 당신 천천히 먹어. 먼저 갈게.”임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밥상이 코 앞까지 왔는데도 거절하다니.중현은 임훈의 온갖 감정을 무시했다.“타.”“네.”임훈의 대답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차가 어느 정도 멀어진 뒤, 임훈은 용기를 내 말했다.“보스, 무슨 생각이십니까? 사모님이 식사하자고 하셨는데 거절하시면 호감이 깎입니다.”중현은 대답하지 않았다.먹었다면 정말로 호감이 깎였을 것이다.중현은 강솔을 알았다. 그때 강솔은 중현을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강솔이 입을 연 건 지안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둘 사이의 다툼과 갈등을 대놓고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사실은 중현의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지금 강솔은 중현과 지나치게 얽히고 싶지 않았다.억지로 이혼을 못 하게 막혔던 답답함에서는 벗어났지만, 뿌리 깊은 경계심은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강솔은 서로 각자 살며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더 놓고 온 거 없어?”강솔이 물었다.지안은 작은 머리를 흔들었다.“없어.”강솔은 지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안이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들추지 않았다.임훈은 차 안에서 아직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지안 도련님 물건은 언제 트렁크에 들어간 겁니까? 공항에서 차를 받을 때 트렁크를 연 적도 없는데요.”“방금 열었을 때 넣었어.”중현은 전부 알고 있었다.임훈은 멍해졌다.처음에는 의아했고, 곧 놀랐으며, 이어 답답함이 밀려왔다.‘지안 도련님이 이렇게까지 도와줬는데도 보스가 움직이지 않는다니...’‘옆에 보고 있는 내 입이 다 바짝 마르네!’...그날 이후, 강솔과 중현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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