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บทที่ 301 - บทที่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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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병원으로 가는 길에 허아연은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몇 년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20분 뒤 차가 응급실 앞에 멈춰 서고 허아연은 옆문을 통해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다.정아 이모 부부가 응급실 문 앞에 있었다.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허아연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허둥지둥 뛰어오는 걸 본 부부가 벤치에서 황급히 일어나서 새빨개진 눈으로 허아연을 바라보며 불렀다."아가씨."정아 이모 앞으로 다가간 허아연이 두 손을 꼭 잡으며 다급하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방금 뭐래요?"허아연의 물음에 정아 이모가 눈물을 쓱 닦으며 말했다."아침 식사 때 어르신이 안 나오셔서 문을 두드렸는데 한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으셔서 제가 문을 열었거든요."정아 이모가 목이 메어 울컥하더니 숨을 고르고는 이어 말했다. "들어갔더니 어르신이 바닥에 엎어진 채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다가가서 흔들어도 보고 몇 번을 불러도 봤는데 반응이 없으셔서 바로 119를 부르고 아가씨한테 연락한 거예요."허민수가 엎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는 말에 허아연은 순식간에 눈시울이 빨개졌고 정아 이모를 잡은 두 손이 덜덜 떨렸다.허아연이 빨개진 눈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정아 이모가 응급실을 돌아보며 말했다."아직 안에서 응급조치 중이에요. 더 정확한 상황은 저도 모르겠어요."정아 이모의 말에 허아연이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괜찮을 거예요, 할아버지 괜찮으실 거예요. 엄마 아빠가 지켜주실 거예요."정아 이모를 위로하는 말이었지만 허아연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했다.허아연의 말에 정아 이모가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맞아요, 두 분이 어르신을 지켜주실 거예요."정아 이모의 위로에 허아연은 손을 놓고 벤치로 걸어가 벽을 짚으며 자리에 앉았다.'괜찮을 거야.''분명 괜찮을 거야.'세 사람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응급실 밖을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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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의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한 허아연을 뒤에 있던 주현우가 재빨리 안아주었다. 주현우는 순식간에 새빨개진 허아연의 눈을 보며 머리에 입을 맞췄다."아연아, 내가 있어. 아직 내가 있잖아."주현우가 다독였지만 허아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머릿속이 하얘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 모습에 의사가 주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다른 가족분 계십니까? 장례를 준비하셔야 합니다."허아연을 품에 안은 주현우가 말했다."제가 어르신 손녀사위입니다. 확인서 발급해 주세요, 장례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네. 그럼 마음을 좀 추스르시고 잠시 뒤 담당 직원과 절차를 진행하시면 됩니다.""네."의사에게 대답한 주현우는 허아연을 끌어안고 연신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다독였다."아연아. 괜찮아, 괜찮아. 나이가 들면 누구나 거쳐야 할 길이야. 너한테는 아직 우리가 있잖아."지금 이 순간 주현우도 슬프고 가슴이 미어졌지만 허아연을 챙겨야 했고 허민수의 장례도 치러야 했다.주현우는 한쪽 팔로 허아연을 안은 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다운된 목소리로 말했다."서진아, 아연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병원으로 좀 와."전화기 너머의 전서진은 흠칫 놀라더니 바로 답했다."바로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전서진은 회의도 제쳐두고 차키와 휴대폰만 챙겨 곧장 밖으로 나섰다.……전서진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주민경도 와 있었다.주민경이 휴게실에서 허아연 곁을 지키는 동안 전서진과 주현우는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 의사는 사인이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정지라고 하며 두 사람을 데려가 허민수의 시신을 확인시켜 주었다. 허민수의 이마와 뺨에 난 상처를 본 주현우는 단숨에 눈시울이 붉어져 고개를 돌렸다.휴게실에서는 주민경이 허아연을 꼭 안고 계속 달래고 있었다.하지만 허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의사에게 결과를 들은 순간부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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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저녁 무렵.주현우와 전서진이 준비를 마치자 사람들은 다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허아연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건희와 한민규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회사 일은 자신들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집안일부터 챙기라며 허아연을 위로했다. 일곱 시가 지나자 스타라이트 동료들도 속속들이 도착했다.경주 그룹의 주주와 임원들, 그리고 꽤 많은 직원들까지 장례식장을 찾아주었다. 주현우가 뛰어다니며 조문객을 맞았고 전서진과 심유환, 하준서도 일을 거들었다.허아연도 슬픔 속에서 장례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말수가 없었다. 밤 아홉 시.주현우는 내일 있을 영결식을 준비하면서 주민경에게 허아연을 데리고 2층 휴게실에 가서 좀 쉬도록 했다.하지만 허아연은 계속 1층에 남아 허민수 곁을 지켰다.그때 권승준이 도착했다. 지방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허아연 집안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것이다.뒤에는 시의 다른 고위 인사들도 함께 있었다.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보고 허아연이 다급하게 일어나 맞이했다."비서실장님, 장 차장님. 여기까지 걸음 하시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권승준이 허아연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허 선생님, 너무 상심하지 마요."허아연은 손을 거두고 허민수를 돌아보며 깍듯하게 답했다."네, 감사합니다. 비서실장님."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허민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와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전했다.사람들이 위로를 건네자 허아연은 생로병사는 사람 사는 이치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허아연의 평온하고 이성적인 표정 뒤에 감춰진 슬픔이 권승준의 눈에는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집안에 어른도 가족도 없으니 혼자 다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 한참을 허아연 옆에 앉아 곁을 지키던 권승준은 자신이 일어나지 않으니 함께 온 사람들도 움직이지 않는 걸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건넸다.허아연과 주민경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했다. 두 사람은 권승준 일행의 차가 멀어지는 걸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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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소파에 앉아 몸을 약간 기울인 채 도시락을 여는 주현우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너무 지쳐서였다.그날 병원에 간 뒤로 장례식이며 영결식이며 조문객 접대며 모든 일을 처리하느라 한시도 쉰 적이 없었다. 하루 세끼는 거의 거르다시피 했고 물도 틈이 나야 겨우 마실 정도였다.그 모습을 본 전서진이 주현우 손에서 도시락을 받아 뚜껑을 열고 젓가락 포장지까지 뜯어서 건넸다.지금 허씨 본가에는 전서진과 심유환, 하준서까지 젊은 사람들만 남아서 지키고 있었다.다른 어른들은 허씨 집안에 남은 사람도 없는데 위로는 커녕 뻔히 지켜봐야만 할 판이라 다들 돌아갔다.허민수의 장례가 끝나자 주건영은 바로 몸져누웠다.마음의 병이었다.주건영은 자신의 생일 잔치도 취소해 버렸다.나이가 들어서 점점 볼 날도 줄어드니 늙은이들끼리 생일 잔치를 핑계 삼아 얼굴이나 보려던 것이었다.그런데 허민수가 갑자기 떠나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주건영은 잔치를 열 기분도 아니었고 타이밍도 아니었다. 위층 침실.허아연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주민경이 끌어안으며 다독였다."아연아, 너한테는 내가 있잖아. 오빠도 있고 서진 오빠네도 있고."허아연이 주민경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가볍게 웃었다."알아. 며칠 동안 다들 고생했어. 너희가 없었으면 장례식도 이렇게 잘 마무리되지 못했을 거야."지나치게 담담한 허아연의 모습에 오히려 서러워진 주민경이 꽉 끌어안고 말했다."아연아, 힘들면 울어도 돼. 그냥 소리 내서 울어."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지나치게 슬프면 슬퍼하는 것도, 우는 것도 잊는 법이었다.두 사람은 위층에 잠시 더 머물다가 내려왔고 허아연은 전서진과 심유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전서진과 심유환은 허씨 본가에서 며칠 밤을 더 묵다가 돌아갔다.주현우와 주민경은 계속 본가에 남아 곁을 지켰다. 주민경은 허아연의 침실에서 함께 자고 주현우는 두 사람을 챙기기 위해 옆방에서 잠을 잤다. 주진우는 매일 몇 번씩 들렀지만 밤이면 돌아가곤 했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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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주민경이 그렇게까지 다독이는 데다 며칠 동안 다들 바쁘고 지친 터라 서로 기력을 더 소모하고 싶지 않았던 허아연도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이런 상황에는 주현우도 무슨 얘기를 꺼내거나 다른 짓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주씨 남매는 그저 허아연의 안전을 지켜주려는 것뿐이었다.식사를 마친 뒤 주민경은 차를 몰고 주씨 본가로 돌아갔다.커다란 한옥집에는 허아연과 주현우만 남았다.이제 숙려 기간이 끝나기까지 8일뿐이었다. 허아연은 방에서 씻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걸터앉았다. 두 다리가 시큰거리고 힘이 풀리며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며칠 내내 지쳐 있었던 탓에 몸의 근육까지 다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꼼짝 않고 침대 끝에 앉아 있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허아연이 고개를 들고 문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방에 있어요."허아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현우가 손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 방에 들어온 주현우가 우유를 책상에 내려놓았다."우유 마시고 쉬어.""네. 고마워요."허아연이 깍듯한 대답에 주현우는 책상 앞 의자를 침대 옆으로 끌어가서 마주 보고 앉았다. 방 안의 불빛은 환했지만 눈부시지 않았다.뒷마당에 큰 나무 몇 그루가 있었지만 나뭇잎이 봄날처럼 무성하고 푸르지는 않았다.주현우는 몸을 약간 기울인 채 두 팔을 허벅지에 올리고 허아연을 조용히 바라봤다.주현우의 시선에 허아연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며칠 동안 고생 많았어요. 서진 씨와 유환 씨, 준서 씨도요."며칠 동안 주현우가 쉴 새 없이 바삐 뛰어다녔다는 걸 허아연도 다 알고 있었다. 주현우도 아직 기력을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 피곤이 역력한 눈빛이었다. 허아연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주현우는 그 손을 지그시 잡았다.아직 겨울도 아닌데 허아연의 손은 너무 차가웠다. 허아연이 고개를 들며 손을 빼려는데 주현우가 눈을 마주치며 다정하게 말했다."할아버지가 떠나시기 전날 밤에 나한테 전화하셨어."그 말에 허아연은 주현우를 말없이 바라봤다.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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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앞으로의 일은 순리에 맡길 생각이었다.적어도 지금의 허아연은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었다.주현우가 바삐 뛰어다니며 허민수의 장례를 다 치러줬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허아연이 숙려 기간이 끝나는 대로 서류를 받겠다고 고집하자 주현우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저 허아연의 손을 잡고 바라보며 말했다."네 말대로 할게. 일단 서류부터 받고 앞으로의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허아연과 함께 구청에 갔을 때 주현우는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했었다.더는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지금 상황에 허아연을 몰아붙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허아연의 선택을 전부 따르려 했다. 주현우가 서류를 받으러 가겠다고 하자 허아연이 말했다."고마워요. 할아버지 일도 고마웠어요."허아연의 깍듯한 인사에 주현우는 손을 꼭 잡고 픽 웃었다."우리가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어도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야."말을 마친 주현우는 허아연을 놓아주고 팔을 토닥였다."어서 우유 마시고 자. 네가 잠들면 옆방으로 갈게."허아연이 거절할 새도 없이 주현우가 말했다."난 네가 안전한지만 확인하려는 거야." 주현우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허아연도 어쩔 수 없었다. "알아요."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은 그저 친구 사이였다. 주민경이나 전서진 같은 친구였다. 허아연이 우유를 다 마시자 주현우는 내려가 컵을 씻어놓고 다시 돌아와 곁을 지켰다.머리맡의 작은 조명만 켜둔 방에서 허아연은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며칠 동안 너무 지쳐 있었다.주현우는 허아연의 손을 꼭 잡은 채 옆에 머물렀다. 이제 허아연에게 할아버지마저 없다는 생각이 든 주현우는 손등에 지그시 입을 맞췄다.한순간 모든 것이 다 허무하게 느껴졌다.허아연의 일기도, 허아연이 마음에 둔 사람도, 이미 떠난 오예은도, 오예은에게 진 마음의 빚도 이제 다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허아연이 앞으로도 잘 살아가는 것이었다.주현우는 손을 잡은 채 허아연의 이마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었다. 사실 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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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주현우의 충동적인 행동에도 허아연은 예전처럼 거부하지 않았다. 화를 내거나 밀어내지도 않았다.그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주현우를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었다.허아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현우는 입맞춤을 멈추고 힘없이 허아연의 어깨에 푹 기대어 조용히 숨을 골랐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에 빠졌다.한참 뒤에야 주현우가 살짝 고개를 돌리고 나지막하게 해명했다."방금 네 눈빛에…… 나도 모르게 그랬어."주현우의 사과에도 허아연은 나무라지 않고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눈을 깜빡이던 허아연이 조용히 말했다."주현우 씨, 나 이제 할아버지가 없어요."그 말을 하는 순간 허아연은 숨이 턱 막혔다. 슬픔 때문인지 주현우가 꾹 누르고 있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슬퍼하는 허아연을 더 꼭 끌어안은 주현우는 뺨을 맞대고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너한테는 우리가 있잖아. 민경이도 있고 동료들과 친구들도 있어."혹시나 허아연이 꺼려할까 봐 자신도 있다는 말은 따로 할 수 없었다. 다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주현우는 항상 허아연 곁에서 돌봐줄 생각이었다. 슬퍼하는 모습이나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였는지 허아연은 두 팔로 주현우를 꼭 끌어안았다.이혼 얘기를 꺼내고 거리를 두면서부터 이렇게 주현우를 안은 건 처음이었다.허아연의 포옹에 주현우도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주현우는 밤새 허아연을 품에 안고서 뺨과 머리카락에 쉴 새 없이 입을 맞추며 달래고 또 달랬다.허아연이 품에 안긴 채 잠들고 나서야 주현우는 꼭 끌어안고 턱을 머리 위에 얹은 채 잠시 눈을 붙였다. ……다음 날 아침 허아연이 눈을 떴을 때 주현우는 여전히 허아연을 안은 자세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며칠 동안 고생한 데다 어젯밤에도 한숨도 못 자고 허아연을 위로해 준 주현우가 안쓰러웠던 허아연은 조심조심 품에서 빠져나왔다.슬리퍼를 신고 옆에 있던 얇은 담요를 주현우에게 살며시 덮어주었다. 아무리 맞지 않아서 이혼을 앞두고 있다 해도 이십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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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하지만 허아연은 월급은 원래대로 지급할 거라고 말했다. 어차피 화초며 집이며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정아 이모 일을 마무리하고 허아연은 증명서를 들고 은행과 부동산 등기소를 몇 차례나 오갔다.허민수의 장례는 끝났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모두 주현우가 직접 운전해서 데리고 다녔다. 허민수가 떠난 뒤로 주현우는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허씨 집안과 허아연의 일을 최우선으로 챙겼다.곁에서 함께해주고 뭐든 미리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허아연도 확실히 한결 수월했다.어딜 가서 무슨 업무를 보든 주현우가 도와주었고 미리 얘기해 놓은 덕분에 절차도 막힘이 없어서 크게 애태울 일이 없었다.일을 다 보고 차가 본가 앞에 멈춰 섰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였다.허아연은 안전벨트를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며칠 동안 고생 많았어요. 내가 할 일은 이제 다 끝났으니까 돌아가서 푹 쉬고 일도 열심히 해요."그리고 진지하게 덧붙였다."며칠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허아연의 인사는 진심이었다. 주현우가 손을 들어 허아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씩 웃었다."그래, 고맙다는 인사는 받을게."허아연은 주현우를 바라보면서도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차마 그렇게까지 매몰차게 굴 수가 없었다.잠시 눈을 마주 보던 허아연은 그제야 주현우의 손목을 잡아 얼굴에서 떼어내며 다정하게 말했다."그럼 먼저 들어갈게요."주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허아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자 주현우도 차에서 내렸다.배웅하려는 것이었다.주현우가 내리는 걸 본 허아연이 돌아서서 말했다."들어가요. 나 아무 일 없을 거예요."허아연의 작별 인사에 주현우는 앞으로 다가와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 뜨리며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아무리 이혼했어도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잖아."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허아연이 얌전히 있자 주현우는 다시 얼굴을 어루만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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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그사이 주현우는 눈에 띄게 야위고 한층 진중해졌다.……남은 일을 다 마무리한 허아연은 이튿날 바로 회사에 출근했다."허 선생님.""허 선생님."허아연이 회사로 돌아오자 저마다 인사를 건네는 동료들의 말투가 평소보다 더 다정하고 왠지 동정어린 느낌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았다는 안타까움이었다. 허아연은 가볍게 웃으며 인사에 대꾸했다.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사무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유건희가 위층으로 불렀다."일은 다 마무리됐어요? 마음도 좀 추슬렀고요? 휴가가 더 필요하진 않아요?"유건희의 배려에 허아연이 말했다."감사합니다, 대표님. 출근해서 정상적으로 업무 볼 수 있어요."마음도 추스르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는 건 할아버지나 부모님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다. 생로병사는 인지상정이었다. 언젠가는 가족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올 것이다.허아연의 담담한 모습을 본 유건희가 말했다."좋아요. 그럼 앞으로는 무선 전력 프로젝트팀에 합류하고 로봇 프로젝트는 기술 지도를 맡아요.""네, 대표님."유건희 사무실에서 나온 허아연은 전적으로 일에만 몰두했다. 항상 혼자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곤 했다. 가끔 집에 돌아가면 주민경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나마 덜 외로웠다.요즘은 유지원도 회사에 자주 놀러 왔는데 올 때마다 작은 선물이며 간식거리를 챙겨다 주었다.그 덕에 허아연도 온기와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서 조금은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역시 아이들이 제일 사랑스러웠다. ……이날 오전, 허아연은 유건희를 따라 정부 청사에 서류 결재를 하러 갔다. 유건희가 고위 인사 사무실로 불려 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허아연은 복도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허 선생님."데이터를 검토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허아연이 고개를 들자 권승준이 비서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허아연이 얼른 일어나 인사했다."비서실장님."다정하게 미소지으며 답하는 허아연에게 권승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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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이어서 스타라이트의 무선 전력은 주로 전력 전송과 수신을 연구하는 것이며 에너지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주로 송신기와 수신기를 개발하는 일이라고 설명을 보탰다.허아연이 전공 분야를 설명하는 동안 권승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 한 번 떼지 않고 귀 기울여 들었다.권승준은 허아연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열한 시 쯤, 유건희가 전화를 걸어와 조 시장과 이야기가 끝났다고 하자 허아연은 소파에서 일어나 권승준에게 말했다."비서실장님, 대표님이 일을 다 보셔서 먼저 회사로 돌아가 볼게요.""무선 전력 분야는 저희 대표님이 더 전문가세요. 혹시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대표님과 얘기 나눠보세요."권승준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웅했다."네, 유 대표한테 따로 연락할게요. 오늘 전공 강의 고마웠어요, 허 선생님.""별말씀을요, 비서실장님."두 사람이 문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권승준이 불쑥 돌아서며 물었다."허 선생님, 우리 친구 할 수 있을까요?"허아연은 걸음을 멈추고 권승준을 돌아봤다.영문을 알 수 없었다.그 모습에 권승준이 웃으며 설명을 보탰다."허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마다 배우는 게 많아서요. 앞으로도 자주 가르침을 받고 싶은데 일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친구로 지냈으면 해서요."권승준의 설명에 허아연은 무슨 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비서실장님. 궁금한 거나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제가 아는 건 기꺼이 말씀드릴게요." 허아연은 권승준의 호의가 가족이 없는 자신이 안쓰러워서 친구로 지내자고 한 거라 생각했다.허아연의 답에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허 선생님. 그럼 앞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연락할게요.""네. 그럼 저는 회사로 가보겠습니다."권승준이 직접 문을 열어주며 배웅하는데 유건희도 마침 조 시장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허아연은 유건희를 부르며 다가갔다. 두 사람이 주차장에 도착하자 유건희가 차 키를 던져주며 말했다."수정할 자료가 좀 있어서 운전은 아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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